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두일 Nov 06. 2015

지스타와 중국 바이어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가 되는 불편한 진실

해당 이미지는 제 본문과 특별한 관련이 없습니다


1.
차주가 지스타다. 이미 언론에 알려졌다시피 B2C 참여가 매우 저조하다. 기업의 B2C 참여가 해마다  저조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 대비 효과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내가 별로 할 말이 없다. 돈 쓰는 결정권자의 판단이고 내 돈이 아니니 나는 그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매년 한해도 빼 먹지 않고 참여하는 넥슨과 엔씨 그리고 올해 메인스폰서를 맡은 433의 결단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라고 이게 영양가 있는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단지 한국 게임업계의 발전을 위한 공익적인 차원의 참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2.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B2B다.


사실 부산 지스타 시대의 백미는 B2B의 위상이었다. 전 세계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멋진 부산에 와서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특히 중국 회사들은 부산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해운대 일대의 호텔을 잡고 그 부근의 풍광을 느끼면서 비즈니스 하는 것에 대단한 매력을 느꼈다. 심지어 상하이 보다 근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3.
여전히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올해 지스타의 중국 업체들의 관심은 예년에 비해 관심도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4.
1차적으로는 중국 시장과 중국 로컬업체 속에서의 비즈니스가 더 바쁘고 중요하다 보니 굳이 한국까지 와서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근원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이유를 찾으면 정부부처와 지자체들간의 중복지원과 엇박자 탓에 중국 회사들이 굳이 지스타를 찾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5.
과거에는 아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회사들이 한국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자비를 들여서 왔다. 그리고 발바닥에 땀 나도록  찾아다녔다. 자비를 들여 와서 만난 한국 파트너이니 만큼 존중했고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로 매달리는 편이었다.


6.
요 몇 년 사이 한국 모바일 게임의 중국 지원을 위해 가장 손쉽게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예산을 써서 항공권과 호텔비 등을 지원해서 한국에서 수출 혹은 투자 상담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물론 호텔 같은 장소를 빌리는데도 돈이 꽤 들어간다. 심지어 특급호텔의 만찬도 개최해 준다.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앞  다투어하는 행사이다.

취지는 좋다. 서로 만나기 힘든 중국 회사와 한국 회사들을 한 군데서 만나기 해 주겠다는 것이니... 게다가 뽀다구도 난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정확히 어느 정도의 위상인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 중국 회사 관계자들을 모아 만찬을 하고 거기에 정부부처 관계자 혹은 지자체 관계자가 투자를 역설하는 모습을 홍보하기 위한 정치적 이유와 예산을 따내고 쓴 돈의 증빙도 가장 손쉬운 행정 편의주의도 거들었겠지만 그건 넘어가자. 결과만 좋다면야 무슨 상관이 있으랴....


7.
불행하게도 결과는 기대한 만큼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들은 항공권과 특급호텔의 숙식을  제공받고 알아서 한국 회사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심지어 굽신 거리기까지 하니 이 중국 회사들은 본인이  '갑'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실무자 레벨이다.


게다가 행사를 주관하는 주체와 예산을 쓰는 주체만이 다를 뿐 한국에 오는 중국 회사의 관계자도 늘 똑같은 이들이 오고 그 행사에 참가신청을 하는 한국 회사들도 대부분 겹친다는 것이 행사의 가치를 떨어 뜨릴 뿐 아니라 상호 간의 관심마저 낮추는 효과를 만들게 된다.


가령 한 달 전에 미팅했던 회사와 당사자들이 또 마주친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왔던 사람 또 오고 보았던 사람 또 보는 일이 반복되는 거다. (그러다 친분이 생겨 계약이 되는 것을 노린다면 그건 성공한 것이다. 그 정도로 자주 마주치니 말이다)


8.
우리 집에는 콘솔 및 PC 패키지 게임이 수 백여 장이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아주 오래전 내 리즈시절 내가 모 케이블 방송에서 (어울리지 않게도) 게임평론을 할 때 자신들의 게임 소개를 부탁하면서 한국 및 외국의 게임 유통사들이 보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선물 받는 게임들은 잘 안 하게 된다. 심지어 뜯어보지 않은 것들도 많다.

반면 내가 용산이나 테크노마트를 기웃거리면서 발품을 팔아 구매한 게임들은 마르고 닳도록  플레이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9.
중국애들도 자신들이 필요해서 자비를 들여 한국에 왔고, 그렇게 찾아다닌 한국 회사와는 어떡하든 비즈니스를  완성시키려고 노력한다. 필요에 의해서 왔고 필요에 의해서 한국 회사를 찾았으며 필요에 의해서 돈까지 썼으니 본인이 결정권자이건 혹은 위에 보고를 해야 하는 위치이건 그 사업을 완성시켜야만 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한 것이다.


10.
반대로 한국의 정부부처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지원하는 행사에서 만나면 그건 관광을 위해서 오는 이유가 80%이고 나머지 10%는 한국에 온 김에 (행사와 무관한) 다른 회사들을 만나고, 9% 정도는 그냥 정보획득 차원인 거다. 즉 1% 정도의 관심만 가지고 초청 행사에 와서 만난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불과 한 달 전에 초청받아 한국에 왔던 중국애들이 모가 아쉬워서 부산 지스타에 자비를 들여 참가할까? 온다면 다른 일이 있어서 오던가 혹은 그냥 놀러 오던가 혹은 또 어느 부처 혹은 어느 지자체에서 또 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어딘지 밝힐 순 없지만 심지어 공연 관람 및 관광까지 지원해 주는 모습도 보았다... 으이고....


11.
엔씨나 넥슨이 회사 돈 들여서 누군가 초대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찾아오는 외국회사들은 매우 많고, 엔씨나 넥슨은 본인들이 만나고 싶은 이들만 골라서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모바일 게임 육성을 위한 각종 초청 행사는 대부분의 중국 회사들을 엔씨와 넥슨급으로 만들어 주는 의도와 무관한 나쁜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고 우리는 그렇게 호구가 되어간다. 우리 예산 정확하게는 국민 세금을 써 가면서 말이다.


12.
그럼 어떻게 정부 예산을 쓰는 것이 중국시장 진출을 간절하게 원하는 한국 게임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 이 대목은 (집행을 해야 할 정부 부처에서는 별 관심이 없겠지만) 내가 할 이야기가 매우 많다. 하지만 이건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나중에 쓰련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수들의 향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