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지 Mar 11. 2019

2018, 여름

살다보니 단순 무심해지기도 행복은 행복이요 슬픔은 슬픔인 그 뿐. 어쩐지 요즘은 기형도의 시집을 통 펼치질 않는다. 방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있거나 오후 네시의 노인들과 섞여있지 않는다.
살다보니 파란색이 수십가지인 것을 깨닫고 별다른 정의를 내릴 수 없다하더라도 그것이 파란색인 것은 안다. 각각의 것은 이제 희미하게나마 알아서 저마다 따로 온다. 탐색이나 진찰의 수고따위는 버렸다. 온몸으로 체감할 뿐.
이제 내가 세계를 닦는 까닭은 ‘엎질러진 실수를, 실수가 남긴 얼룩을, 얼룩진 마음을 닦아내기 위함이다. 희망에 윤기를 내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생에 동행하고 싶은 사람들과 버릴 수 없는 내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6. 9. 2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