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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an 29. 2019

여전히 뿌옇고,

길이 없다. 또 막다른 길이었다.

역마살이 끼었다고들 했다. 그렇게 방랑벽을 가진 채 돌아다녀도 어디 하나 해소되는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목이 말랐다. 버릇처럼 소비하며, 새로운 곳에서 둥지를 틀듯 며칠, 또 다른 곳에서 며칠. 여행은 삶이었고, 삶이 여행이었다. 하루하루 안정될 틈조차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불안정했고, 차분히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잠시 앉은 동안에 고민하던 머릿 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도, 휘발성 기억처럼 금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정착이라 말은 사슬을 꼭 발목에 채워놓는 것 같았다. 무겁고 차가운, 그럼에도 거기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면 그 쇠붙이가 도리어 내 살갗을 도려내었다. 가위에 눌린 듯 소리를 치면 그 메아리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에게 외쳐지는 물음, 그 질문에 대답조차 할 수 없는 내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물음표로 끝나는 답이 없는 질문.



그 반복되는 물음에 결국 답을 목으로 삼켜내며 하지 못한 말들은 입 속을 어른거리다가 겨우 새어나왔지만 그 소리는 혀를 잃은 누군가의 목구멍에서 토해져나오는 것만큼 거칠고 불분명했다.




그 소리가 분명해질 때쯤이 되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까.

이 방황의 끝은 어딜까.




또 막다른 길, 또 선택의 순간.

지긋지긋하리만큼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겪었음에도 새로운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면 여전히 서투르고도 두렵다.


그 서투른 자신이 환멸나게도 싫음에도 이 몸뚱아리가 내 자신임을, 부정할 수도 없어서 어느 순간에는 자신을 잃는 것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채로 사는 것.



어디선가 잃어버리기로 했었던 내 떼묻은 조각을 다시 돌아가 찾기까지, 바람 부는 사막의 변하는 지형 속에서 나는 거기가 어딘지 헤메다 길을 잃고도 또 잃는다.



길인 줄 알았던 곳이 벼랑 끝이고 수도 없이 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다보면, 언젠가 이 반복되는 꿈같은 현실에서도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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