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란 배에 오르려고 했다. 그랬는데, 일단 조립부터 해야한다.
스타트업이란 굉장한 아이템과 놀라울 정도의 열정이 넘치는 곳처럼
많은 곳에서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럼 스타트업이 아닌 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그저 남자 셋이서 매일 디자인하고 피드백받고 다시 수정해주고 완료를 해내는
정확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스타트업이란게, 뭔가 원피X같은 느낌 아니었어?
동료들이 열정에 넘치는 그런 곳?
얘기하고 싶은게.
스타트업이 그렇게 마냥 열정에 막 복받쳐올라
매일매일 놀라울 정도의 아이디어와 마라톤 회의로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결국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는 곳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젊은 사람들끼리 뭐가 되겠냐는 온갖 비아냥은 기본이오,
'그래도 대기업이 좋지 않겠니'라는 수많은 압박(?)은 셋트로,
매일 부족한 잔고에 김밥 한 줄 사먹기 망설일 때 오는 그 좌절감은 제공 옵션이니까요.
우리는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버텨보자. 분명 빛이 보일거야.
이 빛나지만 손에 쥘 수 없는 말들이 주는 위안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요.
얘기가 조금 옆길로 새버렸습니다.
제가 그 좋은 기업들을 지원도 해보기전에 여기로 오겠다고 결심한건
'도대체 나란 사람의 특별함이 뭐인가' 라는 점이 가장 걸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문돌이로
그나마 이것저것 해보았다는 것이 위안이 되는 평범 1, 엑스트라1 이었다고 생각해요.
기가 죽었다거나, 아 문과는 망했구나 그 생각이 아니라
도대체 나란 사람을 왜 써야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뭘 잘하는지,
내가 정말로 잘할 수 있는 일은 또 무엇인지.
저는 아무것도 확언할 수 없었고
결국 남은 것은 '저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남들만큼 평범하게 늙을 것이고,
체력이나 열정 역시 평범하게 점점 사그러들겁니다.
따라서 이런 열정과 패기, 노력의 정도를 어필해도 결국 향기없는 꽃 정도가 되었겠죠.
저의 재능을 먼저 알아봐준 지금의 동료들(이자 상사이자 형들) 에게 고마웠고
저 역시도 뒤돌아보니 무작정 열심히만 해왔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보다 학벌도, 활동도 뛰어난 친구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며
맥주 한 잔에 울분 아닌 울분을 토해낼 때. 나는 그 때 더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 이렇게 살다가 정말 살 발리고, 골수 뽑혀먹고 버려지는 감자탕 뼈가 되겠구나. 라고 말이죠.
저는 지금도 제 스스로가 엄청난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확언은 할 수 없습니다.
절대 대기업, 더 큰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렇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의 가치가 좀 더 빛을 발하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을 찾자
그것이 저의 이 시기의 결정이었을 뿐입니다.
물론 매일 매일 아름다울 수 없는 이 작은 곳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은 힘들지만
글쎄요. 제가 만약 입사했더라도
지금쯤엔 저의 일에 행복했을까요 아니면 안정된 기분에 행복했을까요.
아니면 매달 월급의 행복을 느끼고 살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