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군 Apr 13. 2021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09 - 현황 파악 2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품이 드는 작업은 데이터를 모으고 정제하는 작업이다. 잘 정제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데 들어가는 품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데이터 분석 전 과정에 들어가는 품의 5~10%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5~10%가 많아서 과장인지 적어서 과장 인지도 불분명할 정도) 그만큼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고, 잘 정제하는 작업은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위해 데이터를 쌓을 때면 항상 얼마나 많은 정보를 남겨야 할지, 어떤 형식으로 남겨야 누락이나 중복 없이 잘 남길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문제는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제대로 데이터를 남기지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충분한 인사이트를 위해서는 잘 정제된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 https://pixabay.com/


직접 양식을 만들다


사실 완전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간 지출을 정리하던 양식이 있었고, 이를 정리하기 위해 그간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항목을 넣어 간단하게 지출 내역을 정리할 수 있는 양식을 만들었다. 이제 쌓아왔던 내역을 잘 분리해서 정리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여자 친구가 수입지출 내역을 정리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내 수입지출 내역을 정리할 양식이라고 만든 엑셀 파일을 보여줬다.


흐음... 이렇게 만들면 나중에 통계 내기 힘들 것 같은데... - https://pixabay.com/


엑셀 파일은 그간 내가 하루의 지출 내역을 정리한 것과 유사하게, 하루의 수입과 지출을 하나로 묶어서 기록하는 형식이라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기록을 항목별로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호기롭게 내가 더 나은 양식을 만들어주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기존에 만들던 양식에 여자 친구가 원하는 수입 내역까지 기록할 수 있도록 항목을 추가한 형태로 새로운 양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항목만 정리해서 입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엑셀을 많이 다뤄보지 않았다는 여자 친구의 말에, 그럼 더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지 하면서 하나둘 뜯어고치고, 입력 폼 만들기를 거듭하다 보니 파일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만든 수입지출 관리 양식 - 입력 창(좌), 수입지출 내역(우)


개별 항목을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입력 창을 만들었고, 유형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형식과 범주 목록이 생성되도록 하였고, 범주를 선택하면 그에 따라 선택 가능한 항목을 목록으로 보여주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과거 VBA를 다루던 기억을 더듬으며 Apps Script 코드를 작성하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_-a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말자


이 정도 작성을 하고 나니 문득 내가 하려던 작업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조금 더 정리된 형태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보고 싶었던 것인데, 어느 순간 데이터를 모으는 도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도, 막상 사용해보면 전혀 편하지 않은 그런 도구를 위한 도구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 https://pixabay.com/


사실 뱅크 샐러드나 토스 같은 앱을 사용하면 수입이나 지출을 직접 입력하지 않고도 재무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 들어가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계부 앱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데이터를 쌓으려고 했던 건, 과거의 경험상 그런 서비스나 앱들이 원하는 형태의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따로 뽑아서 활용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내가 실제로 하고 싶었던 일은 모은 데이터를 이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지, 데이터를 잘 쌓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데이터를 어떻게 잘 쌓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이 정도에서 그만. 그리고, 어떤 데이터를 쌓을까 하는 고민도 일단 이 정도에서 멈추고 데이터를 잘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다음 할 일은?


양식을 만들었으니 이젠 정해진 양식에 맞춰 데이터를 정리하려고 한다. 1년 넘게 모은 지출 내역과 그간의 입금 내역을 모두 모아서 수입지출 관리 파일에 정리하고 나면, 실제 분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뱅크 샐러드의 가계부 내역을 엑셀로 내려받아보니 조금만 가공하면 원 데이터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아 이 자료를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년 치 데이터만 있고, 대부분 대분류로만 분류되어 있어 기존의 지출 내역과 대조해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번거롭겠지만 말이다.


이제 다시 데이터 정리 모드로 - https://pixabay.com/


덧, 뱅크 샐러드의 가계부 기능이 기억 속 모습에 비해 퍽 괜찮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 지출에 대해 세부 카테고리까지 지정할 수 있고, 내용도 꽤 많이 수정할 수 있어, 이번에 뽑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를 진행해보고, 유용하다 싶으면, 앞으로 뱅크 샐러드 앱을 통해 기록하고, 데이터를 받아와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화는 현재를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