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샌디에고, 바다를 꿈꾸다

어릴적 꿈 하나


너는 언제나 바다를 꿈꾸고
나는 너를 꿈꾼다


십수년 전 광고 하나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느 음료를 광고했던  cf였는데 범선 하나가 바다 한 가운데서 넘실대며 항해하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였다. 남녀배우가 멋지고 광고 카피도 좋았지만 내 마음에 남는 건 바로 그 넘실대며 항해하던 범선이였다. 나에게 범선은 미지를 항해하는,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 가득한 그 무엇이다. 이 범선에 올라타기만 한다면 나도 마음껏 자유로이 바다를 항해하며 세상을 살아갈 것 같은, 어렸을 적 나의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난 범선을 보기만 해도 마구 가슴이 설렌다. 어린 시절 나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범선을 여기, 샌디에고에서 만났다.




동행하게 된 L양과 샌디에고 해안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적당히 바람이 불었고 적당히 구름도 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걷기 좋은 날씨였다. 멀리 바다 위에 군함과 요트가 묘하게 어울리는 그림으로 떠 있었다. 샌디에고는 해군기지로서도 중요한 도시라서 군함들도 많이 있었고 휴양 도시이기도 해 요트들이 많이 정박해있었다.


깔끔한 샌디에고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보고 간간히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내 마음을 더 한가롭게 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이렇다면 매일매일 이곳으로 산책을 올 것 같았다. 바닷바람이 주는 시원함과 여유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나에게 위로의 바람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도시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로 가득할 텐데...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바다가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확트인 바다를 보니 사진찍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L양과 한참 사진을 서로 찍어주다가 잠시 사진 찍는 것도 멈추고 내가 여행 왔다는 것도 내려놓고 벤치에 앉아 본다. 바다내음과 샌디에고 도시가 주는 공기내음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


다시 한 참을 걷다보니 해양박물관인 큰 군함과 수병의 키스 동상이 보였다. 이 동상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에 기뻐한 나머지 한 해군 병사 한 명이 간호사 복장을 한 여성을 안고 키스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동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것이 너무 기뻐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키스한거라고.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조금 더 가면 보이는 범선 하나였다. 이 범선을 보자마자 내가 십수년 전에 봤던 그 광고가 생각났다. 광고 맨 마지막 장면, 넘실대며 항해하는 범선. 정말 그 광고 속 범선과 똑 닮은 범선이 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올라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범선 옆에 앉아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금방이라도 출항 할 것 같은.. 나만의 상상 속으로 잠시 빠져들었다.  쉽게 그 곳을 떠나지 않는 나를 동행한 L양은 사진 더 찍고 싶냐고 그랬지만 이 범선이 나에게 주는 의미와 이런 여행지에서 만난 이 범선이 또 다시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만 같은 느낌을... 말로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샌디에고 San Diego 가는 길(feat.암트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