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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탐 Jul 18. 2023

[기고글] 겨울철 전통시장의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라

전기안전공사 - 전기안전 2022년 1,2월호


겨울철 전통시장의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라

용문시장 화재예방 합동안전점검 현장


“어머니, 여기 전선 점검 한 번 해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콘센트 이렇게 쓰시면 위험해요.”


좁은 시장길, 여기저기 잔뜩 놓은 물건들 사이로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반찬 가게 안에 잔뜩 엉켜있던 문어발 전선들도, 건어물 가게 한쪽에 숨어 있던 테이핑이 필요한 콘센트도 이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겨울철 전통시장 화제 예방을 위한 새해 첫 합동 안전점검. 서울 용문시장을 찾은 서울지역본부 직원들을 따라가 보자.




화재, 전기재해에 취약한 전통시장


“여기 잘못된 부분, 테이프로 감아드릴게요.” 권기호 주임이 순식간에 콘센트 피복 테이핑을 완성하는 사이, 김선경 과장은 문어발처럼 꽂혀있는 콘센트들을 분산시키고 상인에게 주의 사항을 안내한다. “아까처럼 한쪽에 많이 꽂아두시면 정말 위험해요. 저희가 분산 시켜 놨으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쓰세요. 아셨죠?” 지켜보던 상인이 그러겠다며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6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직원들이 용산소방서의 요청에 따라 서울 용문시장 합동 점검에 나섰다. 합동 점검에는 용산구청 일자리경제과 시장지원팀과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참여했다. 서울지역본부 인력은 점검부의 박상현 부장과 김선경 과장, 그리고 권기호 주임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합동 조사는 지난해 12월 19일 발생한 동대문구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화재와 관련하여, 겨울철 전통시장 화재 예방을 위한 선제 점검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청량리 시장은 2020년 9월에도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는데, 이처럼 전통시장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건 오래된 전통시장들 대부분이 점포 밀집과 복잡하게 얽힌 낡은 전선 등으로 전기화재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겨울이 되면 난방을 위한 전기 제품 사용이 늘어나 화재 위험은 더 커진다. 설 같은 큰 명절을 앞두면 시장 여기저기 쌓아두는 물건도 늘어나고, 전기 제품 가동률도 덩달아 올라간다. 방앗간같이 온종일 기계를 돌리는 곳도 많아진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의 설 연휴 기간 전기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매년 평균 100건에 가까운 전기재해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도 많아, 설 연휴 기간 전기화재 예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용문시장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용문시장은 오래된 건물과 낡은 전기 시설, 밀집된 구조 등으로 화재 취약성이 매우 높은 전통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노력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안전 점검 외에도 미리몬이라는 원격점검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는 설치된 장소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여 상황을 알리는 원격감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용문시장도 2019년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불이 나기 전 미리몬이 이상 신호를 감지해 알린 덕분에 용문시장 상인회가 늦지 않게 화재에 대처할 수 있었고,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화재 초기 진압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재산상 피해는 에어컨 1개 전소에 그쳤다. 물론 미리몬이 활약하고 있다고 해서 직접 인력 점검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범 사업 중이라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점검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점검부 직원들도 이러한 점검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가게를 꼼꼼히 봐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 과장은 “합동 점검만으로 150개 넘는 점포를 다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들르는 가게만큼은 최대한 꼼꼼히 봐 드릴 생각”이라며, 전통시장의 취약한 점 중 하나인 콘센트를 꼼꼼히 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실제로 전통시장 내 많은 화재, 전기 재난이 문어발처럼 꽂아놓은 콘센트에서 발생한다. 많은 가전제품을 하루 종일 켜 놓는 가게에서 종종 콘센트가 타 있는 걸 발견할 때도 있다.


권 주임은 전통시장 합동 점검에 처음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점검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안전을 위한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전통시장은 설비가 양호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명절 등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시기기 되기 전에 점검해두면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며, 부적합 설비가 개선됐는지 보고 개선 사항과 부적합 내용, 노후 설비 안내 등 구두 통보사항들을 상인들에게 잘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점검부 직원들은 여러 가게의 누전을 점검하고 전연 보강 작업을 했다. 누전차단기 교체도 여러 건 진행하는 등 위험 시설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활동에 집중했다. 용문시장에서도 시설이 특히 낙후된 지역을 더 꼼꼼히 살폈는데, 추운 날씨에 계속되는 외부 작업에도 모두 최선을 다해 골목 구석구석을 점검했다.






가장 중요한 모두의 안전을 위해


권 주임과 김 과장이 한참 차단기 교체작업을 하던 중, 한 상인이 불쑥 작업 현장에 나타나 “갑자기 전기를 내려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인회를 통해 사전 안내를 했었지만, 시장 일원 중에 미처 전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었던 듯하다. 


점검 작업 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불편하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때, 작업을 감독하고 있던 박 부장이 나서자 분위기가 바로 부드럽게 풀려갔다. 그는 시장 화재 위험 때문에 점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게 꼭 필요한 점검이고 지금 이 차단기를 더 안전한 것으로 바꿔드리는 중이라는 점을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전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박 부장의 빠른 응대와 친절한 설명 덕분에 상인은 곧 마음을 풀었고, 나중에는 오히려 점검과 시설 교체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덕분에 다른 직원들의 점검과 시설개선 작업이 멈춤 없이 계속될 수 있었다.


박 부장은 상황을 능숙하게 잘 마무리해놓고도 이런 점 때문에 시장 점검이 늘 조심스럽다며 설핏 웃었다. 전기안전 점검은 전기를 내려둔 채 해야 하고, 시간도 꽤 걸리는 편이라 장사를 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점검이 꼭 필요하니 현장에서 갈고 닦은 대민 능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무난히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다행히 시장 상인들 대부분은 점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전기안전공사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반재선 용문시장 상인회 회장은 이번 점검이 특히나 더 고맙다.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화재 사건을 보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우리 시장도 화재가 몇 번 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경각심이 생겼죠. 나름 화재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역시 이렇게 점검을 와 주시는 게 가장 안심이 되고 좋습니다.”


반 회장은 평소 특히 전기 안전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했다. 건물과 전선은 오래됐는데 날이 갈수록 연결해야 하는 냉장고 등 전기 제품은 늘어가니, 그만큼 과부하 위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 회장은 그래도 전기안전공사 덕분에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웃었다. “미리몬을 달고 나서 훨씬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화재를 미리 막기도 했고요. 이렇게 점검 와주시는 것도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점검이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 햇살이 잔뜩 누워버린 늦은 오후, 날씨는 점점 차가워져서 손이 금세 얼어 버릴 듯하다. 생각보다 시설이 열악하고, 교체나 점검이 필요한 곳이 많았던 현장.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을 누볐던 점검부 직원들이 슬슬 점검을 마무리한다. 이제 일을 마친 걸까? 권 주임이 고개를 젓는다. “시장 점검이 끝났으니, 이제 원래 제가 하던 점검 일을 보러 갑니다.” 사다리를 한쪽 어깨에 추켜 올린 권 주임과 김 과장이 서로를 보며 씩 웃는다. 겨울, 화재 위험이 높은 위험한 계절. 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의 겨울은 안전하다.






[미니 인터뷰_박상현 점검부장]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본부 직할 점검부의 박상현 점검부장입니다. 오늘 김선경 점검과장과 권기호 주임과 함께 합동 점검에 참여했습니다.


2. 오늘 어떤 활동을 하셨습니까?

용산소방서의 요청으로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합동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취약한 구역의 전기설비 안전점검과 노후·불량 전기설비 시설 개선 활동을 했습니다.


3. 이런 화재 안전 점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통시장은 여러모로 화재에 취약해서 위험 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과 시설 개선 활동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전기 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전기사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4. 오늘 점검행사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합동 점검만으로는 내실 있는 점검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보다 내실 있고 충실한 사회적, 구조적 장치가 보완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5. 전통시장 화재 안전을 위해 추가로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십니까?

전통시장 전기화재는 정온전선, 전기장판과 전기난로 등 전열기의 축열과 노후 전기제품의 사용, 분진 등에 의해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부주의에 의한 화재도 많으니 상인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청드립니다.




[전기안전 2022년 1,2월호 보러가기]

https://www.kesco.or.kr/docViewer/skin/doc.html?fn=4AA1BE7E-ED3B-9F73-EBED-4166D2745E2D.pdf&rs=/docViewer/res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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