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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의 책놀이터 Jun 28. 2016

[그 날은 도둑과 같이 오리니]

-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그러나 주의 날이 도둑 같이 오리니 그 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
- 베드로후서 3:10


한 때 삼국지 덕후였던 이유로 연의가 아닌 정사 삼국지는 물론 관련 주석들을 열심히 찾아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제갈양과 그 동문들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제갈양은 서서, 최주평, 석도, 맹건 등과 함께 동문수학 했습니다. 동문들이 경전을 하나하나 꼼꼼이 공부한데 비해 제갈양은 대강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해지죠. 그들은 후에 각자가 얼마나 출세할 것인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갈양은 동문들에게 "자네 정도면 한 개 현을 맡을 만 할 것일세"라고 말합니다. 동문들이 "그럼 자네는?"이라 묻자 빙긋이 웃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디테일에 집착하면 큰 그림을 못 봅니다. 너무 큰 그림만 그리다 실제 역량이 못 받쳐주면 소용이 없지요. 둘 사이에 균형을 이룬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 명의 병사보다 한 명의 장수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들 하지요. 제갈양은 스스로 보기에도 큰 그림을 보는 눈과 디테일에 대한 실력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나 봅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직업에 해당하는 디테일을 갖추고 삽니다. 업으로 삼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거의 생활의 달인이 돼서 먹고 사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자연 큰 흐름을 읽는 안목을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정세와 국내의 흐름을 읽으려면 또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은 이상 개인이 유용한 정보를 선별하고 가공해서 합리적인 예측을 해낸다는 것은어려운 일이지요.


많이 배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걸 대중에게 전하는 언론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겠지만 제대로 된 전문가와 언론인은 손에 꼽습니다. 답답하면 우물파란 말처럼 독자가 기사나 정보도 양질의 것들은 찾고 걸러내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포털에서 골라주는 기사 몇 개로 내 삶과 우리 가정의 미래를 설계하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모두의 삶을 옥죄는 경제불황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이 왜 벌어지고 있으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적어보입니다. 한국은행이 왜 기준금리를 내리는지, 왜 내수는 살아나지 않고 동네치킨집은 망하고 생기기를 반복하는지, 왜 브렉시트 문제를 크게 다루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관심이 없으셨다면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때문일 겁니다.


잘 생각해보시면 마냥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여러분 주변의 누가 죽거나 이민을 떠난다면 그것은 여러분 가게와 여러분 직장의 잠재적인 소비자가 줄어드는 일이니까요.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마냥 남의 일이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 '중산층 총체적 붕괴가 밀려온다", 『경향신문』사회면, 2016.06.18 기사


그런 의미에서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교수의 인터뷰가 있어서 링크를 옮겨뒀습니다. 시간 내셔서 꼭 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 우리에겐 당장 1~2년 후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10~20년에 대한 전망도 필요합니다. 서평에서 여러번 인구구성과 산업구조 등을 근거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야기입니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수치, 역사적 사례 등을 취합하여 분석하면 분명 느끼시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위에서 말씀드린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써놓은 책이나 칼럼 등을 참고하셔도 됩니다. 원리금 상환에 10년이 넘게 걸릴 아파트 분양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가족과 가정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그 정도의 분석과 전망도 없이 덜컥 내린다면 그건 모험이 아니라 무모한 겁니다.


97년 말 외환위기 상황 당시보다 그 직전인 95~96년의 분위기가 더 기억납니다. 사회는 흥청망청, 대학가엔 먹고대학생이 넘쳐났고, 한 편으로는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는 초유의 참사가 벌어지던 때 였습니다. 그 와중에 IMF사태는 졸고있는 수문장이 지키는 성城에 쳐들어온 외적의 대군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여러분이 아시는 그대롭니다.


그 때도 그랬습니다. 위기가 도둑과 같이 찾아왔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미리 그 상황 예측했던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물론 그들은 위기에 대비했었구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적이 10리 밖에 왔는지 아직 20리 밖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거 알면 돗자리를 깔아야겠지요) 다만 10~20년 안에 온다면 분명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게다가 한번의 위기Crisis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 Social Phenomenon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문제들이 대표적입니다.


링크한 칼럼을 쓴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영학)은 우리에게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슬프지만 그게 사실인 것 같구요. 그래서 각자도생에 참고가 될만한 책 몇 권을 아래에 적어둡니다. 도둑과 같이 찾아올 위기도 충분히 대비하고 준비한다면 분명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도서목록

- 이지평/이근태/류상운 지음,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이와우, 2016

- 박상준 지음, 『불황터널』, 매일경제신문사, 2016

-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김정환 옮김, 『노후파산老後破産』, 다산북스, 2016

- 믈린트 로렌 지음, 강유리 옮김,『인구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원앤원북스, 2016

- KBS 명견만리 제작팀 지음, 『명견만리』, 인플루엔셜, 2016

- 모타니 고스케 지음, 김영주 옮김,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동아시아, 2016

-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무업사회無業社會』, 펜타그램, 2015

- 홍성국 지음, 『세계가 일본된다』, 메디치미디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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