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에게 고기를 선물한 호랑이 이야기
애초에 글을 쓰는 방향을 연애나 결혼 이야기로 채우려고 했던 건 아닌데..
뭔가 풀리지 않고 답답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다 보니
연애에서 결혼으로..결혼에서 일상으로..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담긴 글들이 하나 둘 채워지게 되었다.
이토록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가..
문득 이토록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 있었으며..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보려고 이토록 노력해 본적도 없음을 꺠닫게 된다.
어쩜 많은 사람을 만나봐라, 혹은 많은 남자를 만나봐라 하는 말들로
연애를 많이 하고, 혹은 연애를 오래 하더라도
연애와 결혼이 다르다는 건
누군가의 시의 구절처럼
누군가와 결혼이라는 인연을 맺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와 상처와 주변의 소속된 것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며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명쾌하게 떨어지지 않는 엉킨 실과 같아..
그 흔적들을, 그 원인들을 파헤쳐 가면서
자꾸 자꾸 깊이 땅을 파
빙산의 일각은 어떤 빙산을 가지고 있는 건지
알아가고 또 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 역시 과거와 미래와 상처와 주변의 모든 것들이
서로 뒤엉켜 있으며 그 안에 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발현될 때
이 것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빙산이었으며..
내가 알고 있는 나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는 것.
아무튼 내가 아는 나는 그가 보는 내가 아니며
내가 생각하는 장점은 그가 생각하는 단점일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별거 아닌 일은 그에게 별거 일 수 있다는 것을
꺠달아 가는 과정이 결혼의 과정이며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상담가가 사연을 읽고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들은 적이 있다.
30대 여자이고 결혼을 앞두고 두려워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상담가가 해준 말이 소름끼치게 정확해서 기억이 난다.
지금 그 사람을 만나는 이유가 (자상해서, 친절해서, 사교적이어서 등)
이면의 특성으로 발현될때
(자상함이 잔소리로 친절함이 모두에게 친절함으로 사교적임이 유흥을 좋아함으로 )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내가 좋아하는 어떤 면이 분명 그 사람의 특성이고..
그 특성은 장점일수도 , 단점일수도 있다는 것..
분명 그 사람은 변한게 없는데..
심지어 수없이 많은 단서들을 남겼는데..
우리는 애써 못본척 했거나, 안보였거나..
그런 면들이 단점으로 다가올 때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결국 누군가를 만나는 이유가, 헤어지는 이유가 된다는 것.
생각해 보면 정말 어렵다.
어떻게 한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면을 분석하고,
과거를 파헤치고, 미래를 예측하고, 주변환경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런 식의 분석이 설사 가능하다고 해서.
그걸 알면 알 수록 과연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겠는가.
또한 나라는 사람 역시 나에 관해 깊이있게 고민한 경험이 별로 없다.
내가 가진 장점이 어떤 식으로 단점으로 비쳐질 수있는지.
내가 가진 성격이 어떤 과거에서 연유한 것인지,
내가 나아갈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내 주변환경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가 어찌 내 자신을 다 알 수 있을까.
결국 나와 나의 관계도,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깊이 있게 들어갈 수록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것.
나 역시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기분에 따라
가치관과 선택이 바뀔수 있으며
타인 역시 내 기준으로 그 어떤 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풀을 먹는 토끼에게 고기를 선물한 호랑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 준적이 있었다.
그저 동화책이었는데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마음은 분명 사랑인 거 같은데..
분명 무언갈 주고 싶었고, 나에게 소중한 걸 선물하고 싶었는데..
전할 수 없는 그 사랑이 현실이 되면
토끼는 분명 허기짐에 지쳐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