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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Nov 19. 2024

그토록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런던, 햄프스테드 히스(London, Hapsted heath)

그냥, 휘둘러본 그리움 

London, hampstead heath.


그대들이

그리운 곳은 어디인가요?

런던, 햄프스테드 히스


다시 가을이 됐다.

오랜만에 런던 사진을 꺼내어 본다.

낙엽 이불 깔린 햄프스테드 히스


5개월을 살았던 몰타를 떠나 처음 만난 낯선 도시 런던,

공원이 많은 런던 곳곳은 상암과 너무도 닮았기에

런던은 집에 돌아온 느낌이 들 정도로 첫날부터 익숙했다.


갈 곳 많은 런던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했던 곳은 '햄프스테드 히스'다.

런던 북부에 있는 햄프스테드 히스는 관광객들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지만  

런더너들에게는 자연을 만끽하며 느긋한 주말 일상을 보내는 곳이다.  

나도 관광객이었다면 갈 곳 많은 런던에서 부러 여기까지 찾아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도심을 바라보며 트레킹


'햄프스테드 히스'라는 지명이 왠지 익숙하다 싶다면

당신은 영화 '노팅힐'을 좋아하거나  축구선수 손흥민을 좋아하는 사람일 게다.

햄프스테드 히스의 '켄우드 하우스'는 영화 '노팅힐'이 촬영된 곳이고

햄프스테드는 손흥민 선수가 사는 곳이자 요즘엔 한국의 서래마을이라는 얘기를 듣는 곳이다.


햄프스테드 히스는 헨리 8세의 사냥터였던 곳으로 96만 평이나 되는데

서울숲의 5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다.

공원의 크기도 크기지만 자연적인 숲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공원이라기보다 '숲'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영화 노팅힐 촬영장소, 켄우드 하우스
런더너도 잘 모르는 더 힐 가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별일 없는 주말엔 어김없이 햄프스테드 히스를 누렸다.

사람들이 제 편한 대로 걷고, 앉고, 눕는다.  

그 모든 것은 그대로 햄프스테드 히스의 풍경이 되었다.

느긋한 일상마저 풍경이 되는 햄프스태드 히스


하릴없이 숲을 걷다가 벤치에 기대 않으면

이젠 제 몫을 다한 여름 태양이 가을로 서서히 스며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때때로 해 질 녘 풍경이 어찌나 오묘하던지 어스름한 고요 속에 한참 동안 말없이 머물기도 했다.


그런 날은 감정이 한껏 차올랐지만 런던에선 혼자였기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웠다.

가끔 외롭기도 했지만 혼자라서 꽤 괜찮기도 했다.

햄프스테드의 해 질 녘
프림로즈 힐 보다 훨씬 좋아  히스의 해 질 녘


비록 두 계절, 짧게 살아본 런던이었지만

돌아올 땐 영영 내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처럼 가슴 한 켠이 뻐근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런던에 그렇게 정이 들지 몰랐기에 스스로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때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상암의 가을을 걷노라면 자연스레 햄프스테드 히스를 걷던 런던의 가을로 향한다.


돌이켜보면,

런던에서 보내는 치열한 시간 속에 햄프스테드 히스에서만큼은

잠시나마 한가로울 수 있었던 내 인생의 찰나 같은 순간이었다.

잠시 멈춤


손 내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가을.


문득문득,

가을에는 런던이,


햄프스테드의 가을이,

그립다.


내가 햄프스테드 히스를,

런던을,


그토록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Tire of London, Tire of Life!  


당신은,

어떤 곳이 그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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