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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도 뭐든 해낼 수 있어요

by 삐약이

요즘 사람들을 보면 직업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내 주변인들도 직업을 구하기 위해 여러 일자리 면접을 보고 안 되면 다시 면접을 준비하는 일상을 지낸다.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인 친구들이 있다.

우선 나는 직업이 있다보니 친구들에게 힘 내라는 말밖에 해 줄 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직업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요즘은 직업을 준비하는 것도, 구하는 것도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친구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 주변인들은 시각장애인이 많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니 당연하겠지만, 그들의 준비 과정을 보면 다 녹녹지 않은 과정을 거쳐 사회에 나옴을 늘 실감하게 된다. 사회에서의 벽을 허물기 위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그들은 늘 우울해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늘 다시 털고 일어나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어떤 길이든 가라고 응원해주고 싶고, 그 길로 꼭 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직업'은 도전의 장이자 어려운 발걸음은 내딛는 첫 순간이다. 대학을 나오고,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면 여러 사람과 부딪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눈 상태를 알게 되고, 사람들이 악의 없이 하는 말에 상처 받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스템 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인식 문제로 인한 상처도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어떤 시각장애인은 공무원이 됐는데 보조기기를 신청 했지만 받지 못해 고생한 사람도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직업에 대한 제도는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나는 알게 됐다.

다른 선지국에 비해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다.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안마사, 점역교정사 등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그 중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건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나처럼 심한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나 점역교정사로 일하거나 사회복지사를 준비해 복지관에 들어가 일을 한다. 요즘은 직업도 다양해져 유튜버를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잇으나 아직은 드문 일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 중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이하는 직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잇다. 자격증 역시 시각장애인만 딸 수 있고, 이 자격증이 없다면 안마를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주변 시각장애인들 중 안마를 하거나 본인이 각를 차려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고, 나처럼 경로당을 돌며 일을 하는 분들도 계신다.

직업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어려운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에게 정보 접근은 어려움의 대상이다. 눈으로 보고 정보를 파악하는 것과 오감으로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오감으로만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그만큼 집중을 해야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어떠한 일을 하게 되면 늘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노력 없이 해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시각장애인이 포함 돼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한다.

내가 하는 안마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만지며 어느 부위가 더 아프고, 더 안 좋은지를 늘 집중해 알아내고 늘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몸으로 체득해 익혀야 한다. 그리고 그것도 안 되면 누군가의 도움은 필수 불가결이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 속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은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기 힘든 일이라도 해내려고 하고, 자신이 맡은 바를 최선을 다 한다.

몸을 사용해 모든 걸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사람들과 섞여 열심히 일을 한다. 때로는 휘청 거리고 넘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그 속에도 시각장애인만의 노하우가 있다. 그러니 시각장애인을 볼 때 너무 긴장할 필요도 없고, 너무 보호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비장애인처럼 다닐 수도 있을 정도로 시각장애인의 감각은 단련 돼 잇다.

직업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할 일을 열심히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한다. 내 주변 시각장애인들은 늘 그랬고, 그래서 늘 계약직으로 일해도 열심히 했다. 힘들어도 서로 얘기하면서 풀었고, 그 일에 대해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회에서 볼 때, 시각장애인들의 느린 걸음은 답답해보일 수도, 불안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도 노하우가 있고 다 해낼 수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도 더 이상 직업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세상보다 넓은 세상에서 직업을 펼치기를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느려도 할 수 있음을 알아준다면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은 훌륭한 파트너가 돼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나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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