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판세분석
1.
이데아는 오픈 후 6일 만에 1위에 등극했고 히트는 2일 만에 6위권에 안착했고 3일째 1위에 등극했다. 내가 비공식적으로 들은 정보(?)로는 오픈 당일날(속칭 오픈 빨) 매출은 히트가 앞섰다.
2.
물론 두 작품 다 잘 만들었고, (돈 걱정 없이)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며,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마케팅까지 막강하게 지원되었다. 다행히(?) 아직 초반이지만 그 결과에 부응하는 성적이 나와 관계자들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물론 다음달 먹을 거 걱정하는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야 먼 나라 치킨 이야기겠지만 사실 이런 게임들이 시장에서 실패하면 업계 전체가 급속도로 빙하기가 찾아올 테니 모두를 위해서 잘 되어야 하며 지금의 결과는 우선은 잘 된 일이다. 박수...
3.
개인적으로 이데아는 40렙 정도를 찍었고 히트는 중국에서 막혀 있어 못해 보았는데 열심히 감상평들을 읽어보니 게임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시스템이 유사한 듯 싶다. 둘 다 스테이지형 액션 RPG에다가 뽑기와 강화(혹은 진화)로 성장을 해 가는 시스템이다. 둘 다 뽑기가 주요한 BM이다. 초반에 보석(캐시)을 여유 있게 푸는 것 같아 막 뽑지만 결국은 특정 구간에 가면 막히게 되고 거기서부터 지르기 시작한다는 전형적인 BM공식에다가 도탑에서 얻는 훌륭한 교훈인 초반 결제를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까지 유사해 보인다. 정리하면 한국형 RPG(혹은 넷마블형 RPG)인 셈이다.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 개발비와 그 정도 마케팅 비용이 투자되는데 안전빵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답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기대했던 혁신은 없었다. 도리어 여러 형태의 새로운 혁신에 가까운 시도를 했던 에인절 스톤이 국내 시장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을 보면 익숙한 관성을 유지하면서 무언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참 어려운 일 같다. 그러니 아예 변화보다는 검증된 안전빵을 추구하는 것은 일견 이해가 된다.
4.
하지만 (여전히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레이븐 이후로도 그런 형식이 계속 통할까 싶었는데 역시 아재들의 익숙한 관성은 시장에서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이번에도 연달아 보여주었다. 새로운 시도냐 안전빵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 중인 개발회사, 퍼블리셔, 인디들에게는 확실한 해법을 제시해 준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당분간은 돈을 내는 결정권자 혹은 투자자들이 그것만을 원할 것이므로.....
5.
그게 옳은 해법이냐를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유저들은 식상해질 것이고 동일한 장르의 경쟁만이 치열해질 것이며 개발사들의 발전도 더디어질 것이다. 시장 전체로도 마이너스다.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뻔한 이야기라 생략하겠다.
6.
중국에서 통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답변하겠다. 성장과 BM이 분명 중국식은 아니다. 이미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했던 한국 게임들이 결과를 증명했다. 자세한 것은 내 책에서 매우 자세하게 사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했다. 중국 BM과 한국 BM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이다. (깨알 같은 책 홍보 한번 더 나가 주시고....)
7.
엔씨 출신들이 나와서 만든 개발사들이 당분간 상종가를 칠 것 같다. PC RPG를 잘 만들던 개발자들이 모바일 RPG도 잘 만드는 구나를 박용현 대표가 이번에 확실하게 입증해 주었다. 비슷한 구성과 DNA의 몇몇 개발사가 있고 나도 아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앞으로 더더욱 그분들(?)과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아차차 이게 아니구나....ㅠ.ㅠ
그리고 그 엔씨 출신들이 설립한 개발사는 (적어도 국내는) 대부분 넥슨이 싹 쓸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넥슨과 퍼블리싱 시장에서 비딩을 붙을 플레이어는 한국에는 없으니 말이다. 넷마블은 자체 스튜디오 키우기 역량에 집중했고 433은 넥슨과 넷마블의 포지션의 중간이라 무엇보다 체급이 넥슨과 붙기에 불리하니 베팅을 여기저기 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게임빌도 요즘은 숨고르기를 하는 것 같고....
8.
넷마블은 창사이래 최초로 1조에 도전 달성이 유력하고 숙원이던 대한민국 게임대상도 받았고 내부 스튜디오와 퍼블리싱 조직까지 완전하게 갖춘 것 같은 난공불락의 요새 같지만 의외로 내년도에 급속도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될 것 같다.
작년 433이 블레이드로 시장을 석권하고 대한민국 게임대상까지 받을 때 분위기를 떠올리게 된다면 오버 일지 모르겠지만 공룡 넥슨이 잠에서 깨어 나려고 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공룡 엔씨는 당분간 겨울잠에서 깨어날 의지가 확실하게 없어 보인다)
내가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넷마블은 지금이 가장 긴장을 해야 할 시점이고 나는 그 해법 중의 중요한 것으로 현재 대외적으로 넷마블이 얻고 있는 평판에 대해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고민하시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 이유까지 설명하면 너무 구질구질해지니 역시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9.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신데렐라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더 시장에 활력이 생기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 아닌가?
혹은 누가 되었건 중국에서 잘되는 한국 회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건 철저한 개인적인 사심에서 비롯된 희망....ㅎ
그나저나 나도 히트 해 보고 싶은데 모바일 게임마저 중국발 IP를 다 막아 버리는 것은 좀 너무한 거 아니요.. 넥슨 양반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