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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외출-서촌

                                                                                                                                             2012년 10월 15일 

질주다

막다른 골목으로

열네 번째 아해가 된 내가 뛰어간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다

―「길, 혹은 열네 번째 아해」 끝부분     


서촌의 막다른 골목은  절망과는 다른 느낌이다 

되돌아 갈 또 다른 길에 대한 희망도 있다       

하륵과 하늬와 함께 우리가족이 처음으로  트럭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잤다

청와대앞 보안여관 마당에서 아침을 맞았다 

18개월 아이들이 트럭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트럭과 함께 보낸 아빠 엄마의 10년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내가 고생 했으니 너희들도 고생 해야지  ?     


산속에서만 살던 아이들이 골목을 만난다 

서촌의 골목 담벼락위의 고양이을 보고서 생전처음 듣는 이상한 괴성을  내는 아들 하륵 

두아이가 서촌 골목을 뛰어다니고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을  뒤따라 뛴다      


“질주다

막다른 골목으로

네 번째 아해가 된 내가 뛰어간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다“     


우리아이들이 처음 만난 이 낭만적 골목으로 오게된 이유는 일맥아트상 을  수상하기위해서다 

몇달전 커뮤니티아트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주고싶다는 연락이 왔었다 

커뮤니티아트에 기여했다하지만 그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커뮤니티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예술이 존재 할수 있는가요 ?

연기자가 아닌 생활인 들과 어울려 극영화를 만들었다하면 그런 영화가 한둘인가 ? 

어떤 상대와 어울리며 만들었고 어떤 가치와 내용을 담보하고 있는가를 알 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도 궁금했다 

 

연기란 걸 평생 해보지도 않았고  ,캐스팅란 절차도 없이 누구나 하고싶으면 하는 드라마 

인것을 안다 하더라도 영화적 성과가 전무한 무명감독에게 갑자기 웬상인가 싶었다 

그런데  선정된  3인의  후보들이  한달간의 전시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1인을 선택 하겠다는 

그 절차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 했다 . 


사양하겠습니다 !

굳이 한달동안  상금  천만원을  기대하며 보낸다는 건 비록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더라도 응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뒤 다시 연락이 왔다 

3명에게 상금을 삼분의 일로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선정 하면  상을 받겠는가 라고 한다 

예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청와대 앞 보안여관 갤러리앞마당에 트럭을 끌고와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시인 이상의 집이 있었던 곳 

시인 서정주가 이곳 보안여관에서 장기 하숙하면서 ‘시인 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를 탄생시켰던 곳  

이중섭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윤동주, 함형수,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등의 문인들이  스쳐갔던 곳이다 . 


우리 아이들이 예인들의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다 

어제  커뮤니티아트 에 기여한 공로로 일맥아트상 을 받았다

상금 5백만원 역시 무엇보다 상금만이 나를 기쁘게한다 

돈밖에 모르는 인간으로 추락한 게 아니라걸  애써 보여주기위해서 

영화를 한편찍겠다고 했고 

10일만에 “서촌일기” 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       


3일동안의극영화작업과 일주일간의 다큐가 하루만의 편집으로 마무리되어 

여느 시골에서 처럼  트럭옆면 하얀 광목천을 펼치고

아이를 꼭 껴안고 나의 일필휘지의 작품을 본다      





이상의 시  회한의 장의 구절 구절이 내 영화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였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중략)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이상의시 「회한의 章」중           


할머니들이 능청 스럽게도 연기를 잘한다 ?

다큐로 찍으면 되지 왜 드라마로 찍은 것인지요 ?

왜 이런 돈도 안되는 영화를 계속 찍는 것이지요 ?

극장도 아니고 영화제에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축제 축제하는데 그게 창작이고 예술인가요 ?     

서촌일기 속에서  나는 10일동안 10년동안의  영화들중 7-8편을 공개했다 

상영하면서 받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무슨말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웠다 

흐느끼는 수 밖에 없었다      



히틀러도 무수한 정치가들도 영화로 우상화시키어 왔던  것처럼 

평생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고 자신의표현도 못하면서 주눅들어 산 이들을 

주인공 좀 시키고  연기좀 같이한다고 그게 그렇게도 못마땅한건가 ?

 진정 너희들은 그속에서 숨은 아름 다움을 보지 못한단 말인가 가 항변 하고 싶을 정도로 

삐닥한 말들이 많았다 

물론 나는 눈치 없이 더 나아갔다  나의 영화는 커뮤니티아트라는 말도 설명이 안된다 

내가 이런 영화 할때만 해도 커뮤니티아트란 그런 말을 들어 본적이  없었다 

누구와의 커뮤니케이션이고 또 무엇을 위한, 어떤 내용과가치가 

커뮤니티라는 행위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한달간의 우여곡절속에서  반영화 돌맹이전 이란 이름 아래  전시,상영,제작  모두 마쳤다      



돌맹이의변     

길을 걷다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돌맹이같은 

영화다 .

흔하디 흔해 보고도 잊혀지는 사람들이 모여 돌탑을 쌓듯이 

만들어간 영화다 .

만듦새도 재주없어 돌맹이를 닮았다.

같은 혈육이라도 보석같은 희귀함의매력도 

수석같은 평범속 비범도 발견하기 힘들거다.

그래도 이 영화들은 우리시대 돌맹이들이 꾼 생활창작,공동창작의 바벨탑이다.

길섶의 돌탑은 아래돌보다 더 가볍고 작은 돌을 찾아 올리려는 

순박한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와 기도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침묵의 보석이다.

지극한 세공적 생산만이 가능한 상품예술시대에서 돌맹이들의 즉흥 예술을 통해 드라마와 다큐멘타리 ,공동체와 개인,

즉흥성과 계획성이 오고간다.

스타,주인공,극장,캐스팅,오디션,감독예술,시나리오,상품적스토리텔링,

어느 하나 모두가  알고 있었던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없어지면서 

비로서 축제로서의 영화가 탄생하였다.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이영화들이

상품으로서의 영화와 대척점에 서있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외면,모욕,가난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제 전설로만 기억되어갈  마을 돌탑영화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뭘 보더라도 마냥 이쁘게보려는 사람이 있고 

뭘 하더라도 약점 부터 잡으려 애쓰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서촌일기를 본 정재형교수는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서촌일기> (신지승감독..2012)      

신지승은 자기와 영화의 차이가 없다. 

자기가 영화 안에 있고 내레이션으로도 개입한다. 또한 극영화와 다큐 차이도 없다. 

일상과 영화 차이도 없다. 

영화는 영화 속에서 영화를 모방하는 자기 반영성으로 존재한다. 

이 영화는 일상과 영화 경계를 허무는 현대영화의 한 지점을 보여준다.     

영화엔 노래를 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노래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 괴로워한다. 

노래하고 싶어 하는 이 모습은 인간의 욕망하는 모습이다. 

사진작가는 자신 동료의 사진을 그저 찍어 전시한다. 

어떤 사건도 없다. 동료들 얼굴만 전시되어 있다.

술 취한 여성 모습, 고민하는 청춘들 모습.

촬영 모습을 그대로 담는 신지승의 카메라는 영화의 신화를 벗겨내는 방식에 있어서 고다르 기법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는 사람에게 연기를 시키고 그 모습을 다시 찍고 그것을 상영한다. 

영화는 현실에서 만들어지고 현실은 영화가 된다. 

그 경계가 없어지고 마침내 영화는 현실이 된다. 감독은 흐느낀다. 

김기덕 다큐 <아리랑>에서처럼 신지승은 자신 영화 작업과 삶의 허무를 진하게 느낀다.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화를 왜 하려고 하는가? 

이 성찰의 목소리는 감독 자신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그건 영화의 존재론이고 목적론이다. 

영화의 성찰성은 어둠속에서 빛난다. 영화는 자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고

모두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라는 믿음이 빛난다. 

신지승은 구도적 삶을 사는 것이다.

정 재 형(鄭在亨) Jaehyung Jung       

그런데 왜 거기서 김기덕이라는 이름이 나오는가 ?

나와 김기덕은 어떤 관계가 있긴 했었다  아주 오래전..

이제 그 이야기도 숨길수 없는 시간이 된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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