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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군 Apr 05. 2021

변화는 현재를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08 - 현황 파악 1

 오래전부터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활용해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6~7년쯤   같다 싶었는데, 구글 드라이브 기록을 뒤져보니 New Ver.  붙은 수입/지출 관리 파일을 만든  벌써 7 전이다. 처음 파일을 만든  그보다 1~2 전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지출만 있던 삶에 처음으로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돈의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처음 파일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숫자를 나열하고, 이것저것 기록하고, 재고 따지면서 한 달, 육 개월, 일 년의 재무 상태 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숫자를 늘어놓고 나면, 머릿속으로, 또는 통장을 스치는 숫자를 가지고 어림짐작하는 것과 나의 재무 현황이 퍽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원 단위까지 딱 맞춘 구글 스프레드 시트 속의 숫자를 바라보면 앞으로 어떤 액션을 취해야 좋을지 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 무렵에는 더 나은 재무 관리 방법 같은 것보다는 그저 현황을 잘 파악할 수만 있어도 나의 재무 상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꽤 흥미로웠다.


7년 전 Balance Sheet_New Ver. 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파일을 비록 중간에 수입이 없는 시기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생길 즈음이면 다시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부지런히 고쳐 쓰곤 했다. 최근에 다시 제법 열심히 기록을 시작한 것이 이번 회사에 들어갈 무렵이었으니, 그것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이젠 새로운 시트도 조금 더 추가하였고, 다달이 나가는 대출금 상환 정보나, 하루의 지출을 기록하고, 메인 시트에 반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2014년에 기존 버전을 개량해 만든 Balance Sheet_New Ver.


하지만, 최근 이렇게 가까운 미래의 수입/지출만을 확인하는 지금의 시스템에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수입이 없을 때 발생한 여러 재무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자금 관리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다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만, 2년여의 수입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니 금세 뭔가 더 나은 재무 관리 방법은 없을까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개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개선을 원한다면 (제대로 된) 현황 파악부터


그렇게 개선을 생각하자 바로 머릿속을 스친 것이 그동안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현황을 파악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그간도 제법 열심히 현황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지출 내역을 정리하면서 매번 했던 생각이 있었다.


도대체 나의 지출은 왜 이렇게 매월 예산을 초과하는 걸까?

물론, 지출이 예산을 초과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시의 기분에 따라, 혹은 적당한 사회생활을 위해 순간의 판단에 의해 지출을 했기 때문이었다. 예산을 정해두고 그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면 지출이 과해 예산을 초과하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드물었을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 비해 생활비도 제법 넉넉하게 책정하기 시작한 지 수개월이 되었다.


예산이 없다면 카드가 있지 - https://unsplash.com/


처음엔 정해진 예산을 지켜보려고 생각도 해봤다. (시도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그래도 결국 고민하다 카드를 꺼내어 들곤 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매번 재인식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예산을 늘려서 돈을 덜 쓰는 척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억지로 지켜보는 시늉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돌고 돌아 나온 생각은 이랬다.


나는 나의 지출 방식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시간을 처음 기록할 때에도 그랬다. 나는 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만족스럽기도 하고, 내가 정작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하루를 분 단위로 기록하기 참고)


재무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정확히는 재무 상황이 아니라 소비(지출) 습관에 대해 그러했다. 나는 물건을 많이 사는 사람도 아니고, 맛집 투어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술도 자주 마시지 않고, 담배는 피우지도 않는데, 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내 통장을 빠져나가곤 했다.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쓰는지 궁금해서 1년이 넘게 지출 내역을 일별로 정리해봤는데, 그냥 내역을 주욱 보고 있으면 다 내가 썼던 내역이고, 수긍이 가는 내역이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그 내역이 모이고 모여 태산 같은 금액이 된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 네가 썼어? - https://pixabay.com/


그래서 어떻게?


그래서 이번에는 예산을 새로 짜고, 개선을 생각하기 전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현황 파악은 당장의 상황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그저 제삼자의 눈으로 나의 현재 재무 상태는 어떻고, 나의 소비 형태는 어떠한지 지켜보는 것에 가깝다. 아무런 계획이 없을 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지출의 방식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소비 습관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계정 항목에 한 달에 얼마나 지출하는지, 계절별로 혹은 연간으로 일어나서 평소에는 염두에 두지 못하다가 갑자기 발생하는 지출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 일 년간은 일별로 지출한 내역과 금액도 함께 기록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성한 일별 지출 내역이 있다. 물론 최근 다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중 많은 기간의 지출 금액이 항목별로 나뉘어 있지 않고, 일별로 뭉쳐져 있지만, 까짓것 조금만 고생하면 통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잘 분리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한두 주에 걸쳐서는 과거의 지출 내역을 항목별로 분리하고 이에 대한 통계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가능한 다양한 방식으로 숫자를 주무르며 나의 지출 방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이 이번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의 목표이니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번에 좀 더 제대로 현황을 파악하고 나면 개선점은 자연스레 따라 나오리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니 한 번 시작해보자.


어차피 컴퓨터가 다 해줄 거잖아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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