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테크노파크 풍력발전소 사용전검사 현장/ 전기안전 2022년 1,2월호
아직은 차가운 바다. 그 위를 쓸듯이 불어온 서늘한 바람에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풍력발전소 블레이드가 커다랗게 회전한다.
그 사이로 혼자 가만히 멈춰서 있는 발전소 한 기가 눈에 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 즈음에 우뚝 선 유독 커다란 발전소. 바로 오늘 사용전검사를 받게 된 새 풍력발전소다.
영광의 한 해안가에서, 풍력발전소 사용전검사에 나선 본사 전력계통검사처 신에너지검사부의 우승균 차장과 이승재 대리를 만났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풍력발전소 설비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4.8MW에 불과하던 국내 풍력발전 용량은 2017년 기준 1,139MW까지 증가했고, 이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발전 용량이 이만큼 늘어났다는 소리는 그만큼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관련 업무도 늘어났다는 소리와 같다. 100Kw 이상의 사업용 설비 검사의 경우 전적으로 본사 신에너지검사부에서 검사를 맡기 때문이다.
우 차장과 이 대리도 막 공사가 완료된 풍력발전소의 사용전검사를 위해 영광군 백수읍을 찾았다.
“안전 장구 다 착용했지?”
나셀의 변압기를 보기 위해 타워 내 승강기에 오르기 전, 우 차장과 이 대리가 한 번 더 안전 장구 착용 상태를 확인한다.
외관검사부터 비상정지 및 안전장치 검사, 과속도와 종합연동 시험, 부하운전 시험까지. 검사해야 하는 내용이 워낙 많기 때문에 검사는 보통 2박 3일에 걸쳐 진행된다. 그만큼 확인해야 할 게 많으니 마음이 급할 법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안전 확인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 마지막까지 서로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 한 둘이 승강기에 오른다.
이날 검사는 평소 주로 보던 4MW 짜리가 아닌 8MW 짜리 발전소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검사가 고용량 해상 발전소 상용화 효율을 확인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에 둘은 모든 과정을 더욱 꼼꼼히 진행하려 애썼다. 인근 해상에 이 정도의 대용량 발전소 운용이 가능한지를 이번 검사를 통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셀 내부 화재방호 설비는 잘 설치되어 있네”
“구조물도 이상 없어 보입니다.”
우 차장이 변압기 접지선 연결을 집중해서 확인한다. 사업용 설비만 10년 이상 본 우 차장. 검사를 진행하는 눈빛이 날카롭다. 이 대리도 우 차장과 최대한 긴밀히 보조하며 혹시 놓치는 점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이어진 검사 시간. 둘은 수많은 항목을 체크하고 가동하고, 시험해보길 반복했다.
우 차장과 이 대리는 검사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풍력발전소의 특성상, 사용전검사 중 난처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부하운전시험을 할 때는 건설 당시 정부에 신고한 만큼의 출력이 2시간 동안 계속 나와 줘야 합니다. 이때 바람이 잘 불어주지 않으면 이 출력이 잘 안 나와서 검사가 힘들어지죠. 갑자기 바람이 멈추기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2시간을 확인해야 하니까요”라며 검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에너지검사부의 업무는 풍력발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사업용 설비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풍력, 수력, 화력 등 기준 이상의 사업용 전기 설비 사용전검사는 모두 신에너지검사부 직원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해당 시설 업무를 보다 보니, 이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
“업무 특성상 외진 곳까지 검사를 하러 갈 때가 많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풍력발전소도 많고요. 100Kw 이상의 사업용 설비는 본사 전력계통검사처의 신에너지검사부에서만 보기 때문에 일곱 명의 직원들이 전국의 해당 파트를 모두 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교통 이동이 많은 편입니다.”
우 차장은 이 때문에 작업 시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이동 시 교통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웃었다.
그 외에 검사 일정이 시공 기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시공사 측의 사정에 의해 검사가 갑작스럽게 미뤄질 때도 있다. 또한, 3MW 정도의 작은 발전소를 검사할 때는 내부에 따로 승강기가 없어서, 50m 가까운 타워를 사다리에만 의지해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검사해야 할 풍력발전소가 해상에 있는 경우는 업무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어떨 땐 배로 1시간 반씩 나가기도 합니다. 작은 배로 접안하기 때문에 파도가 치면 이동하고 하선하기가 힘들 때도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풍력발전소 설치 장소는 육상에서 해상으로 점점 옮겨가는 추세다. 육상 발전소 설치 가능 지역이 거의 다 찼고, 관련 민원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반영하여 점점 바다 위에 발전소를 시공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덩달아 발전 용량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 차장과 이 대리는 앞으로 바다 위에서 진행하는 검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연말쯤이면 아마 제주도에서 대단위 해상 풍력 발전소 검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우 차장. 해상 업무 증가에 따른 어려움은 없겠냐는 질문에 둘은 “바다 위라 접근이 좀 힘들겠지만, 기본적으로 늘 하던 업무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의연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도 겨울 바다는 아무래도 꽤 추울 것 같다”며 웃는 둘의 얼굴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함께, 맡은 업무를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단단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에너지검사부 직원들은 언제나 업무에 자부심을 품고 임한다. 이 정도의 대용량 설비를 검사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 차장은 “이렇게 큰 설비의 마지막 검사를 저희가 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저희가 검사한 설비가 전력 계통에 영입돼서 국가에 꼭 필요한 전기를 생각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 1월 해당 부서로 발령 난 이 대리도 맡은 업무가 보람차고 뿌듯하긴 마찬가지다.
“저희 전력계통검사처에 전기 직분이 저까지 일곱 명인데, 이 일곱 명이 전국에 있는 100Kw 초과 풍력발전기를 모두 다 검사합니다. 이를 생각하면 자부심도 생기고, 회사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검사 나오기 전에 열심히 공부했다며 웃는 이 대리. 이를 바라보는 우 차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린다.
검사 과정 내내 동행한 현장 관계자도 공사의 검사 업무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 검사가 전기적 안정성을 보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며, 공사의 이런 검사 업무가 “풍력발전소의 전기안정성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영하는 데에 꼭 필요한 도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검사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 대리는 이날 검사가 좋은 공부가 되었다고 말했다.
“전기직으로서 이런 대용량 발전소 업무를 경험하고 배우는 게 큰 자산이 됩니다. 오늘 같은 업무를 통해 많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선배님들 검사하시는 모습 잘 보면서, 쌓아 오신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고 싶습니다.”
우 차장도 이 대리와 함께한 검사 업무가 만족스러운 기색이다.
“이 대리와는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검사 업무를 나왔는데,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일이 잘 끝나서 기쁩니다. 이 대리가 옆에서 질문해 줘서 저도 들으며 새로 깨닫는 것들도 있었는데, 그런 점이 참 좋았습니다. 또 8MW라는 큰 용량의 테스트베드 설비 검사를 잘 마쳐서 우리나라 전력 설비의 안정적 운영에 일조한 거 같아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 동시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더더욱, 우 차장과 이 대리를 비롯한 신에너지검사부 직원들은 맡은 업무에 단 한 순간도 소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작은 부분 하나 놓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안전하게 생산된 전기가 국토 곳곳으로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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