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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머물다 산타모니카를 거닐다

감성 충전, LA미술관과 산타모니카

미술관에 머물다
마음을 채우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는 이유"


얼마 전 들었던 서양미술사 강의 주제였다. 강사 선생님은 미술 작품을 통해 내 삶이 만져졌을 때 그 성찰이 깊어졌다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풀어가셨다. 많은 미술전시관에 가봤지만 이런 느낌을 항상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차분히 한 작품에 충분히 머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미술관에서는 더욱  힘들다.
지방에 사는 나는 서울에서 하는 여러 미술  전시회를 일부러 찾아 관람하곤 했었다. 호기심과 관심은 많았지만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림을 잘 볼 줄 아는 사람도 아니라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도슨트 시간에 맞춰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면  좀 더 그림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도슨트가 없거나 시간을 못 맞추면 오디오가이드를 빌려 들으며 그림을 봤다.  그래 그림만...봤다....그림을 보고 만나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 어렵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고 내 삶을 건드는 경험을 한 것은 작년 마크로스코 전시회였다. 연극'레드'를  보고 난 후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 의미를 알고 봐서인지 그림이 머무는 공간까지 고민하는 작가의 마음이 내게 진하게 다가왔다. 다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에 와서 좀 힘들었던 기억은 있다.

이번 미국 여행 중에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미술관에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도시마다 제법 유명하고 큰 규모의 미술관이 있어서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꼭 갔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니 그냥 지나치는 작품도 많았고 유명 화가 작품들을 만날 때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LA에는 갈 만한 미술관이 많다. 모두 가 보고 싶지만 일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동선을 고려해 2군데만 선택했다. '더 브로드' 와  현대미술관  MOCA .

'더 브로드'는 억만장자 자선가 엘리 브로드가 1억4천 달러를 기부해 만든 미술관이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데 그 만큼 인기가 있어서 온라인 예매를 해야 한다. 안 하고 갈 경우 1시간 이상은  족히  기다릴 각오를 해야한다. 시간을 잘 맞춰가면 짧게 기다리고 들어 갈 수 도 있지만...주말에는 로컬 사람들도 많이 와서 예약은 필수다. '더브로드'는 외관부터 독특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술관 모습이다.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바바라크루커, 재스퍼 존스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더브로드' 바로 앞  길건너에  LA현대미술관이 있다. 여기는 입장료가 있다. 여기에서 잭슨폴락, 마크로스코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MOCA에 마크로스코 작품이 있는지 몰랐다가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그 작품 앞에서 무장해제가 된 것처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한 공간이 모두 마크로스코 콜렉션으로 되어있었다. 여기에서 마크로스코 작품을 보지 못했더라면 이번 여행에서 후회할 뻔했다. 워싱턴에서 마크로스코 전시를 볼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미술관 공사중이라서 9월에 오픈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 나 혼자 오롯이 그림 앞에 서 있는 기분이란. 작년 국내 전시회 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봤었는데 말이다.


마크 로스코 그림들


여행하면서 피곤하고 힘들었던 것을 위로 받는 느낌이였다. 혼자 온 여행도 괜찮다고.. 여기서는 힘을 빼도 된다고..


두 곳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마음으로 산타모니카 선셋을 보러 가면 감성충만으로 완벽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근처 마켓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천천히 동네를 둘러 본 뒤 산타모니카 버스를 타러 갔다 . (물론 어디에서 몇 번 버스타고 갈지 구글맵을 활용해서 찾아갔다.)

산타모니카 해변을 거닐다.


산타모니카 해변은 관광객과 해변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다를 바라보며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서로 사진찍어주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왠지 혼자 온 내가 외롭게 느껴지던 순간이였다.



해가 기울고 노을이 지려 할 때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해변가로 향하고 있었다. 비치 발리볼, 캐치볼, 수영 등을 하며 바닷가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다.

한가롭게 해변에서 즐기는 사람들 모습을 보니 하루 정도 산타모니카에서 여유를 부린다면 더욱 캘리포니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질녘 노을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꼭 가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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