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서류를 작성하고 싶어요
나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다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 혼자 할 수 잇는 것들도 있지만, 때로는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들이 참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주민센터에 가는 일이다.
주민센터에 가는 게 왜 힘드냐고 할 수 있다. 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뭔가를 신청하면 되는 곳이니까. 그런데 그 서류 작성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난관에 부딪친다. 어떻게 보면 비장애인들이 혼자 할 수 잇는 걸 시각장애인들은 옆에 보호자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바로 서류 작성이다.
시각장애인은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서류에 쓰인 글자를 읽지 못한다. 하지만 서류는 점자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도움을 받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이건 비단 주민센터만 그런 게 아니다. 휴대폰 대리점, 은행,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서류 작성시 혼자 갈 수가 없다. 심지어 휴대폰 수리센터는 태블릿에 직접 휴대폰의 문제를 표시하고 적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음성으로 읽어주지 않으니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이 서류 작성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가장 난감할 때는 내 개인정보를 적어야 할 때다. 나는 주로 개인정보를 적을 때 활동지원사 선생님 귓가에 대고 말을 한다. 내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듣는 게 싫기 때문이다. 주민등록 번호도 그렇게 하고, 아니면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여주며 번호를 적게 한다. 이렇게 해야 안심이 되고, 내 개인정보가 노출 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이것도 활동지원사 선생님과 어느정도 친해졌거나 익숙해졌을 때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 정보를 알려주고 말하는 건 조금 어색하다. 집 주소나 휴대폰 번호는 어느정도 괜찮다. 그건 지원사 선생님도 알고 있는 정보라서 어느정도 안심이 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것은 살짝 꺼려진다. 예를 들어 내 카드 번호나 내 통장 번호 같은 건 적을 때 알려주기 망설여질 때가 있다.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그걸로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 되는 게 요즘은 불안하게 여겨진다.
사람들은 내 글을 보며 '너무 예민하네'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도 도움 없이 서류를 작성하며 내 정보를 누군가에게 노출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도 여러 정보를 지니고 있다. 그걸 누군가 알게 되고, 타인에 의해 적힌다는 건 너무나 답답한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사회 시스템이 많이 나아진 상황이다. 은행에서도 종이로 하던 동의를 태블릿으로 하는데, 이것 역시 나름 발전 햇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 태블릿들이 다 음성이 돼서 시각장애인들이 올 때 혼자 할 수 있게끔 된다면 좋겠다. 주민센터도, 병원도 종이로 작성하는 게 아닌 태블릿을 설치하고 그것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편히 서류를 작성하고 원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이런 것들이 충족 되지 않았지만, 먼 훗날에는 충족이 돼 시각장애인들이 더 이상 도움 없이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 변화가 시각장애인에게 작은 불씨가 될 수 있기를 오늘밤도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