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라는 꿀같은 이야기 - 1

허허벌판에서 소리질러도 뒹굴어도 괜찮다니.

by 기획신인




스타트업이란, 말 그대로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그만큼 상당히 달콤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가령 자유로운 출퇴근이라던가,

회식이나 조직문화가 거의 없는 분위기.

게다가 사정이 생기면 언제든지(?) 가버릴 수 있는 곳 등등.



맞아요. 이건 시작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죠.





만들어진 조직에서의 가장 중요한 점은

'튀어오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느닷없이 튀어오르면

그걸 잡고 다시 놓는데에 시간이 걸린다는걸 잘 알고 있어

가급적이면 조용히, 일정하게 움직이고 그게 빠른 처리를 만든다죠.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과도 같습니다.


누가 크게 뭐라 할 아버지같은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끌고 올라가 '너 왜 그러냐'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이거 이래도 되는건가' 와 같은 불안감이 항상 엄습합니다.




사실 저만해도 이 곳이 아주 처음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직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저로썬, 출-퇴근은 절대적인 문제였었죠.

5분만 늦어도 왜 늦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하고


어떤 날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얘기해야하나'싶어 괜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 날 따라 버스가 안잡히고, 버스기사분이 그렇게 느긋할 줄 몰랐으며,

이상하게 또 신호등은 왜 이렇게 또 자주 걸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싶었지만


제 대답은 죄송합니다. 였어요.


사실 제가 무슨 변명을 한들 '늦었다' 라는 사실에만 집중을 하니까요.

니가 5분, 10분 더 일찍 나오면 되잖아? 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죠.



그에 비하면

이 곳에서의 6개월 생활은 정말이지,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아침 9시 칼같이 모두 나와

인터넷 쇼핑을 할 지언정 앉아는 있어야 했던 그 암묵적인 것은 없고


느즈막히 나와 '어 왔어' 라는 인사가 전부였으니까요.


어 왔어라니.



아침 일찍나와 청소와 정리까지 마치고 앉아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무작정 뭐라도 하고 있던 제가 약간 바보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일찍 나와서 크게 할 일이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이었어요. 그냥.



어쩐지 늦으면 뭔가 이상해서.

아침에 빠릿하게 나와서 청소하고 인사하고 아침을 맞이하는게 뭔가 뿌듯하지 않나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체계가 잡혀있는 곳에 가지 않고, 체계를 잡아가야하는 곳에 들어온 이상

저 역시도 '효율'이 무엇인지 꼼꼼히 스스로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뿌듯함이니, 그래도 모두가 그러니까.


이런 소리는 그저 위안은 될 지언정 제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었죠.



서류 한 장에도 수많은 체계가 숨겨져있는 곳들과 달리

여긴 서로 그냥 얘기하고 의논하며 필요없다면 버리고, 필요하면 취하는 방식이 우선이긴 합니다.


단 이런 것에 전혀 익숙해지지 못하거나

그래도 체계적인 것을 배우고 싶다면. 스타트업에 기대하기는 힘든 것입니다.


스타트업에는 워낙 창의적이고,

에너지들이 넘쳐서 그런 것도 필요없나 싶겠지만

그런 것은 또 아닙니다.


그저 체계를 잡는데 모두의 데이터가 동시에 쌓여야 하고

그 기간이 걸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 조금씩 양보 혹은 고수를 해가며 잡아가는 것이죠.



정신차리지 않으면 같이 게을러지거나,

그래 너는 너 나는 나와 같은 지독한 개인주의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내가 모든 체계를 만들 수 있겠네? 내가 이 곳을 기획할 수 있겠네 라는 말은

지극히 내 생각입니다.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잘 지켜지도록 항상 기억하고 개선점을 항상 체크할 것.


그것이 스타트업에서 제가 처음 배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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