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야기
2월 어느 날 30대 초반 손님을 만났다. 은퇴적금 (RRSP), 비과세 적금 (TFSA), 첫 집 마련 면세 저축 계좌 (FHSA) 등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뮤추얼 펀드에 투자되고 있었고, 나와 만날 당시에는 첫 집 마련 면세 계좌 에만 매주 20만 원 정도 저축하고 있었다.
나와는 처음 만났기 때문에 손님의 첫 집 마련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언제쯤 집을 사실 계획인가요?”
“지금 집을 보러 다니고 있긴 한데, 마땅한 게 없으면 급하게 결정하진 않으려고 해요.”
“아 그렇군요. 만약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바로 오퍼를 쓸 계획인가요?”
“네 그럴 것 같아요.”
여기까지 나눈 짧은 대화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내 머릿속에서 돌아갔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몇 집을 보러 갈 거라고 한 것으로 봐선 아무래도 금방 자금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은퇴적금에서도 첫 집 장만을 이유로 페널티 없이 $60,000까지 찾을 수 있고, 비과세 적금은 비과세니 아무 때나 세금 없이 찾을 수 있고, 첫 집 마련 저축 계좌도 첫 집 장만할 때 쓰라고 만든 계좌이니 결국 세 가지 모든 투자 계좌에서 투자되고 있는 돈이 조만간 모두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히려 손님은 지금껏 투자가 잘 되고 있었기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계획에 투자를 모두 현금화하는 것에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이 미팅을 할 때가 2월쯤이었는데,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할 시점이라 나는 모든 투자금을 지금 현금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1월 초, 최고점에선 내려왔지만 지금이라도 수익화해 두는 것이 손님 상황에선 필요한 조치였다. 6개월 안에 쓸지도 모르는 돈을 모두 시장에 투자한다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주말에 집을 여러 개 보기로 되어있으니 마음에 드는 집이 있거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헤어졌다. 투자를 팔진 않았다. 이 손님은 나름 젊은 나이에 부모님 집 지하 유닛에 최근 결혼한 배우자와 싼 월세를 내며 저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손님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며 모든 투자를 현금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집 가격은 68만 불로 한국 돈으로 7억 가까이 되는 타운하우스다. 돈을 열심히 모으긴 했지만, 20% 계약금을 걸고, 은행에서 80% 대출을 받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10만 불 가까운 돈을 gifted money (빌려주는 돈이 아닌, 선물로 주는 돈)로 받아 집을 샀다.
이번 글을 쓰며 캐나다에서 얼마나 많은 첫 집 장만자들이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 첫 집을 장만하는지 찾아봤다. 작년 6월에 나온 Globe and Mail 기사에 의하면 10명 중 3명이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 첫 집을 장만하고, 평균 액수는 1억 2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캐나다는 평균 집값이 68만 불 (7억) 정도이고, 온타리오 주는 $1.2M (12억), 비씨주는 $1.3M (13억) 정도다. 월급 받아 월세내고 (150만 원 - 방 한 칸 아파트~ 400만 원 방 3개 아파트 또는 주택 전체), 차 굴리고, 보험료 내고, 생활비 쓰면 집 장만을 위한 저축은 더디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가능한 사람들은 최대한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저축을 극대화하고, 그 옵션이 여의치 않으면 파트너와 함께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돈을 모아가야 한다. 덤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럭키 한 거다. 이번 손님은 얼어붙은 주택시장의 혜택으로 집 가격도 많이 깎아서 샀다. 여러므로 축하한다고 전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