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에서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하나 있었다. 바로 faculty candidate presentation. 내가 발표를 한 것은 아니고, 이란 출신의 포닥 학생이 우리 학교의 faculty가 되기 위해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1시간 가량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나는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를 심사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저 참관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살짝 질문도 할 수 있는 학생 신분으로 함께했다.
내가 그의 발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건 영어 실력. 그는 석사과정까지 이란에서 마치고 미국으로 넘어온 케이스였다. 내가 알기로 이란은 아랍어를 쓰기 때문에 한국인처럼 영어를 따로 배워야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막힘이 없었다. 부러웠다. 물론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 듣기 힘든 발음으로 알아 듣기 힘든 구조의 문장을 구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있었고, 몇 가지 배울 점을 캐치해 보았다.
첫째, familiar with을 많이 썼다. ~에 능숙하다, 익숙하다라는 뜻으로 일상 생활이나 공식적인 발표 자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가령 "나는 자전거를 잘 탄다"라는 말을 할 때 "I ride on a bicycle well"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I'm familiar with riding on a bicycle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 같다. 혹은 "I'm good at riding on a bicycle"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둘째, 주요 접속사 표현이 내가 평소 쓰는 것과 달랐다. 그는 앞에서 말한 내용과 반대되는 말을 할 때 otherwise 를, 더 자세한 내용을 상술할 때는 in other words를 애용했다. 문맥에 따라 미세하게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자주 쓰는 역접 표현에는 however, on the other hand인데 그는 이 표현은 한번도 안 썼고 otherwise를 대부분 썼다. 상술할 때도 to be specific을 쓸 수 있겠지만 그는 in other words를 더 많이 언급했다. 접속사는 워낙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보니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셋째, 이건 영어 표현이 아닌, 외국인과 대화할 때 염두해두면 좋을 문화적 특성에 대한 것이다. 사실 오늘 자리가 자리인만큼 심사위원 역할을 하는 교수님들이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건 발표자가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향후 연구를 위한 조언으로 좋게, 유연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언어적 차이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이런 비슷한 상황을 많이 목격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학회에서 등등. 우리는 대부분 상대방의 질문을 받으면 방어에 급급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차분하게 질문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태도는 참 안정감 있게 보였다.
오늘은 familiar with과 otherwise 그리고 in other words까지 세 가지 표현이 가슴에 남는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표현임에도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이라 그런가보다. 다채로운 영어 구사를 위해 머릿 속에 잘 저장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