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11 - 현황 파악 3
방황을 기록한 지난 글을 쓰고 한 달이 흘렀다. 1,350 건의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최선의 방법이 뭘까 하는 의문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몸도 좀 아프고, 이래저래 한 주 두 주 건너뛰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예전에 어떤 트위터 글에서 '잘, 빨리, 대충'의 순서 말고, '대충, 빨리, 잘'의 순서로 일을 하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이거지!' 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이번에도 '잘'에 머물러 있었다. 어떻게든 한 단계를 밟지 않으면 '잘' 조차 될 수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꾸역꾸역 지난 기록을 붙잡고 대분류와 소분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년 4월 경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정리하려다 보니 약 75개가량의 기록을 정리하는 것에만 두세 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그렇게 1,350 여건의 데이터를 정리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 그렇게 또 손을 놓고 있기를 며칠. 그 와중에 여자 친구가 왜 그걸 그 옛날 데이터부터 몽땅 다 정리하려고 하느냐 물었다. '그러게...'
사실 그녀의 말처럼 정리 안 된 옛날 기록은 버리고, 이제부터라도 꾸준히 잘 정리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간단한 일이다. 그저 나는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어쩌면 더 어려운 길을 기어이 넘으려고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군말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 최신 데이터부터 정리를 다시 시작했다. (물론 이전의 정리도 그대로 남겨둔 채로) 그렇게 정리하니 추가로 한두 시간 만에 최근 한 달 하고도 보름치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미 꽤 정제된 데이터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보름치를 정리하고, 그중 나의 한 달 기준에 부합하는(25일 ~ 다음 달 24일까지의 기간) 데이터만 뽑아서 가장 간단한 통계를 뽑아보았다.
대부분의 지출 항목은 5회 미만이었고, 그나마 자주 지출한 식비조차 아침/점심/저녁 고르게 13/21/11 회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데이트 혹은 지인과의 모임은 분리해서 저녁 횟수도 생각보다 적게 잡힌 것 같다.) 식사 횟수만 보면 나는 하루에 평균 1.5끼를 먹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점심 식대를 지원해주니 뭐 그럭저럭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값을 정리해서 간단한 통계를 뽑을 수 있게 되고 나니,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1. 월초의 금융 상태에 대한 정보와 한 달간의 수입/지출/이체 내역만 가지고, 월말 혹은 다음 달 초의 금융 상태를 정확히 계산해서 정리할 수 있을까? 그걸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매일매일의 잔고 변화를 시계열 차트로 그릴 수 있을까?
2. 몇 달의 통계를 바탕으로 각 항목별 평균값 및 표준 편차를 구해 적당한 예산 범위를 정해볼 수 있을까? 가능하면,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하고, 월/분기/년 단위로 반복되는 지출을 감안할 수 있는 예산을 짜 볼 수 있을까?
3. 시간대별로 지출을 구분하여(뱅크 샐러드에서 받은 정보는 시간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주로 하게 되는 활동을 구분할 수 있을까?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올 때, 요일/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수입 및 지출이 어떤 항목인지 예상해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떠올리고 나니 다음 할 일은 대충 다음과 같이 추려볼 수 있을 것 같다.
1. 우선 두 달 정도의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정리한다.
2. 이미 정리된 데이터(혹은 새롭게 정리된 데이터를 포함하여)를 바탕으로 월초 및 월말의 금융 상태를 정확히 계산해본다. - 대차대조표 형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정도만 하면 한 주가 가득 찰 것이다. 혹시 이것을 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매일의 금전 변화를 바탕으로 총 자산, 계좌별/항목별 증감을 시계열 차트로 그려보는 것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3개월 정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항목별 평균 및 표준편차를 계산해보거나. (할 수 있는 작업은 많다. 어떤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몰라서 그렇지 (.. )a)
뭐 대충 그렇게 다음 작업을 '대충, 빨리, 잘' 해보자. 아니 '대충' 해보자.
덧, 오늘은 참 두서없이 글을 시작해서 두서없이 손 가는 대로 마무리했다. 사실 크게 중요한 작업을 하는 게 아닌데, 이것도 스스로 작심한 작업이라고, 한 주 두 주 미루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뭔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수준까지 작업을 해야만 할 것 같고, 글도 더 정리해서 적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오히려 작업을 미루고 글을 미뤄왔다. 이게 또 악순환이 되는 것 같아, 오늘은 정리되지 않은 작업을 정리되지 않는 글에 녹여본다. 이렇게라도 해야 다음 작업도, 다음 글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아무튼 주절주절까지 포함하여 오늘의 글은 여기서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