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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 Sep 17. 2015

엄마 친구 아들보다 무서운 사람

야매 심리학. 사회 비교 이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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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비교의 연속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 없이 많이  비교당하고, 때로는 비교하고 있다.  비교의 대상도 너무나 다양하다. 엄마 친구 아들, 엄마 친구  딸에서부터 여친 친구 남친, 동네 친구, 학교 동창 기타 등등..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자기계발서인지 영화인지에서 봤던 명언 한 소절을 주문처럼 되뇌며 속을 삭혀보지만, 글쎄 그런다고 어디 상할 대로 상한 속이 멀쩡해질까?


헤밍웨이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 하셨다만..


비교의 이유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남과 비교를 하는가.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는 사회 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여 평가한다고 한다.


먼저 사회 심리학자 스탠리 샤흐터(Schachter, 1922-1997)의 실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좀 쉬울 것이다. 샤흐터는 먼저 피험자가 될 학생들을 불러 모은후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내용인즉슨, 이제부터 진행될 실험은 전기충격과 인간 행동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고, 약간의 통증이 수반될 수 있다라는 것. 그는 먼저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첫 번째 집단(편의상 집단 A라 하자)에게는 실험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학생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두 번째 집단(집단 B)에게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기다릴 수는 있지만 그들이 실험에 참가하는 학생은 아니고 교수님과의 약속을 기다리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고 나서 양 그룹의 학생들에게 실험 참가까지 혼자 기다릴 것인지, 다른 학생들과 함께 기다릴 것인지 물었다. 결과가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집단 A의 모든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기다리겠다고 대답했고, 집단 B의 학생은 누구도 다른 사람과 함께 기다리기 원하지 않았다. 즉 불안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과 함께 있기를 원했던 것이다. 샤흐터의 실험 이후 진행된 사회 비교 연구는 왜 학생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람들이 불안한 상황에서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유용한 정보를 획득하려 하기 때문임을 밝혀내었고, 이를 '유사 사회 비교(lateral social comparison)'라 이름 지었다.


photo by Rennett Stowe, Flickr (CC BY), https://goo.gl/pq0dyd


그래도 부족한 비교의 이유

하지만 이 실험만으로 우리가 왜 남과 비교를 하는지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옆집 고등학생 개똥이가 중간고사에서 영어점수로 100점 만점에 40점을 받았다. 40점이라는 점수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아도 명확하게 반 하위권 점수일 것이다. 그럼에도 개똥이는 반에서 항상 꼴등을 유지하는 친구 소똥이에게 몇 점을 받았느냐고 물어보며 비교를 한다. 소똥이도 마찬가지이다. 소똥이는 영어점수로 30점을 받았지만, 평소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개똥이에게 너는 몇 점을 받았느냐고 물어보며 서로 비교한다.


요컨대, 개똥이와 소똥이는 둘 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할만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과 비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페스팅거 이후의 사회 비교이론 연구자들은 페스팅거의 이론에 한계가 있음을 알았고, 개똥이나 소똥이 같은 사회 비교 유형 역시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하여 각각의 비교 성향을 하향 사회 비교(downward social comparison) 상향 사회 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라 이름 지었다.


이들이 이야기하기를,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과 유사 사회 비교를, 자존심을 유지하고 위안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자신보다 더 못하다고 여겨지는 사람과 하향 사회 비교를, 마지막으로 자신이 지닌 능력이나 상황을 개선하거나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상향 사회 비교를 하고 있다.


엄마 친구 아들 놈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나와 비슷한 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정신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상향 사회 비교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자의 반, 타의반으로 매우 잘난 분들과 비교를 하기에 자존감에 타격을 입는다. 심지어 비교하기 원치 않을 때도 이런 상황은 벌어진다.


"옆집 말똥이 엄마 알지? 이번에 말똥이가 학교 졸업하고 샘승 들어간 기념으로 말똥이 엄마한테 시원하게 뤼비똥 빽 사줬다더라 아들..."


photo by jseliger2, Flickr (CC BY), https://goo.gl/ogCAAA


굳이 각종 논문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런 강요된 상향 사회 비교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발암 유발 요인의 공식적인 사례로 엄마 친구 아들, 엄마 친구 딸, 더불어 여친 친구 남친이나 남친 친구 여친이 있을 수 있겠다. 우리는 왜 이런 원치 않는 상향 비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


엄마 친구 아들보다 무서운 사람

사회 비교 이론의 후속 연구 중에 자기평가 유지모형(self-evaluation maintenance model, SEM)이라는 이론에 주목해보자. 자기평가 유지모형은 심리학자 테서(Abraham Tesser, 1988)가 제안한 이론으로,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존감, 즉 긍정적인 자기평가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평가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과정은 비교 과정(comparison process)과 반영 과정(reflection process)의 전혀 다른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자기평가 유지모형에서 말하는 비교-반영 과정은 우선 비교의 주제가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인지 아닌지의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비교의 주제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 혹은 능력일 때, 비교대상이 나보다 잘났을수록 그리고 나와 친할수록 우리는 자존감에 더욱 큰 상처를 받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에서 땅은 곧 돈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분야에 해당한다. 돈 문제에 초연하지 않은 이상, 가까운 사촌이 나보다 잘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기평가 유지모형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비교의 주제가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 혹은 능력일 경우, 비교 대상이 나보다 잘났을수록 그리고 나와 친할수록 반사적으로 자존감이 높아진다. 우리 주변에는 잘난 친구 이야기를 본인 이야기처럼 자랑스레 떠드는 친구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전자의 경우가 비교 과정, 후자는 반영 과정에 해당한다. 이렇 듯 자기평가 유지모형에서는 '비교의 주제가 나와 관련이 있는가', '비교의 대상이 나와 친밀한가', '비교 대상이 나보다 잘났는가'의 세 가지의 요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느끼는 자존감의 정도와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테서의 관련 연구에 의하면, 비교의 주제가 나와 관련이 있고 비교 대상이 나보다 잘났지만 비교의 대상이 나와 친하지는 않은 상황, 즉 엄마 친구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상황일 때 사람들은 슬픔을 조금 동반한 질투심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반면 비교의 주제가 나와 관련이 있고, 비교 대상이 나보다 잘났으며 심지어 친한 상황 즉, 땅을 산 사촌의 이야기를 들은 상황일 때는 더욱 강렬한 질투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photo by Jake Stimpson, Flickr (CC BY), https://goo.gl/330c3G


극복의 방법

요컨대, 엄마 친구 아들보다 무서운 사람은 바로 당신의 돈 많은 사촌 혹은 잘난 친구였다. 더군다나 엄마 친구 아들의 경우는 대게 일면식 한번 없는 사이라서 한 순간만 무시하고 넘기면 끝이지만, 돈 많은 사촌과 잘난 친구는 일상에서 면대면으로 꽤 자주 보는 관계라 그 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테서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거나 긍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세 가지의 행동 양상을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고등학생 개똥이와 소똥이를 다시 떠올려보자.


첫째, 30점의 소똥이는 40점의 개똥이와 더 이상 영어점수로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이 경우는 비교 목표에 대한 관심을 아예 꺼 버리는 경우다. 어쩌면 본인이 가장 잘하는 국사 점수로 비교하게 될 수 있다.
둘째, 30점의 소똥이가 공부를 시작했다! 동시에 개똥이가 공부를 못하도록 온라인 게임을 하나 추천해준다. 이 경우는 비교 대상보다 우월해지려는 경우인데, 스스로 노력하는 방향으로 좋게 풀리기도 하지만 종종 남의 성취를 방해하려는 놀부 심보가 생길 수 있다.
셋째, 소똥이는 개똥이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 경우는 비교 대상과의 친밀감을 낮추어서 자존감의 하락을 막으려 하는 경우인데, 이로 인해 친구를 잃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알고 맞는 매

산다는 것은 비교의 연속이다. 특히 과열 경쟁 속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수 없이 많이 비교당하고, 때로는 비교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제 머릿속으로 자기계발서인지 영화인지에서 봤던 명언 한 소절을 주문처럼 되뇌기 보다는, 개똥이와 소똥이를 기억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모르고 맞는 매보다 알고 맞는 매가 덜 억울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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