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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에게 #2

달콤한 입사축하가 아닌 인생조언이 되길 바라며

지난번 '신입사원에게 #1'이후로 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4. 좀 이기적이어도 됩니다.


회사생활은 좀 이기적으로 해도 됩니다. 아니, 좀 이기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기적'이라는 것이 '나 밖에 모르는', '내 것만 챙기는' 그런 행동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기적'이라는 것은 '희생하지 않아됨', '내 밥그릇을 적극적으로 챙겨도 됨'을 말합니다. 가끔 지나칠 정도로 회사일을 우선시하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회사 일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당장은 좋게 보입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그런 분들이 퇴사할때 느끼는 상실감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생활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경제적인 이유의 끝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회사 일을 이유로 직원이 행복을 뒤로 미루는 것에 반대합니다.

단어 하나 분명히 하겠습니다. '직원'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오너나 경영진은 회사 일을 이유로 행복을 뒤로 미뤄도 됩니다. 아니, 때에 따라서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직원들과 그 식구들의 생활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보상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수고로움에 대한 댓가로 각종 '수당'을 드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수당이라는 것이 회사의 재투자나 현금보유 비중, 직원들간의 형평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다보면 '행복에 대한 기회비용'치고는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회사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좀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말입니다.


업무 시간 중에 최대한 집중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퇴근 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세요. 여러분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그게 훨씬 더 나은 선택입니다. 아무도 그것을 이기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회사일을 위해 내 생활을 희생해야하는 경우는 그 일이 당장은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적인 성장'과 연결되는 경우, 그리고 그 성장이 내 삶의 윤택함과 연결될 때 뿐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가 내가 일머리를 키우는데, 전문성을 더하는데, 회사내에서의 입지를 굳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입니다. 


한 가지 더. 동료의 과중한 업무를 돕기 위해 내 생활을 희생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리고 그것이 종종 일어난다면) 꼭 이야기해주십시오. 조직 구성원의 숫자가 5명만 넘어가도 세세한 부분의 어려움을 다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 동안 내가 회사에 얼마나 희생했는데'


부디 회사를 떠나는 순간 이런 배신감은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사가 희생을 강요하거나, 희생을 높이 평가하는 곳이 아니라 '일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서 그것을 적절히 나누는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더 신경쓰겠습니다.




5. 밥, 스트레스, 건강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챙겨먹어야 합니다. 아침식사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거르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에 있는 시간대의 끼니는 꼭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건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걱정해주시는 말씀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입니다.


사람을 상대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때문에 제 때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허기짐은 기분, 업무능력 등 모든 면에서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풍성하고 여유로운 식사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허기짐을 달랠 수 있을 정도의 끼니는 충분히 챙길 수 있습니다. 


식사시간에 휴식도 중요합니다. 우리 두뇌는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때문에,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고나서 짧게하도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어도 좋고, 게임을 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업무와 무관한 두뇌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객지생활을 하는 직원들의 경우 저녁 식사 역시 잘 챙겨먹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경우, 야근 업무의 종류를 막론하고 저녁식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되었든, 어떤 공부가 되었든 회사에 남아서 한다면 저녁식사를 챙겨먹고 하세요. 악용하는 경우만 없다면, 여러분이 회사에 남아서 든든한 저녁 한 끼 정도 챙겨먹는걸로 트집잡지 않습니다. 그러니 잘 챙겨드세요.


스트레스를 잘 구분해서 대처하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업무내적인 것도 있고, 업무외적인 것도 있습니다. 해야할 일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위축됨, 자신감 부족 등은 업무내적인 스트레스 입니다.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적절히 조절만 할 수 있으면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직장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업무방향성에 따른 문제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 입니다.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파트장이나 경영진에게 직접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회사 일을 '밥짓기'에 빗대어보면, 밥솥안의 압력은 김이 빠질 틈을 만들어주면 맛있는 밥이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게 되지만, 밥솥 자체의 결함은 밥을 제대로 만들 수 없게 만들 뿐더러, 폭발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도 있습니다. 밥솥 자체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혼자서만 끙끙 앓지말고 꼭 이야기해주세요. 


이쯤에서 고백합니다. 밥, 스트레스,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을 인간적으로 아끼기 때문이 아닙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정상컨디션일때 최고의 업무 퍼포먼스를 낼 수 있고, 그것이 회사 전체의 업무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사람이라 '밥'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임을 경험으로 익혔기에 그런겁니다. 


바꿔 말하면, 여러분이 끼니를 챙겨먹고, 건강을 챙기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것을 '회사 성과와 직결되는 기본 요소'라고 생각하고 챙겨주세요. 눈치보며 밥먹고, 아파도 참고, 머리가 띵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참아 넘기지 말아주세요. 




6. 달콤한 주문, 워라벨


최근 몇 년간 생겨난 신조어 중에 가장 싫어하는 말이 '워라벨'입니다. 아주 달콤한 단어 같지만, 지극히 '소비지향적인' 방향으로만 활용되는 것 같아, 누구를 위한 워라벨인가 싶습니다. 워라벨을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소비'와 연결됩니다. 


냉철하게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경제적 이윤을 추구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즐겁게 생활하기 위함입니다. 아주 높은 이상과 비전을 정해놓고 그것을 위해 일에 매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적어도 제 경우는 '자아완성'보다는 '행복 추구'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랑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더 경제적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희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가 거의 모든 경우가 '업무 시간'과 비례해서 경제적 이윤이 증가할 겁니다. 인정하긴 싫을지몰라도 개인이 만들어내는 총 이윤의 크기는 '단위시간당 생산되는 부가가치 X  근로시간'일테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단위 시간당 생산되는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근로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경제적 이윤의 크기가 커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단순한 계산법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개인이 본인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이윤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아마 없을 것 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단위시간당 임금을 높이거나,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대부분 이 사실을 외면하려 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봅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남들과 비슷한 정도의 노력과 정성을 들인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누구나 노력은 합니다. 때문에 '노력'만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공부에 있어서나, 일에 있어서나 '적당히'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남들보다 2배, 3배 노력을 더 할 때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건 분명합니다.


생각보다 3~5년은 깁니다. 그 기간을 본인이 성장하는 기간을 만들어주세요. '성장'을 이루어낸다면 급여조건은 여러분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갈 겁니다.




7. 어른다운 이별 


마지막 조언 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는 헤어질 것 입니다.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온지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지인'으로 몇 몇 남아있을 뿐 현재까지 '직원'으로 남아있는 직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은퇴하는 날까지(아니면 회사가 문을 닫는 날까지) 함께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 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분.명. 이별을 해야합니다. 작은 회사에 담기에는 너무 큰 인물이 되어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고, 회사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조건이 맞지 않아서 떠나는 경우도 있을겁니다. 어찌되었든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될 겁니다.


이별을 하는 과정은 오래도록 사랑했던 이와 이별을 하는 것처럼, 분명 고통스러울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때문에, 미리부터 이별을 어느 정도 준비합니다.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나친 애정, 관용, 희망을 품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별을 대하는 자세 입니다. 심각하게 회사의 앞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해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업무 스케일에 맞게 더 큰 회사로 이직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입니다. 회사에서는 이를 나무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부디 이별은 '어른답게'해줬으면 합니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어떤 부분이 문제점으로 느껴져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직접 말로 해줘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껄그럽고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별은 '직접' 말로 통보해야 합니다. 퇴사와 새로운 직장의 적응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떄문에,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평소 불만이었던 부분을 해결하고 기존 지장에 계속 근무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 모든 껄그러움, 어려움을 감내하더라도 퇴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이 부분도 지극히 회사 입장에서 이기적인 말이지만, 퇴사자들의 퇴사 이유를 먹으며 회사의 문화는 성장합니다. 부디 경영진에게 생각할 기회를 줬으먼 합니다.



함께해서 귀한 존재


저 역시 회사의 오너는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편에 서서, 되도록이면 여러분이 좋은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 글의 처음부터 이야기했듯이 세상에 '천국'같은 직장은 없습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회사를 바라보면 선망의 대상이지만, 내부자의 시선으로 봤을때는 그저 그런 회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디 이런 점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고, 함께하는 동안은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함게했으면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리, 오래도록 함께 합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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