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까지 붙여 쓴 긴 연휴를 지나 2021년의 첫 출근을 하는 월요일. 모두가 예상했듯 길고 긴 불면의 밤이 찾아왔다. 연휴 내내 일명 새벽에 자고 늦게 일어나는 '쓰레기 생활'을 한 터라 당연했다. 오후 늦게 커피를 먹지도 않았는데 새벽 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출근해 선물 받은 예쁜 잔에 2021년의 첫 커피를 내렸다.
그 잔을 선물해준 사람은 글을 쓸 때 그 잔을 쓰라고 했다. 어쩐지 따듯해지는 말이었다. 평소라면 아끼다 똥 됐을 잔. 회사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을 잔이지만, 그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면 그것만으로도 명상의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단단한 잔이 혹여나 깨질까 마음을 졸이며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렸다. 회사에서 이렇게 애틋하게 커피를 내린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
용량이 적은 잔에 커피를 한 잔 가득 마시고, 2021년의 업무를 시작했다. 다행히 긴 연휴에도 부재중은 몇 통 오지 않았고, 메일함도 비어 있었다. 조금은 여유롭게 시작한 2021년의 업무. 오늘은 마음이 복잡한 일로 꽤나 마음이 소란해졌지만, 오전에 커피를 그 잔에 내리던 일을 떠올리며 마음의 평안을 다잡는다. 내일도 그 잔에 커피를 차분히 내릴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