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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San Diego 가는 길(feat.암트랙)

미국인 친구가 추천하는 도시, 샌디에고

샌디에고는 꼭 가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거든!
너도 가면 좋아할 곳이야."


미국인 토미가 내 미국여행 소식을 듣고 추천해준 도시, 샌디에고. 애초에 샌디에고는 미국여행 계획에 없던 도시였다. 샌디에고 야구팀만 알지 도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터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토미가 LA보다 샌디에고가 훨씬 좋다며 적극 추천해주는 바람에 남들은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가는 샌디에고를 2박 3일 일정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토미의 홈타운은 LA이다. 자기 동네를 너무 싫어하는 이 미국인은 나에게 LA를 왜 가냐고 미국여행 얘기만 나오면 말했다. 미국인이 추천하는 도시, 샌디에고.

넌 어떤 곳이니?



샌디에고 가는 길, 퍼스픽 서프라인너 암트랙

샌디에고는 LA에서 멀지 않아 일정이 짧은 여행자들은 당일치기 여행을 많이 한다. 렌트를 해서 1번 도로의 아름다운 비치를 보며 천천히 다녀오기도 한다. 저렴한 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내가 암트랙을 선택한 이유는 LA에서 샌디에고 가는 퍼스픽 서프라인너 암트랙 기차길은 일부 구간이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있어 바다를 가까이 보면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LA에서 샌디에고 가는 암트랙은 유니언스테이션에서 탄다. 암트랙은 미리 한국에서 예매를 했다. 일정이 정해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예매를 하는 것이 보다 싼 가격에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코레일 예매를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예매할 수 있다. 기차를 탄 뒤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거나 e티켓을 인쇄해서 보여줘도 된다. 지정좌석은 없고 자리에 앉으면 승무원이 티켓 확인을 한 후 색깔종이를 끼우며 자리 표시를 해준다. 암트랙은 2층까지 있는데 1층 입구쪽에 캐리어같은 짐을 놓는 곳이 있다. 나는 도저히 2층까지 내 캐리어를 들고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곳에 짐을 놓고 2층 객실에 해안가를 볼 수 있는 자리를 맡아 앉았다.

내 짐은 안전하겠지? 가끔 내 캐리어를 누가 갖고 내리지 않는지 살펴보긴 했지만..


기차가 정시에 출발했다. 한국에서도 기차를 타고 많이 이동하는 편인데 기차를 타면 버스를 탈 때 보다 더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살짝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좋다. 넓은 창문 밖으로 바깥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좋다. 작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창문이 보여주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었다. 기차를 타면 그때가 떠오른다.

지난 요세미티국립공원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올 때 한 밤 중에 탄 암트랙은 정말 우울하고 이상하신 분들이 타고 있어 긴장됐었는데 이번엔 주말 오전 샌디에고로 여행가는 가족단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내 옆 꼬맹이 숙녀 자매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그림을 그리고 간식을 먹으며 서로 퀴즈를 내고 계속 까르르 까르르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동하는 날, 날씨가 살짝 흐렸다. 그래서 바다 색깔도 흐리다. 하지만 토요일 주말 해변가로 나와 서핑을 하고 즐겁게 노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창문 너머로 보였다. 아 나도 내려 저 틈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보니 뮤직비디오가 따로 없다.




LA에서 샌디에고까지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상하게 중간에 천천히 움직이거나 뭔가 소리가 이상했다. 그리고 나오는 방송이, 기차에 문제가 생겨 천천히 움직이는데 만약에 계속 문제가 생기면 기다렸다가 다음 기차를 타고 가야할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였다. 뭐라구? 기차 고장도 불안하지만 다음 기차로 갈아 탈 수도 있다는 말에 왠지 화가 났다.  뭐 이런경우가 다 있어! 기차에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봤다. 그런데 나처럼 화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가만히 그대로 있다. 다 난 상관없어요. 도착만 하면 되요..하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내 앞자리 여자도 핸드폰 메신저만 만지작거리지 별다른 동요가 없다. 그러게.. 기차가 고장나서 천천히 간다는데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해…결국 나도 아..기차가 좀 많이 연착되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기차는 5시간만에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기차에 내려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출구를 조금 헤맸지만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일단 가면 된다. 숙소까지 어떻게 간담?


이번 샌디애고 숙소는 다시 HI 샌디에고 호스텔이다. 구글맵을 이용해보니 20~30분 정도 걸으면 될 것 같았다. 30분 정도 걸으며 샌디에고를 살펴봤다. 동양인이 캐리어를 끌고 도시 한복판을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는게 생소한가보다. 나도 이 도시가 낯설어서 계속 두리번 거리는거거든!

숙소까지 가는 길엔 커다란 높은 빌딩이 많았다.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 분위기.

HI샌디에고 호스텔은 어렵지 않게 찾았다.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1층 침대를 사용해 편했고 4인실 방도 전에 비해 좀 컸다. 샤워실이 외부 공용인게 좀 불편했지만 밀리지 않으니 괜찮았다. 식당도 넓고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 좋았다.


대충 짐을 놓고 점심먹으러 나가려는데 로비에서 아침에 LA민박집에서 본 듯한 사람이 있는게 아닌가.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니 맞다. 둘다 신기해서 웃음이 나왔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다른 도시에서 또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몇시간 만에 또 만나는 건?!

샌디에고에 머무는 기간이 비슷하고 아직 여행계획이 딱히 없다는 것도 비슷해 샌디에고 여행을 같이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차가 연착된 바람에 맺어진 샌디에고 동행자다. 그리고 내 미국여행 동행자 중 가장 마음 편하고 즐겁게 여행한 동행자이기도 하다.

우리, 일단 점심부터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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