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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망하자 본색을 드러낸 도련님

캐나다 이야기

by 안개꽃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녀는 5분도 안되어 연신 눈물을 닦았다. 이미 내 방에 들어올 때부터 손에 티슈가 들려있었던 것 같다. 오늘 미팅에 목적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은퇴적금, 장애를 가진 자녀를 위한 적금 등을 리뷰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최근 몇 년 전에 죽은 남편에 대해, 늦은 나이에 결혼해 43세 때 낳았다는 자폐를 가진 아들에 대해, 그리고 시어머니와 남편이 비슷한 시기에 사망하고 난 후, 재산 분할을 거부하고 있는 도련님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남편의 남동생이라는 그 사람과는 결국 소송을 하게 되었고, 법원의 강제 명령이 있고 나서야 그 사람이 거부하고 있던 시어머니의 집을 팔아 남편의 몫을 손님이 받게 되었다.


나와 첫 만남을 할 당시엔 거진 3년쯤 가까이 되는 소송으로 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어떻게 나한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들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남편이 갑자기 떠나고 직업도 없이 아들을 돌봐야 하는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요..”

“하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예요. 잘 마무리되면 목돈이 생길 텐데 그때 다시 상담받으러 올게요.”


이렇게 첫 만남이 끝났다. 몇 달 후, 그녀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여러 번 좋게 합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법원에 강제 이행 명령을 받아 내 소송비도 모두 그쪽에서 지불하게 되었으니 자업자득이죠 뭐”

“조만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표를 받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만나요.”


몇 달 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몇 년 동안 시달린 일이 잘 해결되어서인지, 인상이 매우 밝아 보였다. 한마디로 얹혔던 속이 뻥 뚫린 것 같아 보였다. 그동안 변호사비에 쓰느라 은퇴적금에서 돈도 좀 꺼내 썼고, 아들을 위한 (RDSP, 정부가 도와주는 장애인 장기 저축 계좌) 적금에 돈을 더 넣지 못했는데,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더 저축을 하기로 했다.


투자 계획도 세워야 했다. 집을 이사할 수도 있어서, 이사할 때 필요할 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적금에 가입했다. 이사와 상관없이 장기로 투자 가능한 액수는 배당금을 주는 펀드에 투자했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유럽, 아시아 등) 투자되고 있는 배당펀드인데 10만 불에 월 500불 정도의 배당금이 (1억에 월 50만 원 정도) 나온다는 것을 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우선 배당금을 현금으로 안 받고, 자동 재투자할 예정이지만, 나중에 소득이 더 필요할 땐 매달 소득으로 받아 쓸 계획이다.


요즘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인생이나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란 생각이 든다. 좋을 때가 있으면 조금 안 좋을 때도 있고, 걱정근심 하나 없을 것 같은 집에도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인 것 같다. 역시나 그럴 땐 ‘다 잘 될 거야’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 손님에게도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앞으론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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