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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Aug 28. 2017

아빠표 여행 vs 엄마표 여행

경주, 두번째 이야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오늘은 지난 이야기에 이은 경주 방문 이야기 후편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계절에 따라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지 못하거나, 무리한 일정을 세웠을 경우에 실제 여행지에 도착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드렸죠. 그리고, 아이와 역사 공부를 겸한 여행을 떠날 때에는 아이 주도로 역사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팁도 전해드렸어요.

이번 여행기에서는 아이들보다 아빠들을 위한 얘기를 많이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경주하면 불국사, 불국사 하면 다보탑 아니겠습니까?

다보탑의 실제 이름은 '다보여래상주증명탑'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두 탑은 국보 20호와 21호다.


 경주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산이 두 개가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남산,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토함산입니다. 경주에 왔다면 이 토함산을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이 불국사와 석굴암 때문입니다. 불국사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에 너무 성급히 복원되는 바람에 신라시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복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은 쑤욱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불국사와 석굴암은 아빠, 엄마들도 와보신 지 한참 되셨죠? (중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나 와보셨을텐데요. 그쵸?) 정말 그 당시와는 완전 새로운 기분이 드실 거에요. 역사란 참으로 놀라운 학문인 것이, 머리에 지식이 채워짐에 따라 보는 눈높이도 달라지고, 이해하게 되는 것도 남달라 진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토함산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토함산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이 같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도로가 1차선이어서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꽉꽉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토함산은 항상 아침 일찍 방문해 주시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불국사보다는 석굴암을 먼저 방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불국사보다 석굴암이 더 정상 가까이에 있는데, 석굴암부터 보고 내려오면서 불국사를 들러야 혼잡을 피할 수 있어요.


  자,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석굴암을 보기 위해 도착한 주차장, 아빠의 첫번째 임무는 무엇일까요?

석굴암 주차장, 토함산 주차는 전부 유료, 저기 종각에 있는 종은 종치는 것도 유료. 전부 유료


 눈치가 빠르신 아버님들께서는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겠죠? 바로 그늘에 주차할 곳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 아침 9시에 온도가 35도였습니다.) 혹서기의 여름이라면 아빠의 임무는 그늘을 찾는 것이고, 그게 안된다면 이런 차량용 그늘막을 구매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도 안되어서 더운 햇볕 아래 차량을 세워두었다면 조수석 문을 열어두고, 반대편 뒷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주면서 내부 열기를 빼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석굴암 입구에는 불국 뭐라하는 커다란 종이 있는데요. 한 번 타종할 때마다 1천원씩의 성금을 낼 수 있습니다. 만원 내면 10번을 칠 수 있죠. 이런 성금을 모아서 토함산의 문화재 관리와 불국사 복원 등의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2천원을 내고, 같이 2번 치는 걸로 아저씨와 합의를 했죠. ) 실제로 토함산은 주차장부터 입장이 전부 유료인데요. 좋은 곳에 쓰인다고 하니 맘편히 내시면 될 것 같아요.


 석굴암 주차장에서 석굴암까지는 산길을 꽤나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간단한 음료를 챙겨서 올라가시길 권해드려요. (아침 나절엔 갈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여름엔 갑자기 탈수 증세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석굴암 사진을 여러분께 보여드리질 못하네요. 석굴암 내부는 유리벽으로 차단되어 있고, 승려와 신도분들만 내부 출입이 가능하거든요. 사진 촬영도 금지인데, 30년 전에 보았던 석굴암이나 지금의 석굴암이나 큰 차이는 못느낀 건 함정...


  석굴암을 둘러보고 나서, 이제 불국사로 이동 했는데요. 불국사는 해설사님의 남다른 안내를 들으며 둘러볼 수 있었어요. 임진왜란 시절에 대부분 불타버렸지만 대웅전과 극락전을 비롯한 예전 시절의 위용과 다보탑과 석가탑의 유래까지 아주 재밌게 설명을 해주셨답니다.



[ 아빠들을 위한 여행팁 - 현지 해설사와 도슨트 분들의 설명은 반드시 듣도록 해주세요 ]


  중년 아빠의 기억력이란 모래 위에 적어놓은 사랑의 맹세와 같은 것이어서, 금세 지워지기 마련입니다. 역사와 예술 공부의 현장에서는 반드시 해설사와 도슨트 분들의 안내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래서, 미술/박물관/유적 등에 도착하게 되면 1번으로 해야 할 일이 현지 해설 시간을 확인하시고, 둘러보는 동선을 그 시간에 맞춰서 짜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해설을 시작한지 5분 정도 지나서 도착했던지라, 얼른 뛰어가서 같이 설명을 들었습니다. (뛰어서 쫓아가다가 햇볕에 익어 죽을 뻔 했지만... 살아서 극락 가는 줄~~)



  그러면, 여기서 퀴즈 하나, 다보탑과 석가탑 중에 어느 탑이 더 건축하기가 어려웠을까요?


  정답은 석가탑입니다. 그 이유는 다보탑은 평평한 지반 위에 세워졌지만, 석가탑의 경우에는 울퉁불퉁한 암반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세워졌답니다. 그런데, 왜 석가탑은 지반을 다지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암반 위에 탑을 세웠던 걸까요? 그 이유는 한 번 불국사를 방문하셔서 해설사님의 현장 설명을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힌트를 드리자면, 석가탑의 원래 이름인 '석가여래상주설법탑(釋迦如來常住設法塔)'이라는데 그 이유가 있답니다.


  그리고나서 찾은 곳은 '추억의 달동네'라고 하는 6~80년대의 옛날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테마파크인데요. 외관은 정말 허름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변 동료의 추천을 받았는데, 정말 이 곳을 들어가야 하나 망설였는데요. 결론은, 정말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돌아볼 수도 있고, 옛날 옛적엔 아빠가 어떻게 살았었는지 알려줄 수도 있었어요.

옛날 교련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정말 늙었다... 슾프다.


경주 여행의 허브, '대릉원' 그리고 황리단길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행복이 있다면 그 중에 최고는 바로 '음식'입니다.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맛보는 것은 단지 '잘 먹고 잘사는 법'에서 먹는게 중요해서라기보다, 음식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자연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에 경주에는 '황리단길'이라고 하는 곳이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tvN의 알쓸신잡 경주편을 보시면 제가 하는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황리단길은 대릉원 주변에 조성된 젊은이들이 선호할 만한 퓨전 음식점과 잡화점들이 들어선 골목인데요. 골목골목마다 특색있는 가게와 벽화, 음식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통이 꽤나 불편하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시기 보다는 '대릉원 공영 주차장'(하루종일 주차해도 고정 요금)에 주차하신 다음, 걸어서 돌아다니시면 좋습니다. 주요 방문지로는 대릉원 사진관 (추억의 흑백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준다), 황남상회 (수제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괜찮음), 홍앤리식탁 등이 있습니다. 이건 직접 검색해 보시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이거 구미호인데, 천사라고 속이고 찍었다. 잘 보면 꼬리가 아홉개



[ 아빠들을 위한 여행팁 - 천마총은 왜 천마총일까? ]


 그리고, 대릉원 안에는 천마총이 있는데요. 역사 공부를 조금 하셨으면 아시겠지만 '~총'이라고 하면 임자가 없는 무덤을 말합니다. 천마총에서는 천마(하늘을 달리는 말) 모양의 유물이 출토되어 '천마총'이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릉'이라고 하면 어느 왕의 무덤인지 밝혀졌을 경우죠. (예를 들어 무녕왕릉이면 무녕왕의 무덤을 말하는 것입니다.)

경주 시내 여행의 중심 '대릉원' 안에는 '천마총'이 자리잡고 있어요.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는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를 방문했는데요. 이 곳은 낮에 방문해보면 차라리 경복궁의 경회루를 방문하는게 훨씬 운치가 있을 정도로 볼품이 없는데, 밤의 야경은 정말 대단한 경치를 자랑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녁 7시경부터 주차할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고, 사람에 밟혀 죽을까봐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방문 첫날 이 곳을 찾았다가 주차에 실패해서, 방문을 포기했었답니다.)

사람에 깔릴까봐 무서웠던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런 고생을 해서라도 찾아야 할 이유는 바로 아래 보시는 것처럼 조명의 힘 때문이에요. (인물사진은 잘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ㅠㅠ) 그리고, 한가지 알아두실 점은 경주국립박물관의 바로 길 건너에 동궁과 월지가 있으니 실제 여행 일정을 수립하실 때에는 같은 동선에 넣어두시면 좋습니다.

'동굴과 월지'의 야경을 왜 빼먹으면 안되는지 보여주는 사진, 갤럭시 많이 좋아졌다. (폰카로 이 정도라니..)


  경주 여행기에 넣을 방문지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문무왕이 동해 바다 용왕이 되겠다며 바다에 수장되었다는 '문무왕릉' (실제로 유골이나 건축물이 내부에서 발견되지는 않았다고)과 실제 누에고치를 삶아 명주실을 뽑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명주체험관' (여기서는 명주를 뽑고 나서 남은 번데기를 먹어볼 수 있어요. 맛있어요! 전 세마리 먹었답니다. 단, 너무 일찍 가면 할머니들이 일을 안하고 담소 나누고 계시니, 오후쯤에 들르세요) 문무왕릉 가는 길에 있는 감은사지, 그리고, 너무 햇볕이 뜨거워서 죽을 뻔했던 '첨성대' (저 사진도 아침에 가서 찍었는데,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동해바다를 거슬러 올라오며 볼 수 있었던 멋진 해안도로와 포항 '호미곶' (여긴 왜 유명한건지 도대체 알 수 없었지만... 바닷물 속에 손이 하나 있고, 육지에도 손이 하나 더 있는 건 이번에 알았어요)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기에 다 담기에는 역시 벅차네요.




중요한 건, 아빠가 즐거워야 여행도 즐겁습니다.


아, 그런데 가장 중요한 얘기 하나를 빠뜨렸군요.


아빠 여러분, 정말 가기 싫고, 힘들고, 짜증나는 여행지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경주가 저에겐 그랬습니다. 이미 3번이나 다녀왔고, 날은 덥고, 주차할 곳은 마땅치 않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았거든요.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게 표정관리를 잘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온 여행이니 참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답니다.


역사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아빠가 먼저 공부를 해야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신라 역사 공부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호기심이 부쩍 생기더군요. 석굴암엔 왜 유리벽을 만들었을까? 신라, 경주엔 왜 그리 많은 불상이 세워진걸까? 미륵불,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 부처는 왜 이리 종류가 많고, 각각의 불상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 궁금한게 많이 생겼어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말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구절이야말로 아빠가 여행에서 가져야 할 1번 자세입니다.


엄마 여러분, 역사 공부를 떠나는 여행은 반드시 사전에 아빠에게 역사 공부를 시키고 떠나시기 바랍니다. (엄마도 같이 공부하셔야지, 아빠한테만 시키면 안됩니다. 공부 안하고 딴 짓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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