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올해의 키워드 찾기. 2020년 마지막 날에 한 해를 정리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찾았다.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비즈의 숲'. 4월부터 여름까지 구슬을 꿰며 많이 행복했다. 한참 아름다운 계절에 외출을 많이 하지 못하며 구슬을 꿰었지만, 비즈의 숲의 사장 카프리썬이 되어 즐거운 상반기를 보냈다.
9월, 갑작스러운 회사의 구조조정. 내가 금호동의 주호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작스러운 파괴가 일어났다. 진짜 금호동의 공식 파괴왕 주호민이 되는 걸 아닌가 했다. 용케 살아남았지만 많은 동료와 이별을 해야 했고, 갑작스럽게 홀로 서기를 해야만 했다. 그 두 달 간의 기간 9월, 10월을 나는 2020년의 애도기라 부른다.
그리고 10월 1일 시작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매일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떠올리고, 글로 써내는 일은 무척 어렵고 고단했다. 써놓은 글이 바닥났을 때의 망연자실함이란. 게다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이로써 꾸준히 쓰는 근면 성실 라이터들을 존경하게 됐다.
간간히 '지구백일장' 프로젝트와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작고 소중한 기고료와 커피 원두 선물을 받았다. 나는 이걸 '글테크'라 칭한다. 그 원두는 오빠에게 주었다. 오빠가 기뻐하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2020년은 20대 중에서도 개인 글과 업무 글을 많이 쓴 해가 됐다. 여전히 고난은 있었고, 즐거운 부캐도 만들었던 2020년. 20대의 마지막이라 더 컬러풀하고 활발하게 살 것을 기약했던 상반기. 대신 2021년에 그 에너지를 이어가야지. 2020년에 상황이 되지 않아 못했던 도전들은 2021년의 키워드로 다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글을 쓰는 30대가 되리라.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