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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훈 Sep 02. 2021

러빙빈센트 - 사랑하는 너와 나의 빈센트.

미술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해서, 누가 뭘 그렸고 어떤 시대에 어떤 화풍이 있었고, 대표하는 화가는 누구인지 헷갈리고 잘 모르지만, 딱 그림만 봐도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있다. 바로 고흐, 이중섭 같은 사람의 그림이다. 다른 화가들의 화풍도 독특하고 유명하겠지만, 저 두 명의 경우는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게다가 유명하기도 하고 말이다. 

애석하게도 두 인물은 불행했던 삶마저 닮아 있다. 살아생전 그림이 팔리지 못해 애를 먹었던 고흐는 평생 가난과 싸우다가 자살했다. 이중섭 역시, 복잡다난하던 전후 대한민국에서 가난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싸우다가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죽었다. 죽어서 그의 시신은 무연고시신으로 방치되었고, 문병을 왔던 친구들이 그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 역시, 죽어서 인정받고 죽어서야 작품이 팔렸다.  

어디가서 고흐나 이중섭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 감정은 순수하게 그림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단 불쌍한 인물들에 대한 동정심도 한 몫 할거다.  그랬다. 그 두 인물에 대한 내 감정은, '동점심'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 영화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고흐의 죽음을 추적하는 스릴러다. 예고편으로 보던 화면으로 봤을 때는 전혀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상외로 굉장히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였다. 사실 그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자살인지 타살인지 논란이 있다고 한다. 머리도 아니고, 심장도 아니고, 복부에 총을 쏜 점. 그리고 총을 쏘고 난 뒤 2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왔던 점. 그리고 그 총은 발견되지도 않았으며, 당시 고흐에겐 총을 마련할 재정상황이 아니었다라는 점 등이다. 우리에겐 김광석의 죽음이 그랬고, 김성재의 죽음이 그랬던 것처럼, 고흐라는 인물도 죽어서 끊임없는 의문점들을 남겨놓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재밌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굉장히 의문스러운 실제 사건을 굉장히 잘 구성해서 우리에게 훌륭한 스릴러로 보여주지만, 사실 영화를 보고나면 고흐가 자살로 죽었는지, 타살로 죽었는지는 우리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 진실에 대한 갈증보다, 고흐의 그림에 대한 사랑과, 고흐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다. 

실제로 고흐를 너무나 애정했던 후배 작가 100여명이,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제작한 영화다. 덕분에 우리는 생전 보지도 못했던 화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안에서, 고흐의 작품은 살아서 숨쉰다. 그 숨기운을 관객은 바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봤던 그 붓터치 한줄 한줄이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걸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이뤄놓은 전무후무한 영화적인 성취다. 사실 단지 그 성취를 위해서만이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영화적 성취'의 너머에 있다. 이 영화는 고흐라는 한 인물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송두리채 바꿔놓는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우리가 그렇게 동정심을 가지고 바라봤던 불쌍한 천재화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했고,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으며, 우리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가 된다. 고흐는, 온 일생을 바쳐서 본인의 감정과 사랑을 화폭에 담아냈던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그저 그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사실 그 이외의 느낌들은, 기억에 남지 않게 된다.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되는 고흐에 대한 감정이 너무나도 묵직해서,'Starry Starry Night'이 흘러나오는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고흐를 사랑하게 되고, 우리가 가본 적 없는 남부 프랑스의 아를이란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제서야 그의 죽음이, 그리고 사람들이 광기라고 표현했던 그의 감정이 납득이 간다. 그는 죽을 수 밖에 없었고, 절실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린 단지 그가 남겨놓은 그 날 것의 감정을 화폭을 통해 느낄 뿐이다. 그저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어쩌면 그게 고흐가 원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모두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보고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고흐의 그림이 자꾸 잔상에 남아서, 이번 주에는 '러빙빈센트전'을 보러 가야겠다. 그렇게 고흐를, 머리와 가슴에 계속해서 남기고 싶다. 



                                                  [이 눈빛이 계속 잔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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