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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Oct 08. 2015

천국을 상상한 와하까의 예술가들

산토 도밍고 성당, 와하까, 멕시코

20141010 낮은 뜨겁고 저녁은 선선하다.


성경은 천국을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화려한 도시로 비유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구원을 받으면 '황금 빛 도시의 황금 길을 걸으며 황금으로 만든 집에서 황금 잔'으로 커피를 마시며 즐거워하며 살리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천국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내 개인의 생각에 그곳은 황금길, 황금집, 황금 잔, 그 모든 것이 없을지라도 황금으로 뒤덮인 돌멩이 하나 라도  없을지라도 성경시대 사람들이 그 시대 가장 귀했던 '황금'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던 고결하고 거룩한 빛이 존재하는, 그 빛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통치하고 나는 그 빛과 함께 영원히 즐거워하며 다시는 내 안에 어두움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는 곳이다.





20세기 성당의 리모델링을 자처한 오아하까의 예술가들은 천국을 이렇게 해석했다.


천국에 대한 개인의 정의를 떠나서 그 현란한 금빛 조각들과 천장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줄기가 만나 믿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한 번쯤은 '신의 거룩함'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게끔 만들 어 놓은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입장과 동시에 고개를 들면 성경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생명나무로 보이는 나무의 뿌리로부터 이미 천국에 가 계신 수많은 성경 속의 성인들이 일제히 우리를 하나님의 계신 지성소로 인도하는 듯 보이는 천장 부조를 만날 수 있다.






성인들의 인도를 받고 들어선 성당 내부는 빛에 반사되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가득 차있다.


천장부터 모퉁이까지 숨 쉴 틈도 없이 아름답게 꾸며진 성당 내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하나님께로 인지 이 성당을 디자인한 예술가들에게 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압도당하는 느낌까지 들어 말을 거의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산토 도밍고 성당 내의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소장한 내용도 시기와 테마 모두 방대했고, 몬테 알반에서 발굴된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적들, 와하까에서 태어난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초상화 등 가치 있는 그림들도 대단히 많이 있었다. 역시나 가이드도 동행하지 않고 오디오 폰도 빌리지 않아 겉핥기 식으로 박물관을 훑어볼  수밖에 없었지만 황금빛 예배당과는 너무나도 다른, 우아하면서도 고상한 스타일의 성당 내부 디자인에 반해 한 방, 한 방 수도사들이 살던 방을 둘러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름다운 선인장 정원이 힐끔 보이는 테라스를 지날 때마다 입을 쩍쩍 벌리고 다녔어야 했다. 





걷다 보니 산토 도밍고 성당을 포함해 와하까의 길과 건물에  쓰여진 돌들의 색감이 너무 아름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연스러운 돌의 색감을 그대로 살린 내부의 디자인이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몬떼 알반과 미틀라, 그리고 이곳을 보고 나니 와하까는 아름다운 돌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군데군데 성당 내부에 그려진 드로잉들은 어찌나 그 돌들과의 조화를 아름답게 만들어내며 그려졌는지! 

와우! 역시, 나도 그림을 배운 사람이지만 천재는 따로 있다. 





와하까 예술가들이 하나님께 올려 드린 황금빛 제단을 우러러보며 열심히 갈망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이 성전에 임재하실 하나님을 자랑스러운 높은 어깨로 기다리고 있는 것일 테다.





사실 그 너머 황금보다 아름답고 황금보다 찬란한 사랑이란 이름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면, 이 화려한 성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나'라는 초라하고 더러운 사람도 창조주가 영원히 거할 '거룩한 성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텐데 말이다. 황금으로 덧칠해진 나무 예수상을 붙들고 평생을 반짝이게 갈고 닦지 않아도 그 분과  함께할 수 있고, 그 분과 교제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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