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yoon Oct 17. 2023

지금의 디자인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피그마 CPO, Yuhki Yamashita의 생각

오늘 피그마 디자인 리더스 밋업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밋업이라고 하는데요, 피그마 APAC Head of Growth, Chris Keightley와 CPO인 Yuhki Yamashita, Design Advocate인 Jessica, 그리고 원티드랩의 이상효님이 세션을 진행해주셨습니다.


그 중 CPO인 유키의 세션이 인상 깊어서 공유된 자료와 함께 공유해봅니다. 먼저 유키 야마시타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유튜브의 프로젝트 매니저, 우버의 헤드 오브 디자인을 거쳐 현재는 피그마의 제품 총괄을 맡고 있는 분입니다. 현재 디자인 분야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디자이너들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유키는 디자인 분야에서 변화하고 있는 3가지 차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1. 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

첫번째는, 과거에 디자인이 한 픽셀 한 픽셀에 대한 집착, 즉 시각적인 완성도가 중요했다면 현재는 "문제해결"이 중요하다는 지점입니다. 디자인이 이제 "문제 해결"이라는 것은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시점부터 나왔던 이야기라, 이 변화를 짚는 것이 다소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요, 이게 가능해진 배경을 3가지로 꼽아주신 지점이 좋았습니다.



첫번째 원인은 디자인 시스템의 등장입니다. 그동안은 원자 단위로, 즉 버튼의 R값이나 컬러, 컴포넌트 간의 간격 등까지 하나하나 디자인 해야했다면, 디자인 시스템으로 인해 원자들을 패턴으로 만들고, 그 패턴으로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디자이너들은 수많은 반복 업무에서 해방되면서 "문제해결"이라는 더 복잡한 일을 감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각적인 것에서 벗어나서 아이디어를 더 빨리 이터레이션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시간을 문제 해결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바퀴를 발명하지마라" 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요, 이미 바퀴라는 훌륭한 개념이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바퀴를 발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으로 치환해보자면 "새로운 툴팁을 발명하지마라"가 될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 원인은 자동화와 인공지능입니다.


피그마에는 수많은 플러그인들이 존재하는데요, 자동으로 텍스트나 이미지 콘텐츠를 채워주거나, 디자인 린트를 해주는 플러그인들이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들이죠. 이는 인공지능을 만나 더 강력한 기능이 되고 있습니다. 더이상 컬러 hex값이 틀렸는지, 문법이 틀렸는지 하나 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목업 디자인을 위한 이미지와 콘텐츠를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번째 원인은 오픈소스입니다. 사실 개발 분야에서는 오픈소스 문화가 너무나 강력하게 자리잡아 있죠. 피그마의 수많은 무료 플러그인들과 템플릿은 디자이너들이 고민해야하는 많은 것들을 제거해줍니다. 디자인 생태계에 있어서도 오픈소스는 너무나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유키는 해커톤에 참여했던 일화를 말해주었는데요,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해서 건강을 관리하게 하는 앱을 36시간 안에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동작 인식 API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이걸 개발하려고 했으면 당연히 36시간 안에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피그마는 커뮤니티기 잘 활성화되어 있고, 커뮤니티에 공개된 파일들은 복제해서 사용하는 것도 자유롭습니다. 처음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땐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생태계가 디자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피그마가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멋지게 느껴지더라고요. 유키의 세션 또한 자신의 피그마 계정에 발표 자료를 올려둬서 제가 이렇게 글로 정리해서 남기는 게 가능하기도 하고요.


아래 링크에서 이 세션의 발표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igma.com/community/file/803857434741322531/redesigning-design-talk



2. 언제나 과정 중에 있는 디자인

이 지점이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었는데요, 그동안 디자인이 "완성품"으로 전달됐다면 현재는 언제나 과정 중에 있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4~5년 전만 해도 스케치를 사용해서, 더 이전엔 포토샵을 사용해서 UI를 그리고 파일 째로 최종_최종_최종_진짜최종본을 전달하는 것이 당연했죠. 제플린과 같은 툴이 나왔을 때도 완전히 실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통상적으로 디자인 프로세스라 함은 리서치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정의된 문제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구상한 후, 이것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실제 테스트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오랜 시간 통상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여겨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현실에선 결코 이것이 순차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고 리서치를 할 때도 있고, 솔루션을 만들어버린 다음 문제를 정의할 때도 있습니다. 원칙을 바탕으로 디자인하기 보다는 디자인을 한다음 원칙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어떤 면에서 디자이너는 이 불안정성과 혼란함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적응하는 직업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나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은, 사실 구글 독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생긴 개념입니다. 문서 편집 또한 실시간으로 수정과 공유가 가능해졌고 이제는 디자인 작업도 그렇게 된 것이죠. 이 부분에서 디자이너가 "과정을 공유하는 것"에 망설임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키의 앞 세션인 크리스의 세션에서는, 중간 과정을 더 많이 공유할수록, 이해관계자를 더 많이 참여시킬수록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고유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기를 원합니다. 물론 고유의 영역이 존중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을 참여시키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장표에서는 은근한 스케치 조롱이 느껴져서 재밌었네요ㅎㅎ



3. 모두를 위한 디자인

그동안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디자인 뿐만 아니라 개발도, 마케팅도, 모든 분야가 그 분야, 그 직무 고유의 것으로 여겨지는 게 당연했죠. 하지만 이제 디자인은 모두가 할 수 있게 되었고 모두를 위한 것이 되었습니다. 아마 갈수록 각 분야 간의 경계가 흐려질 것입니다.


이 부분도 재밌었는데요ㅎㅎ PM 레벨1은 발사믹으로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고, PM 레벨2는 파워포인트로 누더기 수정을 해보고, PM 레벨3는 아예 포토샵으로 합성해버리는ㅋㅋㅋㅋ 그런 디자인할 줄 아는 PM분들이 계시죠.


어떤 면에서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가 한 디자인"이 진짜 디자인이고, 다른 직무자가 한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누가 만들었던 그 결과물은 "디자인"입니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서는 “디자이너만” 디자인할 수 있어 - 라고 말하는 것이 고지식해보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각 분야가 분절되어 디자이너가 디자인해서 PM에게 넘기고, PM이 엔지니어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현재는 전문성의 교집합이 넓어지고 각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모두가 함께 디자인할 수 있게 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요즘은 사실 이렇게 디자인하는 게 당연해졌죠.



4. 그러면 앞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나의 면으로 두고 천장이 "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 최대치", 바닥을 "디자인을 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역량"이라고 봅시다.


지금까지는 그 바닥, 최저치까지 가는 것도 어려워서 개발자, PM, 리서처 등 비디자인 직군들은 아예 디자인 분야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디자이너들만 디자인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앞서 두려운 지점들이 많이 언급됐습니다.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심지어 AI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 디자인 분야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유키는 디자인 분야가 지금보다 더 확장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천장, 즉 디자인으로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함의 최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디자인에 입문할 수 있는 장벽은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정말 기쁜 일입니다. 오히려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지키려고 고집하는 것보다는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입니다.


하지만 글을 쓸 줄 안다고 모두 작가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이 또한 디자이너만의 전문성이 고도화되는 과정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변화할 것이고, 그것은 좀 더 전략적으로 문제 해결을 이끌어가는 역할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유키의 세션과 저의 느낀 점입니다. 인상 깊은 부분이 많아서 거의 모든 장표를 첨부했는데요. 뒤이은 Design Advocate 제시카의 세션에서 좋았던 부분도 적어봅니다.


제시카는 아직도 많은 작업자들이 공유와 협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개별적으로 일하고 있고, 나와는 상관없는 직군으로 취급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디자인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과정을 공유한다면 Single Source of Truth가 만들어질 수 있고 생산성과 퀄리티 또한 높아집니다. 우리가 마음가짐을 바꿔서 디자인을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것이고, 혼자서는 결코 훌륭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초기부터 디자인 프로세스를 오픈하고, 더 많은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것이 훌륭한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디자인 프로세스를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디자인 중심의 기업들이 비지니스적으로도 더 성공적이라는 지표도 있습니다. (몰랐는데 DMI라는 기관에서 조사하는 Design Value Index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첫 세션에서 크리스는 디자인의 힘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협업하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AMA 세션에서는 디자인의 성과를 어떻게 수치화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유키는 정확하게 수치화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수치화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디자인 리더스 밋업을 통해 피그마가 정말 공유와 협업이라는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실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조금은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은데요, 투명하게 과정을 보여주고 피드백 받기 위해서는 "건강한 피드백 문화"가 있어야겠고, 모두가 디자인을 하더라도 디자이너 "고유의 권한"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합니다. 디자인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힘을 믿는 문화”가 되어야겠고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돌아보았을 때 디자이너가 수행해야하는 문제 해결의 영역 중에서도, 꽤 많은 부분을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작업 과정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원활하게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할테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