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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더하기 Nov 14. 2019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삶의 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1.

  한동안 전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떠들썩했다. 살처분을 시행한 농장주와 검역관을 대상으로  재난상담을 진행한 나에게까지 인터뷰 요청이 왔다. 담당 PD는 살처분이 종료되면 재난상담 활동을 그만할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재난이 끝날 때까지 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어떻게 재난을 끝낼 수 있냐고 묻기에 재난은 끝낼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어쩌란 것이냐는 PD의 표정에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덜 힘들기를,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응수했다. 재난을 당했을 때 덜 힘들 방법이 있을까? 조금 더 신속히 회복될 수 있는 도리가 있을까? 방도가 있다.      


  나는 유전적으로 비염과 편도염을 달고 산다. 딸도 그렇다. 이사를 하면 그 지역에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비인후과를 고르는 것이 일이다. 지금 사는 곳에서도 어렵게 찾은 이비인후과 병원이 있다. 진료를 꼼꼼히 보고 약도 알맞게 처방해준다. 친절히 증상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관리 방법도 알려준다. 진료 중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피곤하셨나 봐요. 면역력이 떨어지신 것 같아요.’와 ‘그나마 예방접종을 하셔서 이렇게 지나가는 거예요.’다. 그러니까 평소에 관리하지 못했으니까 더 아프다는 말이거나, 미리 준비해서 덜 아프다는 것.      

  이 면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의 면역력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잘 치료받지 않으면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이후에 면역력이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잘 막아내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들을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때 외부의 균이란 더러운 환경에서 만나는 균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감염된다. 회나 육회 같은 날 음식은 물론이고 비빔밥에 반숙 프라이를 얹어 먹는 것도 조심하도록 한다. 콩고물에 이리저리 굴려 먹는 인절미도 맨손으로 먹지 않도록 한다. 손에 있는 균만으로도 질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면역력을 잘 키워 온 사람은 위기가 와도 쉽게 회복하고 더 단단해지는 반면 마음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쉽게 무너지고 회복이 더디다. 회복하지 못하고 자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을까? 911테러를 겪은 재난경험자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911테러를 경험한 후 비교적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관계’였다. 나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곁에 있어 주는 누군가가 있는 사람은 큰 재난을 겪은 후에도 견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의 힘이 바로 위기에 대한 면역력이다.      


  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요령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타인과 나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감사’이다. 감사가 생활 만족도로 이어지며 사회 통합도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종이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적고 감사한 이유를 5가지씩 적어보자. 중요한 것은 이 내용을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너무 쑥스럽다고 생각되면 작은 쪽지에 마음을 담아 전달하거나 적은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메시지로 보내는 것도 좋다. 당신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강력한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나는 부모의 수많은 시간을 양분으로 자랐다. 첫 실연의 상처에 괴로워할 때 옆에 있어 준 친구 덕에 그다음, 또 그다음 연애를 할 수 있었다. 상담이나 강의 일정이 불규칙하다 보니  남편이 서둘러 퇴근하여 집안일을 하고 딸을 돌보고 내 식사까지 차려줄 때도 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사용한 시간을 상기해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시간을 선물해보자. 거창한 것보다는 작은 것부터 한다. 바쁘다면 누군가를 위해 짧게 기도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잘하는 것, 나의 강점을 찾는 것이 관계에 첫걸음이다. 우리의 뇌는 나를 평가하는 부위와 타인을 평가하는 부위가 같다. 나를 존중할 수 없는 사람은 타인을 존중할 수 없다. 나의 강점을 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다른 사람의 강점을 찾지 못한다. 관계란 존중할 때 지속할 수 있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존중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존중해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되는가? 나는 계란찜을 잘 만들고, 노래방에서 추임새를 잘 넣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위기를 대처하는 힘이 있다. 얼마 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누구나 인생의 위기를 겪으며 살기 때문이다. 당신은 살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는가?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였는가? 그때 누가 힘이 되었는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것. 그 힘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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