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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Oct 10. 2017

아빠, 오사카를 부탁해 (1/2)

아빠는 가족여행을 이럴 때 싫어합니다. 정말입니다.

우리나라에 달력이 생긴 이래로 가장 긴 연휴였다는 이번 추석 명절, 다들 평안히 보내셨나요?

저는 평안하지 못했습니다. 왜냐? 인천공항 출국 인원이 기록을 갱신하는 그 때, 바로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이유로 이번 이야기는 일본 여행기와 함께, 아빠가 힘들기만 한 여행을 바꿀 방법은 없을지 이야기 나눠보기로 하죠.



아빠가 싫어하는 여행이란 뭐라고 했죠?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이란 '나 혼자 집에서 보내는 여행'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여행이란 어떤 걸까요?


첫째, 쇼핑 천국으로 떠나는 여행, 싫어합니다. 두 팔은 무겁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돈 나가는 거 보고 있으면 속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백화점에서 1시간 이상 있으면 지치는 아빠들이라면 이런 여행은 정말 힘듭니다. (쳇, 어차피 내가 사고 싶어하는 것은 사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래, 또 "내가 남편이 아니라 애를 키운다"고 그래보시지~!)


둘째, 놀이공원(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일정에 있다면 이건 정말 아닙니다. 디즈니 덕후인 저조차도 아이들과 디즈니랜드를 같이 가는 일정이라면 손사래를 칠 겁니다. (놀이공원은 결혼 전에 여자 친구랑 가는 곳이지, 가족들과 가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들끼리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래요. 죄송해요. 제가 이번 여행 다녀오고 나서, 놀이공원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ㅠㅠ)


셋째, 오랜만에 맞는 연휴에는 여행, 절대 기획하지 않습니다. 휴가를 낸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돈을 내고 쉬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욕구가 넘칩니다. 그렇지만, 공짜로 쉬는 날에 어디를 가는 것을 '남자라는 동물'은 태생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 연휴에 누구는 낚시도 갔다던데, 나는 왜 여기에 끌려와 있는건가?)


이번 여행은 가기 싫은 이유 3가지를 다 합친 종합 선물세트 (울고 싶었어 ㅠㅠ)


물론, 이렇게도 죽어라 싫어하는 여행 일정이라 해도 '아빠가 최고!', '역시 당신 밖에 없어'라는 한 마디면 아빠의 피로는 싸악 사라질 거라고 예쁘게 쓰고 싶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런 여행은 싫습니다. 정말로 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나님이 가자고 하시면 가야하는 불쌍한 아빠의 여행기, 가기 싫은 여행 3종세트의 종합편, "아빠, 추석 연휴에 오사카를 부탁해"편 시작합니다.



여행을 가면 피곤한 이유는 어마어마한 데이터 처리 때문입니다.


대학교 시절, 여행 동아리 회장도 했었고, 혼자하는 여행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여행들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이 있죠. 아무리 일정을 여유있게 짠다고 해도, 집 근처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몸이 무척 힘들다는 거에요. 그건 바로 우리의 '뇌가 불편해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보는 장소, 처음 가는 길,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대해 뇌는 경계하고 분석합니다. 더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죠. 그래서, 어떤 분들은 여행하면서 편두통이 심해지는 분들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행지에서 더 많은 데이터 처리'를 함과 동시에,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불안한 환경'까지 겹치는 것이라서 피로감은 2배가 아니라 3~4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 일정은 무한의 사랑으로 피곤을 극복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즐기거나 하지 않으면 여행이 즐겁기 보다는 '일'이 되기 때문에 무척 조심하셔야 한답니다.


여행은 결국, 부모에게는 '가장 난이도 높은 돌봄'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그래서, 저는 처음 가게 되는 나라로의 해외여행은 '패키지 여행'을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일정은 빡세지만 우선 교통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은 편이고, 먹는 것도 정해주기 때문에 아빠가 챙겨야 할 일들이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는 여행을 즐기고, 아이들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죠. 더구나, 쇼핑에 관한 한 패키지 여행은 엄마들이 사고 싶어하는 물건이 있는 '쇼핑센터'가 있는 곳으로는 여행객들을 왠만하면 데리고 가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게르마늄이나 라텍스 베개 등의 현지 제휴 쇼핑센터를 1~2회 꼭 방문하는 코스가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요즘 엄마들은 이런 곳에 가도 왠만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아빠의 마음도 평안해 지는 곳이죠)


이건 명확히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지도를 더 잘 본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보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도 있죠. (특별히 성별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속설이 있다는 걸 재미로만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빠들은 한 번 그 나라를 방문하고 나서는 어딜 가든 자신감에 넘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패키지 방문에 이어서 그 나라를 두번째 방문하시면, 어딜 가자고 하든 부담없이 가방을 들고 날아다니는 아빠들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이번 일본 여행도 저에게는 첫번째 일본행인지라 패키지를 선택했는데요.

그럼, 저와 같이 오사카 2박 3일의 여행을 떠나보시죠.



사상 최강의 연휴, 인천공항에서 오사카는 사람 지옥 (살려줘요~!)


이번 추석 연휴에는 비행기표 구하기도 힘들었고, 패키지 여행 또한 상품이 귀하디 귀한 상황이었죠. 그러다보니 아침 7시 50분에 출국하는 비행기를 타야했습니다. 체크인 하려면 5시까지 공항에 가야했고, 공항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죠. 마나님께서는 이미 면세점에 사전 주문으로 무언가 잔뜩 주문해 놓으셨던데요. 우리는 그나마 아침 일찍이라 면세품 인도장에서 30분만에 수령을 했는데, 아는 친구는 이번 연휴에 1시간 30분동안 기다리다가 수령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탔다고 하더군요. 왜 인천공항 출국자 기록이 갱신되었는지 알만했습니다.


면세점에서 물품을 수령할 때, 모바일앱을 이용하면 빨라요. (단, 구입시 등록한 여권별로 따로 대기표를 받아야해요)


아침 첫 비행기여서인지 간사이 공항은 한산한 편이었고, 일본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오사카여서 한국어 안내가 많아서 편리했습니다. (벚꽃 만개한 3월에는 간사이 공항을 빠져나가는데만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간사이 공항은 인천공항처럼 매립지 위에 세워진 공항으로 매년 침하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 기둥을 박아넣는다고 하더군요. (이런 얘기를 가이드에게 주워듣는 것도 패키지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


마리오가 환영해 주네요.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 정발을 기다리는 아빠가 더 설레이네요. (아, 뭔지 모르시나요?)


일본행 아침 출발 패키지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투어를 시작합니다. 1시간 반가량을 달려 '세계 최대의 단일 목조 건축물'인 대불전이 있는 '나라(Nara)'에 있는 '동대사(도다이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사슴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우는데요. 일본 사람들이 신성시하고 좋아하는 동물이 3개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슴입니다. (월령공주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사슴을 타고 다니고, 생명의 기원을 주관하는 신도 사슴 모양을 하고 있죠) 여기 사슴들은 아무거나 먹이면 안되고, 입구에서 사슴용 센베를 100엔에 팔고 있으니 구입하시면 됩니다. 다만, 센베를 보자마자 사슴들이 떼로 달려드니 가방에 숨기셨다가 사슴이 뜸한 곳에 가서 주시는게 좋습니다. (안그러면, 우리 애를 사슴떼가 덮치는 광경을 보시거나, 우리 애가 사슴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지르는 걸 보시게 될 거에요)

동대사의 건물들은 메이지시대에 일본식으로 바뀌어 복원된 듯, 양식이 특이하다 (제 생각입니다)
사슴이 사람을 위협하진 않지만, 온순한 녀석을 잘 골라서 먹이를 주세요.


동대사에 가면 대웅전 기둥 하나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이 구멍을 통과하면 액운이 사라지고,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말에 우리 아이들도 구멍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이 구멍을 굳이 통과하겠다고 나섰다가 여기 끼인 한국 아저씨가 있었다.


동대사 구경을 마치고 이어지는 중식, 일본 가정식을 제공하는 식당이었는데요. 패키지 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은 먹을만 하긴 한데, 뭔가 저렴한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비싼 패키지를 가면 당연히 좋은 걸 먹긴 하겠죠? 그건 저도 안가봐서요.) 맛있는 음식은 자유여행에서 먹기로 하고, 우선 먹었는데 아빠는 아이들이 남긴 것까지 다 먹었습니다. (저는 음식 가리지 않습니다. 중국 가서도, 어딜 가도 잘먹는 1인)

반찬은 별거 없지만, 나름 일본 맛을 느낄 수 있는 식사... 물 빼고는 추가하면 다 돈받는다.


역사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빠가 아는 만큼 보인다.


점심 식사 후에는 다시 나라에서 오사카로 이동, 오사카의 명물 '오사카성(오사카죠)'을 방문했습니다.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해 지어졌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가문을 쓸어버리면서 성을 함락시킨 후 불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에도막부 시절에 다시 성이 지어져 사용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 시절에 폭격에 파괴되었고, 지금의 오사카 성은 시민들의 기부로 다시 지어진 건물입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는 메이지 유신 150주년을 기념하는 안내가 걸려있었는데요. "메이지 유신이 뭔지 아느냐?"고 딸아이에게 물으니, "아빠는 왜 맨날 잘난 척이야?"라고 되묻는 사춘기 소녀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이제 딸아이가 아빠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니, 제가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 평안도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왜 모르겠는데 설명 안해줘! 빨리 설명해줘!", "애가 물어보는데 얼릉 알려줘, 오빠~!"라고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거든요. (아, 왜 늘 역사공부는 아빠의 몫인 것일까요?)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군것질에만 몰두하다가 오사카성 구경은 제대로 못했어요.


오사카성은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까지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왜냐? 패키지 여행은 시간과의 싸움이거든요. 녹차(맛차) 아이스크림과 슬러시에 오징어구이까지 먹고 나니, 내부를 둘러 볼 시간이 없었어요. 오사카 성 내부는 다음에 다시 둘러보기로 하고 나오는데, 저기에 신사 하나가 보입니다. 멀리서 딱 봐도 누구의 신사인지 아시겠죠?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모신 신사입니다. 누군지도 모르고,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한국분들이 계시던데요. 그리고, 그 옆에 보면 갈색 벽돌로 행사장으로 리모델링 되는 건물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중국으로 파병된 육군 제 4사단이 사용하던 사령부 건물입니다.  여기서도 V하고 사진 찍으시던 분들이 있는데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적인 건물입니다. 이래서 역사 공부는 꽤나 중요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도톤보리, 신사이바시... 지옥의 문이 열렸어요


패키지 여행은 왠만해서는 쇼핑센터가 있는 곳에는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사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도톤보리(유명한 상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먹자골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와 쇼핑 거리로 유명한 신사이바시는 안갈 수가 없는 곳이죠. 일본에서는 "고베는 신다가 망하고(하키다오게), 오사카는 먹다가 망하고(쿠이다오레), 교토는 입다가 망한다(기다오레)."라는 말이 전해진다고 해요. 그 먹자 골목이 바로 도톤보리죠. 역시나 내리자마자 발디딜 틈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가이드가 들고 있는 깃발조차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였고, 주변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도톤보리에는 유명한 3개의 게딱지가 있고, 복어가 몇 마리 있고, 왠 달리기 선수 하나가 있는데요. 무슨 얘기냐구요? 전부 간판에 관한 얘기입니다. 오사카는 일본의 모든 농수산물의 유통이 이뤄지던 곳으로 전통적으로 간판을 보면, 무슨 물건을 파는 곳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간판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도톤보리에는 개성 만점인 식당 간판이 수두룩 합니다.


모두가 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Glico 아저씨~ 누군지 모르지만 과자상자에 있더라. (뉘집 딸인지 신났네~!)
잘 살펴보면, 아이손을 꼭 잡고 다니라는 표시가 곳곳에 있다. (정말 여차하면 잃어버릴 수도 있겠더군요)


그리고, 도톤보리 바로 옆에는 쇼핑의 왕국, 도쿄에 하라주쿠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신사이바시가 있다고 할 정도의 신세계가 있습니다. 얼마나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지 안내 방송도 우리말로 나옵니다. "왼쪽으로 걸으세요. 음식을 먹으면 빈 그릇은 가게에 반납하세요. 가게 입구에 멈춰서 막지 마세요. 즐거운 쇼핑 되세요"라고 말입니다. 앞사람이 전진하기 전에는 저도 앞으로 갈 수 없고, 가이드가 1시간 40분의 시간을 주었는데, 쇼핑거리의 끝까지 가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한류 열풍이 가득한 시절의 명동거리조차도 신사이바시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지옥이라고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SPA브랜드의 의류가격이 한국보다도 저렴하고, 스타*스의 커피도 한국보다 싼 동네가 이곳이더군요. 심지어 잡화점(드럭 스토어)에 파는 모든 것들이 나를 사달라고 여자분들을 유혹하는 곳이 이곳이었습니다. 마나님과 딸아이들은 갑자기 자기가 여자라는 걸 기억해 낸 사람들마냥 '모든 짐 아빠에게 주고, 즐겨보자꾸나' 모드가 되어버리더군요. (아빠에게도 관심을 가져줘! 아빠는 짐꾼이 아니야!)

아빠한테 그거 얼마냐고 물어보지마, 아빠 돈은 엄마가 다 뺏어갔단다. (이젠 디즈니도 싫어!)
키티 캐릭터 등을 판매하는 산리오 갤러리, 왜 애들이 안보이느냐고요? 저 안에 들어가서 안나오고 있어요!


혼자서 오사카를 오게 된다면, 다시 신사이바시에 발을 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오사카의 첫 날이었습니다.


참, 여기서 신사이바시 다이마루 백화점 화장실에 쇼핑백을 두고 와서 분실한 아내를 구박하지 않은 착한 남편 1인이 여기 있습니다.


다음은 오사카 여행기 2편,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문기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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