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를 사유하는 가장 가벼운 방식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by 미셸 오

이 소설은 일상의 사소함과 무의미 자체를 성찰하는 작품인데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을 취하지 않고 몇몇 인물들의 대화와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물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 만나서 대화하고 흩어지는데 이 단순한 구성은 삶 자체가 서사적이지 않다는 작가의 의식을 반영한다. 즉 인간은 끊임없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만 실제 삶은 그 어떤 필연적인 구조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 농담과 우스움의 의미. 역사와 권력(특히 스탈린의 일화). 삶이 가진 무의미함이다. 사람들의 시선과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는 알랭. 삶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중년남성 라몽. 유머와 극적인 요소를 담당하는 샤를과 칼리방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로 등장한다.


특히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시프 스탈린의 일화는 작가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탈린의 농담은 권력의 폭력성과 인간의 허위의식을 동시에 드러내지만 어딘가 공허하고 우스꽝스럽다. 작가는 이 일화를 통해 역사나 권력. 비극마저도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하려는 인간을 풍자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모든 것이 하나의 농담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냉소가 깔려있다.

-아래 작품 인용-


'칼리닌은 스탈린의 부하로 규율에 절대복종하는 인물이지만 전립선에 문제가 있어 수시로 화장실에 가야 한다. 혁명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논할 때면 그는 소변을 보고 싶은 욕구와 처절하게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결점을 알고도 무시하는 스탈린. 결국 그는 서서 오줌을 지리고 만다. 그런 중대한 회의 자리에서 말이다.

얼마나 인간이 연약하고 보잘것없는가.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그런 인간을 위해 도시의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남겨준 들 의미가 있나...


연약한 육체의 어디 한 곳만 고장이 나면 인간은 그 고통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고 만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 인간에게 권위? 혁명? 그따위가 뭐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결국 이 소설은 심각한 주제를 가볍고 유머 있게 처리함으로써 결국 삶의 본질이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 속에 있다고 말한다.

<아래 본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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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등부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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