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20608.22021001576
두 번의 선거가 끝나고, 이제 새로운 미래를 말하는 나의 도시를 마주한다. 불과 하루 사이 환희와 슬픔의 얼굴로 엇갈린 이들처럼, 대도시 부산의 계획도 사업의 우선순위부터 달라졌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청년기가 궁금해 앞으로의 5년 이야기가 담긴 ‘2040 부산 도시기본계획’부터 살펴보았다. 관광단지가 집중된 동부산에서 새로운 성장요인을 품은 서부산으로의 전환. 특정한 지역에 편중된 도시 기능을 분산해 다핵구조로 변경하겠다는 간단한 도식이 그려져 있었다.
기본계획이 그리는 다핵구조의 핵심은 도심 생활권의 분리와 특화다. 그리고 교통 개선으로 각 도심과 도심 연결을, 생활권 내에서의 원활한 이동과 교환을 유도하는 것에 있다. 이 과정에서 숫자 ‘15분’이 등장한다. 부산시는 ‘15분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문화·쇼핑·특화시설이 나의 생활권으로 촘촘히 들어오는 미래환경을 제시했다. 그런데 얼핏 본다면 이 사업이 시민의 이동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의 편의를 극대화한 것 같지만, 관점을 바꾸면 상업시설로 나의 일상이 편입되고, 이웃보다 판매자를 만나는 경험이 우선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우려는 스마트한 도시 계획에서 배제되는 ‘시민의 디지털 격차’에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연구원이 지난 5월에 발표한 ‘코로나19, 부산지역 노동의 미래와 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에 따른 디지털 기술의 적용으로 많은 시민이 노동환경 변화와 근무 시간 감소를 체감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고용 불안과 직접적인 소득감소를 경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음식 관광 도소매와 같은 3차 산업이 73%를 차지하는 부산 경제 환경에서 비대면 비즈니스 활성화는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시민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비대면을 통한 교환은 보편화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화 서비스와 플랫폼 노동, 비대면 근무 방식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15분 도시에서 가장 필요한 고민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부드러운 전환이 아닐까. 부산이 참고한 ‘15분 도시’ 모델의 시작은 프랑스 파리다.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이었던 안 이달고는 ‘모두의 파리’를 표방하며 정책 비전으로 모든 시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과 주택 공급의 다양화를 통해 모두가 도시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설계를 제안했다.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거리가 광장이 되어 서로 만나고, 직접 자신의 생활권을 다듬어갈 수 있도록 자발적인 공동체의 기능을 보조하는 것이 도시의 역할이라고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산업이 없고,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문제로 떠오른 부산에서는 빠른 성과를 위해 거점 중심 개발만을 이어갔다. 특정 지역의 높은 개발 밀도는 자연스럽게 지대상승을 이끌었고 도심과 도심 간의 불평등 이슈를 생산했다. 거점 중심 개발이 도심 내 빈부격차를 만들고, 도심과 비도심을 나눈 것이다.
부산은 타 도시에 비해 평균 인구밀도는 낮지만, 주거지가 좁고 산지가 많아 행정동 별 밀도가 높은 편이다. 그 어떤 도시보다도 이웃을 만나고, 공동체성을 유지하기 원활한 도시인 것이다. 이제 여기서 도시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 시민을 위한 15분은 무엇이어야 할지 물어야 한다. 15분 도시의 핵심은 근거리 서비스다. 하지만 여기에서 서비스는 편의와 교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의 필요를 근접한 관계망을 통해 해소하고, 나의 서비스로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호혜적 관계가 15분의 본 의미일 것이다.
15분의 생활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이웃을 만날 수 있는지에 따라 인구 300만까지의 감소를 앞둔 부산시의 향방이 갈릴 것이다. 고민해보자. 교통약자 이동지원을 위한 두리발의 평균 대기시간은 여전히 40분이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배달수요가 급증하던 2020년, 배달 예상 시간보다 10분 이상 지연되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한 플랫폼은 여전히 현장 배달노동자의 배송 시간을 압박하고 있다. 어쩌면 누군가의 15분을 덜어주고, 누군가를 위해 15분을 더 내어줄 수 있는 인프라가 부산이 말하는 15분 도시의 진짜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동준 청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