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부터 쉬었으니, 무려 6일의 연휴였다. 길었던 6일간의 연휴도 벌써 저물어간다. 연휴 마지막 날인 2021년의 첫 번째 일요일인 오늘은 그냥 드라마나 보면서 보내기 싫었다. 내일부터 6일간 쉬었던 회사 일의 여파가 몰려올 것이고, 바쁜 프로젝트에 1월간 몸담게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연휴 첫날에는 새해를 앞두고 2020년 자주 만나지 못했던 그러나 각자의 사정으로 고단했던 9명에게 카드를 썼었다. 1명을 더 채우고 싶었는데 미처 채우지 못한 채로. 만날 수 없으니 주소를 적고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여 편지로 부쳤다. 등기도 아닌 일반 우편으로. 일반 우편은 편지를 받는 수신인에게도 발신인에게도 따로 알림이 가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툭 우편함에 꽂히는 것이다. 발송 도중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니 서프라이즈 카드. 연말에 도착했으면 하는 편지는 1월의 첫 월요일에 도착할 예정인데, 그게 바로 내일이다.
오늘은 바로 그 마지막 10번째 편지를 쓴 날이다. 연휴 첫날 무얼 그리 열심히 하냐는 엄마의 말에 카드를 쓴다고 했는데, 내심 엄마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부끄러워 며칠을 미루다 내일부터 정신없어질 게 뻔하니 오늘 카드를 썼다. 내일 아침 출근길에 드릴 예정이다.
2021년의 계획도 꾸려 거울 앞에 붙여놨다. 11개의 계획을 보니 확실히 작년과 다른 계획의 결이다. 예를 들어 작년엔 구체적인 '100권 읽기'였다면, 올해는 '자기 전에 책 읽기'로 순화된 순한 맛 버전의 계획들이다. 순한 맛 계획이라도 꾸준히 한다면 어디에도 없는 당돌한 매운맛이 될 터. 그 밖에도 내가 적은 계획을 보니 모두 몸과 마음, 영혼을 정리하는 계획이었다. 거창하지만, 채소를 많이 먹고 내면을 정리하는 글쓰기 같은 계획들.
30대의 나는 마음은 더 유연하게 취향은 더 뾰족해지고 싶다. 그러면서 관계에는 더 힘을 뺀 채로. 힘을 뺀다는 건 포기한다는 게 아니다. 그저 관계에 들였던 힘을 조금 풀고, 유연해지겠다는 뜻이다.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다 보면 닿은 누군가들과 깊은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더 편안하고 깊은 관계가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