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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Feb 18. 2022

메타와 블록 리브랜딩 자세히 보기

다음 세대의 리브랜딩

리브랜딩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개념이다. 회사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거나 고도화할 때 이름을 바꾸거나, 로고를 다시 그리고 비주얼 에셋들을 교체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기 때문에 예전만큼 크게 주목받는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모두가 주목했던 리브랜딩 사례가 두 가지 있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스퀘어가 블록으로 바꾼 것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타이밍

2004년에 설립된 SNS 페이스북은, 그동안 알고리즘 조작, 신원정보 유출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에겐 새로운 이름, 새로운 우산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또한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호라이즌, 왓츠앱 등 페이스북 아래에 수많은 브랜드가 속해있고, 더 이상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이 이들을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09년에 설립된 스퀘어는 휴대폰에 꽂아 결제할 수 있는 카드 리더기를 시작으로 POS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확장한 회사다. 하지만 미국의 토스라고 할 수 있는 ‘캐시앱’, 제2의 스포티파이인 ‘타이달’, 블록체인 플랫폼 ‘스파이럴’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었다. 스퀘어 또한 ‘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비즈니스를 포괄하기엔 어려웠다. 두 회사 모두 리브랜딩 시기와 목적이 자연스러웠다.

스퀘어 산하의 브랜드들 (출처=block 홈페이지)



대표성을 선점하다

로고를 바꾸는 것보다 이름을 바꾸는 것의 리스크가 훨씬 크다. 하지만 이들은 ‘모기업’의 브랜딩이었기에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이 이름을 바꾼다면 아무래도 사용자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컸을 테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우면서 차별적인 이름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브랜드’라는 말이 있기 이전부터 인류는 브랜드와 같은 정체성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구의 인구수만큼의 브랜드가 존재하리라 짐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메타’와 ‘블록’이라는 일반 명사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은 페이스북과 스퀘어가 그런 일반 명사로도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스퀘어는 바꾸기 이전에도 지극히 쉬운 단어 ‘사각형’이었다.


또한 이들은 메타버스의 ‘메타’, 블록체인의 ‘블록’으로 사명을 변경하여 그들의 비전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단어를 선점했다. 메타는 그리스어로 ‘그 너머(Beyond)’를 의미하기에 더 잘 맞는 이름이지 않나 싶다. 짧고, 부르기 쉽고, 대표성을 띄는 단어이기에 매우 성공적인 네이밍이었다고 보인다.




메타: 흠잡을 데 없었다

메타버스는 소셜 기술의 진화형이다. 메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위한 기술을 구축한다고 말하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연결과 무한한 확장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익숙한 무한대 루프이자 대문자 M을 표현한 이 심볼은 그 자체로 완결성이 높고, 아주 직관적이다. 뛰어나게 차별성이 있거나 특이한 로고는 아니지만 쉽게 그릴 수 있고, 쉽게 인지되기 때문에 좋은 로고라고 생각한다. 워드타입의 서체는 2019년에 제작했던 페이스북 전용서체를 그대로 사용하여 일관성을 부여했다.


출처 = https://design.facebook.com/stories/designing-our-new-company-brand-meta/


메타는 자체 Quest 기술로 3차원 공간 안에서 한 줄로 그려지는 심볼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해당 기술을 굳이 쓰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형태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로 메타의 기술과 맥락을 잘 연결했다고 생각한다. 2D로 보았을 때, 3D로 보았을 때 모두 단순하고 매력적인 형태다. 메타버스 즉,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로고가 공간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합리적인 상상력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이기에 시각적인 호기심을 자아낸다.


고전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다양한 메타포와 질감, 색상으로 다이나믹하게 로고를 변형할 수 있다는 암시도 주었다. 심볼은 페이스북의 파란색을 이어서 가져왔고, 산하 브랜드의 특성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형할 수 있을 듯하다.


이후 소개 영상에서 메타가 그리는 광활한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우주에 대해 공부하며 실제 우주 공간에 가서 직접 바라보는 듯한 영상, 따로 떨어져 있지만 친구와 함께 같은 콘서트를 보는 상황을 연출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연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석적인’ 리브랜딩 전략을 구사했고 네이밍, 메시징, 로고와 어플리케이션에서 흠잡을 데 없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블록: 위트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

아무리 블록체인의 ‘블록’을 따왔다고 하지만 이 단어에선 레고 블록과 같은 큐브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큐브나 사각형 형태의 로고는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많다. 블록이라는 이름에서 연체동물처럼 꼬이는 큐브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홀로그램 금속처럼 보이는 재질인데 젤리 같은 탄성을 지닌 모순적인 심볼이다.


이 작업은 스퀘어의 시작부터 함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Robert Andersen의 작업이다. 그는 스퀘어, 캐시앱의 브랜딩과 제품 디자인을 맡아왔고, 현재는 1.0 Design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약 11년 동안 스퀘어의 모든 것을 만들어온 만큼 그 누구보다 스퀘어를 잘 알고 있고, 가장 힙한 브랜딩으로 손꼽히는 캐시앱을 디자인한 만큼 트렌드를 선도하는 감각이 있다.


가장 놀라운 지점은 이 로고는 1도가 없다. 오로지 3D 형태로만 존재하고 벡터 형태로 하나의 컬러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놓지 않은 듯하다. 당연히 모기업의 로고이기에 오프라인에서 쓰일 일이 적겠지만, 1도 로고를 만들지 않는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도발적인 자신감이 느껴진다.


소개 영상에도 홀로그램, 크롬 재질로 미래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일상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블록들, 그것이 해체되고 합체되는 모습을 반복하며 핀테크의 모든 것을 블록 안에서 이루겠다는 비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액체 위에서 파동을 일으키며 정직한 ‘육면체’가 등장하고, 마지막엔 꼬여있는 육면체인 블록의 로고가 마찬가지로 파동을 일으키며 끝나는 수미 상관도 아름다웠다.


자세히 뜯어보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한 비주얼은 아니다. 하지만 비주얼에 더한 약간의 의외성 만으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블록은 리브랜딩 후 홈페이지로 화제를 모았다. alphabet.xyz처럼 블록의 도메인도 block.xyz. xyz로 끝난다. 들어가면 360도로 블록의 로고를 돌려볼 수 있고, 블록의 자회사인 타이달의 음악 플레이어가 들어있다. 타이달은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체험하지 않으면 모를 타이달 서비스를 블록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서비스의 맥락과 리브랜딩을 잘 엮어낸 요소다.


투자자를 위한 사이트에서는 리더들을 큐브에 맵핑하는 위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블록이 ‘위트 있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콘텐츠에서 아주 과감한 비주얼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다음 세대의 디자인 트렌드는 블록이 이끌어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선택이 아닌 필수, 애니메이티드 로고


메타와 블록 모두 동적이며 공간감을 가진,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한 심볼을 제작했다. 그동안의 리브랜딩 트렌드가 미니멀리즘에 가까웠다면 반대로 이제는 맥시멀리즘으로 가는 듯하다. 먼 과거에 플렉서블 아이덴티티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출발선이 전혀 다르다. 브랜딩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로 다채로운 비주얼로,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금 시대의 소비자들이 진부한 브랜드 혹은 맥락 없는 비주얼을 판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업 리브랜딩은 내부 고객을 위한 것

우리는 메타버스를 지향하겠다, 우리는 블록체인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도 일반 대중의 일상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여전히 메타의 '인스타그램'이고, 블록의 '캐시앱'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 구성원들은 메타와 블록을 보며 그 이름 만으로도 기업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고, 비전을 상기하게 된다.


지금까지 메타와 블록의 리브랜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들의 리브랜딩이 성공했을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더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종식시키며 다음 세대의 디자인이 무엇일지 꿈꾸게 하는 결과물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진다. 메타와 블록, 그다음엔 어떤 브랜딩이 가능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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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디지털 인사이트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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