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 Aug 08. 2022

사람 사는 거 똑같다.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대도시의사랑법


큭큭거리며 술술 넘기다가 책의 마지막 단락에서는 눈물 콧물 쏟으며 울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작품. 문장은 짠내 나고 슬펐다가도 이내 빵 터지게 웃기고, 유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다뤄지는 사건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헤테로 시스젠더 여성과 게이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덜어낼지언정 그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고, 성적 정체성으로 말미암은 ‘좇같고, 거지 같은’ 사회적 여러 상황도 리얼하게 보여준다. 결혼 준비, 임신 중절, ‘똥꼬충’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차별과 폭력. 유쾌하게 풀어내나, 결코 쉬이 증발되지 않을 무게의 사건들이다.


하지만, 그런 장치들을 모두 지우고도 이 소설은 내게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만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이 규호를 떠나보내고 읊조리는 사랑과 이별의 서사는, 성적 주체성, 퀴어 문학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수준의 이야기였다.


서울과 방콕을 오고 가며 매달리고 원망하고, 자책하면서, 지우고 기억하고 상상하고를 반복하는 영, (여전히) 특별하다 인식되는 어떤 존재의 특수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의 바로 그 평범하고도 일반의 사랑 이야기였다.


특수성에 대한 첨예한 사회적 소재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끝끝내 보편성으로 확장되는 서사는, 보편의 편에 서 있는 다수, 특수의 편에 서 있는 소수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로 읽히기도 했다.


결국 사람 사는 건 똑같다. 정체성이고 뭐고.


덧)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 대 모임>을 추천합니다.

 

#박상영 #창비 #K가사랑한문장들

매거진의 이전글 빼내고 정돈하는 것, 그것이 인생일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