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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Feb 26. 2022

내 잠을 돌리도~~

수면 교육이 뭐예요?


 첫째가 태어난 뒤로 통잠을 자본 적이 없다. 통잠이라는 말도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 특별히 불면증이 있거나 잠자리가 예민하지 않은 이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 밤에 잠들고 아침까지 쭉 자고 일어나는 것. 그 당연한 것이 불가능해졌다.

 첫째는 18개월이 지나도록 잠이 안정이 안됐다. 낮잠을 많이 자고, 밤에는 자다가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한두 시간 놀다가 자기 일쑤였다. 돌이 지나니 아침 기상 시간이 새벽 5시가 되었는데, 그마저도 감사한 지경이었다. 가장 피곤한 새벽 시간에 일어나서 아이랑 놀아주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더 화가 나는 건 나만 아이를 재운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재우는 건 내 몫이었다. 여러 가지 환경 상 그렇게 되어버렸지만... 한번쯤은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잘 수도 있을 텐데, 내 간곡한 부탁에도 남편은 단 한 번도 아이를 데리고 자지 않았다.

 '한 번만 나 통잠 좀 자보자. 하루만 아기 좀 재워줘 봐'

 남편은 '알겠다'라고 했지만, 사실 겁이 났던 것이다. 저녁 내내 예민하게 굴길래 됐다 치워라! 내가 데리고 잔다! 해버렸는데.. 그날 엄청 상처받았다. 단 한 번도 희생하지 않으려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다. 사실 남편도 겁이 났던 것이다. 내가 애기 데리고 자는 걸 너무 힘들어하니까 지레 겁먹었던 것이다.


 둘째를 낳으러 병원에, 조리원에 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첫째를 데리고 잤다.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불안함 때문에 아이는 하루 종일 아빠 껌딱지가 되어서는 많이 아파했고 힘들어했다. 그래도 그 2주간 아이를 데리고 자면서 좀 자신감이 생겼나.


 둘째 낳고 나서는 첫째 아이에게 '아빠랑 같이 자자'고 자주 데리고 갔다. 신생아인 둘째가 너무 자주 깨니까, 둘 다 내가 데리고 잘 수는 없으니.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아빠랑 자기 싫어한다. 몇 번은 아빠랑 같이 자더니 꼭 새벽에 깨서 엄마를 찾는다던가 잠들기 직전이 되어서야 갑자기 엄마랑 자고 싶다며 운다던가... 결국 또 내가 둘 다 데리고 자야 하는 상황.

 

 이 때는 몰랐다. 첫째 아이는 정말 순한 거였다는 걸.


 첫째 아이가 오랫동안 통잠을 자지 않았었기 때문에 둘째만큼은 그 '수면 교육'이라는 걸 좀 해서 혼자서도 잘 자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아이는 새벽에 깨면 자지러지게 울었는데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목소리도 너무 커서 온 건물이 울릴 지경인데 안아줘도 뒤로 버티고, 아무리 토닥여도 안되고, 아기띠를 해도 안되고... 그나마 안고 옥상에 올라가면 조금 진정되기도 했지만 새벽마다 아이랑 씨름을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첫째가 또 같이 깨버리면 밤새도록 잠 못 자고 시달리는...

  그렇게 '잠'과의 전쟁을 했다.

 

  이제 둘째도 18개월 지나고 잠을 잘 자게 돼서 슬슬 잠자리 독립이라는 걸 해보려고 여러모로 시도해보았다. 아이들 재워 놓고 옆 방에 와서 혼자 자기. 새벽마다 첫째가 깨서 쉬하고 싶다며 쉬 하고는 내 옆에 와서 잔다. 절대 혼자 들어가서 자는 법이 없다.

 아이들 재워 놓고 안방(아이들 자는 방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음) 와서 자기. 역시 새벽마다 첫째가 깨서 울면서 엄마를 찾아온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마다 깨서 울며 엄마를 찾는다.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안된다.. 이제 다섯 살이 되었는데, 말도 잘하고 다 알아듣는데 도저히 안 되겠나 보다. 자기 옆에서 꼭 자라고 한다.

 두세 달 노력해보다가 포기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아이들이 무섭다고 하면 무서운 거예요. 어른들이 '그게 뭐가 무서워~'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아이 입장에서는 무섭고 불안할 수 있는 거예요."

 

 나는 '동생도 같이 자고 있는데 뭐가 무섭다는 거야. 혼자 자는 것도 아니고..' 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아이는 진짜 무서운 거다. 뭐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진짜 무서운 거다.


 지금 엄마가 다시 매일 옆에서 자니까 새벽에 깨는 일이 없다. 엄마가 같이 자는 날은 쉬 한다며 일어나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아이에게 엄마란 존재는 무엇일까.

 

 나도 그냥 포기하고 같이 자버리니까 이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여전히 아이들은 새벽에 뒤척이고, 나는 통잠을 잘 못 잔다. 그래도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천국이지. 깨서 울지 않고, 놀지 않고 아침까지 자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매일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자는 게 여전히 힘들긴 하다. 워낙 늦게 자기도 하고,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밤에 누워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 같은 것도 있다. 밤에 자기 전에 우리 첫째는 조잘조잘 말을 많이 한다. 특히 달콤하고 따뜻한 말을 많이 한다.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엄마에게 낮에는 못했던 얘기들이 생각나나 보다. 그 시간이 따스하다.

 우리 둘째도 낮엔 그렇게 고집을 부리더니만  때는 엄마한테 안기고 싶어 한다. "엄마 샤양해여 샤양해여" 하며 꼬옥 안아줄 때는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다.


 엄마가 팔베개해주고 꼭 안아주면 좋겠다는 아이. 한참 잠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는 그것도 귀찮고 버거웠다. 빨리 재우고 나가고 싶은데 하도 안 자니까 '그냥 자..'하고 차갑게 말하기도 했다.

 그냥 잠자리 독립을 포기하고 나니, 그냥 같이 잠들면 되니까.. 스트레스받지 않고 잔다. 양팔에 아이 둘 팔 베개 해주고 잠든다.


 다 같이 자기에 퀸 사이즈 매트가 너무 좁아서 매트리스를 하나 더 샀다. 나는 아이들 재워놓고 옆에 있는 다른 매트에서 편하게 자려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매트에서 자려고 하면 잠이 안 든다. 말똥말똥.. 뭔가 서늘... 하기도 하고...

요새는 그냥 아이들 사이에서 잔다. 아이들 사이에서 자면 잡생각 없이 그냥 스르르 잠든다. 그리고 따뜻하다. (난방 텐트 때문인가)


 언젠가는 아이들이 엄마가 자기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날이 오겠지. 아이의 따뜻하고 말랑한 품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


 누군가는 수면 교육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습관을 잘못 들여서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내 아이가 엄마를 너무 원하니까. 그냥 곁에 있어주어야겠다. 잠은 뭐... 죽으면 영원히 자는 거니까...(결론이 뭐 이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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