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 Paterson이 말하는 5 Forces 기반의 LLM 시장 분석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은 기술적으로는 혁신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핵심 기술로 여깁니다. OpenAI, Google, Meta 의 천문학적인 투자들은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중이죠. 많은 전문가들이 'AI가 제대로 된 ROI가 나오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시장을 선도할 기술임에는 틀림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LLM 구축"이라는 것이 반드시 수익성 있는 뛰어난 사업이 되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오늘은 Cal Paterson이 쓴 "Building LLMs is probably not going be a brilliant business"라는 글의 내용을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GeekNews에서 xguru님이 선정해주시는 글 중에 좋은게 너무 많아요!) 이 글에서는 LLM의 산업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이 기술이 전문가들의 말대로 뛰어난 도구로를 성공했지만, 수익성있는 사업이 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LLM은 기술적으로 성공했지만, 뛰어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의미하지는 않아요. 그건 1960년대의 항공사들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로 우후죽순 들어선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항공사는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았고, 영화 속에서도 멋지게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수많은 항공사가 파산했으며, 아시아나의 대한항공 합병에서 보는 것처럼 오늘날에도 항공사 설립은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철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철도는 사회적으로 막대한 가치를 창출했지만, 투자자들이 그 성과를 거두려 할 시점에서는 떨어진 가치 폭락은 엄청났죠. 이와는 대조적으로 복잡하고 혁신적인 기술도 없는 탄산음료 사업은 매우 수익성이 높죠. 코카콜라(Coca-Cola)는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ROE)가 30%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항공이나 철도처럼 혁신적인 기술과 복잡한 생산, 운용, 스케쥴링이 필요하지도 않은데다가, 코카콜라는 자체 생산시설도 없습니다. 그저 Coke라는 이름에 대한 특허와 제조 기술을 가지고, 병입 업체에서 직접 제조한 탄산음료를 판매만 합니다. 리테일업체의 매출과 이익률이 제조업보다 높은 것은 최근 여러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일이죠. 그렇게 뜨거웠던 항공기 제조의 열풍은 이제 보잉과 에어버스 이외에는 항공기 제작업체의 선택지가 거의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뛰어난 기술로 북극을 가로지러 비행하고, 미국 대륙을 횡단해서 가르는 철도까지 엄청난 투자로 혁신을 이뤘다고는 해도, 비즈니스로는 실패할 수가 있습니다. 이미 우린 VHS부터 많은 사례들을 이미 알고 있긴 하지만, LLM으로 1등하면 무조건 대박 아닌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LLM을 구축한다는 것은 항공사와 비슷하게 불리한 산업 구조 속에 놓여있습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마이클 포터의 '5가지 힘(5-Forces)' 프레임워크를 Cal은 활용해서 설명하고 있죠. 5가지 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경쟁력있고, 수익성 높은 위치를 갖기 위해 어떤 힘들이 작용하는가를 설명하는 마케팅과 시장 분석의 고전 프레임워크입니다. (이거 공부하면서 포터의 위대함을 몇 번이나 깨달았던지~~)
1. 공급자의 힘 : NVIDIA의 지배적 위치
LLM 제작자들의 핵심 공급자는 NVIDIA죠. NVIDIA의 독점 공급력은 막대한 가격 결정력으로 이어집니다. 항공사들도 에어버스와 보잉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의존적이 된 것과 유사하죠. 실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이보다도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OpenAI와 Anthropic이 모델 성능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개선하여 수지가 좋아지면, NVDIA가 GPU가격을 인상하면 이익은 다시 NVIDIA가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2. 구매자의 힘 : 낮은 브랜드 충성도
LLM 사용자는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가 낮으며, ChatGPT에서 Claude로, Perplexity로 이동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API 추상화 레이어를 통해 LLM 모델 간 전환이 용이해졌습니다. 이는 LLM이 상호 교환 가능한 상품이나 모듈처럼 여겨지게 만들어서, 판매자인 LLM 업체에 더욱 불리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즉, LLM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레임워크들도 고객들이 쉽게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겁니다.
3. 강력한 경쟁자들 : 가격 경쟁의 심화
LLM 시장에는 이미 많은 제작사가 존재하며,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Meta는 라마를 사실상 무료로 배포하면서 시장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익스플로러로 Netscape를 저격한 것과 유사하죠. (엄밀히 말하면 무료로 포장된 오픈소스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좀 다른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 LLM처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투자비용이 크면서도 무료 제공자들이 유사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경우에는 가격정책의 일관성이나 전략 수립이 매우 어렵습니다.
4. 신규 진입 용이성 : 낮은 진입 장벽
LLM 기술은 논문과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되어 있어,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 쉽습니다. OpenAI의 GPT-4o 모델을 누가 이길 수 있겠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낮은 품질의 모델이라도 저렴한 가격과 파인 튜닝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라도 신규 진입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대체재의 위협 : 메타데이터와 인간의 대체
LLM이 작성한 텍스트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작성한 텍스트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특정 도메인에서 LLM의 할루시네이션은 아직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아직 메타데이터 기반의 검색과 벡터 데이터베이스 만으로도 충분한 애플리케이션 성능으로 대체가 가능한 것이 아직의 AI와 LLM의 수준입니다.
5-Forces를 중심으로 훑어봤지만, 코카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시장은 '코카콜라가 없이 햄버거를 먹는 상상을 해보라'는 것 만으로도 고객 충성도를 확인할 수가 있고, Coke라는 브랜드명 만으로도 신규사업자가 이 시장에 들어오기 어려운 장벽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큰 LLM 시장은 막대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을까요?
LLM 회사로 투입된 막대한 자금은 자체 기술력 확보, 브랜드 강화 전략 등에 쓰이고 있죠. Google부터 OpenAI의 최근 지상의 목표는 자체 칩 설계를 통해 NVIDIA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TPU 를 통해 Gemini가 꽤 자유롭기를 바랬지만, 구글 조차도 NVIDIA의 GPU 농장을 떠날 수는 없었죠. 그만큼 이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력이 필요하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강력한 브랜드를 통해 경쟁 모델로의 전환을 막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OpenAI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면서도, 수평적으로 서비스 확장이나 UX 개선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오늘부터 12일간 OpenAI가 새로운 기능을 내놓는 것도 '우리가 1등이야!', '기대할 수 새로운 건 우리만 할 수 있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런 전략들은 LLM 시장의 기술력들이 다들 엇비슷해져서, 반도체 시장과 같은 치킨 게임이 벌어지기 이전에 큰 손들이 '포커판의 레이즈'를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모양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최근 유효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LLM 기술을 활용해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입니다. OpenAI나 Anthropic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고, Perplexity는 파트너를 확장함으로서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 해요.
오늘은 xguru님의 추천 글에서 'LLM 구축은 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 어려운가'에 대해서 같이 읽어보고, 제 생각도 덧붙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