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엔 비가 내렸었다.
늦잠에서 깬 것은 창문을 밀고 들어온 눈이 부신 햇살 때문이었다.
일기예보와 달리 파란 하늘. 요 며칠 동안의 진무와 먹구름, 황사가 강풍에 씻겨가고 있었다.
초겨울의 느낌. 이대로 살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
'분위기는 묘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애써 다시 흥을 돋우려 하지 않고 두 사람 다 조용히 술을 마시며 추억에 잠겼다'(러브 레터 중)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의 길이는 어느 정도일까? 그것도 두 남자가. 나라면 그저 어색할 뿐이었을 것 같지만, 나와 다른 부류들은 주위에 아랑곳 않고 자신만의 추억에 진심으로 잠기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면 그렇게 돼나? 진솔한 사람의 특질인가?
내가 잘 모르는 감정선을 문학은 거울처럼 내게 비춰주고 지금처럼 그 느낌의 질감이 무엇일지 곰곰이 떠올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실로 문학은 그런 효용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