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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May 19. 2022

문화예술이 품은 치매 어르신과 가족, 그 치유의 기록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20506.22014000226



- 음악·연극·사진 예술가와 작업
- 추억 떠올리며 안식 찾게 도와
- 8개월 활동 책으로 엮어 공유

‘기억의 집’은 문화예술로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을 치유한 프로젝트에 관한 기록이다. 그런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치매 문제를, 그리고 기억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책이다.
                    




치매 노인과 가족, 예술가가 기억을 나누는 ‘슬로우 고고’ 프로젝트 모습. 호밀밭 제공




이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의 박물관에 치매 어르신을 위한 특별한 방 ‘기억의 집’을 마련해 호응을 얻은 데서 착안해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부산의 상황과 연결해보고자 한 것이다. ‘기억의 집’은 치매 노인이 젊은 시절을 보낸 195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어르신들은 그곳에서 그리워하던 풍경과 즐겨 먹던 음식의 냄새, 손때가 묻은 집기를 만지며 의식 깊숙이 존재하던 기억을 발견하고 마음의 안식을 찾는 곳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음악 연극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6명이 모여 8개월간 치매에 관해 토론하고 연구하며 그 결과물을 예술 프로젝트로 풀어냈다. 치매 노인과 가족, 예술가가 기억을 나누는 노래를 부르며 거니는 ‘슬로우 고고’를 시작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참여형 연극 ‘사라져 버린, 사라져 버릴 것들에 대하여’, 치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 전시 ‘오늘, 내일 그리고 어제’, 경증 치매를 겪는 해녀의 인터뷰를 시각예술과 미술 체험으로 재구성한 ‘순자 씨의 북청화첩’ 등이 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치매 노인과 가족들은 세대를 넘어 기억으로 연결되었고, 멍했던 할머니의 살아 있는 표정을 보았으며, 어르신을 돌보느라 외면했던 치매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문화예술로 치매 노인과 가족을 치유하며 성공리에 끝났다. 부산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점도 뜻깊고, 치밀한 토론과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 역시 빛났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사회가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되새길지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낡고 오래된 것에 대한 기억은 버려지고 묻히기 예사다. 하지만 그 기억은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든 역사이자, ‘나’의 일부분이다. 기억을 쉽게 흘려보내기만 하는 사회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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