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가 멈춘 바다

by 미셸 오

한 해녀가 겪은 실화이다.


상군 해녀인 춘자 할망은 다른 해녀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깊은 바다였다.

그런데 그날의 바다는 지나치게 고요했다. 평생을 물질하며 살아온 춘자 할망은 알았다. 바다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는 그곳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숨을 죽이고 있다는 뜻임을.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전복 무더기가 눈에 많이 띄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전복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춘자 할망이 테왁을 뒤로하고 수심 10미터 아래 검은 바위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을 때였다. 갑자기 물의 흐름이 변하였다. 차갑고 묵직한 수압이 등 뒤를 덮쳤다. 뒤를 돌아본 할망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여느때 흔하게 보던 물고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물고기였다. 산맥처럼 거대한 대형 물고기 한 마리가 아가리를 벌린체 할망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아이고 ~ 이제 죽었구나"


찰나의 순간 할망의 머릿속에 짧은 탄식이 스쳤다. 거대한 고기의 입은 작은 몸집의 할망 하나쯤은 거뜬히 삼킬 만큼 거대했고 그 속은 빛조차 삼켜버린 칠흑의 동굴 같았다.


그 고기의 입이 할망의 발을 끌어당기고 종아리까지 끌어당겼을 때 할망은 본능적으로 전복을 캐던 빗창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깡!"


하는 둔탁한 소리가 물속에서 울려 퍼졌다. 할망은 고기의 단단한 입천장을 향해 마지막 남은 숨을 끌어모아 빗창을 내질렀다. 순간 고기가 몸을 비틀며 할망을 뱉어냈다.

거대한 꼬리지느러미가 할망의 가슴팍을 후려쳤고 할망은 수면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튕겨 올라갔다.

폐가 터질듯한 고통 속에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할망의 입에서는 평소보다 더 높고 날카로운 "호오이~"하는 숨비소리가 길게 터져 나왔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서늘한 전율감이었다. 할망은 보았다. 수면 아래로 서서히 사라지는 그 거대한 그림자를.


그날 이후 춘자 할망은 다시 그 바다 근처로 가지 않았다. 대신 동료 해녀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바당은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것이쥬. 우리게 아닌거라."


그때 춘자 할망에게 다 큰 딸이 있었다. 그녀도 해녀였지만 춘자 할망의 물질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친구야 말로 상군 중의 상군 해녀였다.


춘자 할망이 낳은 딸의 친구. 바로 나의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