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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Sep 16. 2015

나는 얕지 아니하고 다만 잔잔할 뿐이다

어느 날 함께 계절을 나누던 이가 말했다.

"나는 깊고, 너는 얕다."


꼬박 이틀 하고 반나절이 걸렸다.

어두운 방 안에서 오직 내 마음 안을 향해서만 전등을 켜야 했다.


마침내 답했다.

"나는 얕지 아니하고, 다만 잔잔할 뿐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내 사랑이 누군가에게 파도와 같은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멀리서 천천히 밀려와 발끝을 살짝 적셔만 놓고 다시 뒤로 물러나지 않는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치 약이라도 올리듯 왔다가 갔다가.

어쩌다 성이라도 나면 모조리 부수어놓고 집어삼키기 일쑤다.


차라리 깊게도 고여 있는 잔잔한 호수가 되겠다.

살랑대는 물결이 볕에 비칠 때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의 밤에 찾아오는 적막한 고요는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흘러간다는 듯이 그 자리 그대로 있어주는.


들리는가.

나는 당신에게 깊은 잔잔함의 지속됨과 안정감을 다 흡수한,

그런 사랑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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