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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멈춰버린 나의 시간

by 일곱시의 베이글

남편의 복직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1년간 육아휴직을 썼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반짝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앞으로 보육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1. 남편이 복직을 하면 내가 육아휴직을 한다.(아직 나는 육아휴직 1년 3개월이 남아있다)

2. 남편이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하고,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한다. (결정을 유예할 뿐)

3. 둘 다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조부모님/등하원 도우미 도움을 받는다.


둘 모두 3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멀리 계시고, 남편의 부모님은 일을 하고 계시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어찌어찌 우리끼리 해보자는 마음이 더 강해서다. 나 역시도 복직하고 지금까지 7개월간 마음 놓고 일할 있었던 건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음 놓고 라는 표현은 사실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부모인 우리가 아이를 케어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나는 잦은 야근에 주말 출근으로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침 7시쯤 출근해서 보통 9-10시쯤 퇴근을 한다. 운 좋으면 반짝이가 깨어있는 걸 볼 수 있지만 보통 평일에는 자는 모습밖에 볼 수 없다. 야근하고 녹초가 되어 밤늦게 퇴근하는 날에는, 솔직히 잠들어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나쁜 부모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랬다.


평일에 내게 있어 집이란 씻고 잠잘 때 잠시 몸을 뉘었다가 나오는 곳이었다. 남편은 낮에 시시때때로 반짝이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고, 나는 화장실 갈 때 짬을 내어 그것들을 보며 즐거워한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 영상을 보며 미소 짓는 내가 그저 랜선 이모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아니라.

이제 빨래 정리도 돕는 우리 아가.


반짝이와 하루 종일 함께할 때는 모든 것을 내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하루하루의 변화가 확연하게 체감되었다. 아주 작은 변화도 잘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가끔 내 아이의 모습이 낯설다. 15개월 된 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싶다. 주말에 아이를 볼 때면 훌쩍 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 속의 반짝이는 내가 주양육자이던 8개월까지의 시절에 머물러 있다. 분명 내 아이는 훌쩍 커서 저벅저벅 걸어 다니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내 아이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지금의 반짝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런 마음들을 한구석에 꾹꾹 눌러 담아 두었는데 감정의 쓰나미가 물밀듯이 나를 덮쳐 남편과 대화하며 엉엉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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