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월요일. 막상 30대가 되면 별 것 아니라던 이 시간을 이미 예전에 통과한 선배들의 이야기처럼, 30대의 4월은 이미 새로울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하루하루 예쁜 풍경 탓에 조금은 나른하고 권태롭기까지 한 나날들. 오늘 오랜만에 만난 20대 중반의 동생은 내게 프리지어 꽃다발을 한아름 안겼다. 이 꽃은 내게도 특별해 꽃말을 아냐고 물었다. 그녀는 프리지어의 꽃말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30대가 된 내게 선물하고 싶은 꽃이었다고 했다. 프리지어의 꽃말은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늘 과분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예은이를 만나고 오면 항상 그런 마음이 든다. 받은 만큼 보답해야 할 텐데, 나는 언니니까 배로 돌려줘야 할 텐데. 좋은 30대의 삶을 보여줘야 할 텐데. 예은이는 내 글이 좋다고 했다. 내가 묻어있어서 좋고 잘 읽혀서 좋다고 했다. 요즘은 왜 자주 글을 쓰지 않느냐며 내 모든 채널을 꼽으며 고삐 잡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나는 예은이에게 용기 있게 한 발 내딛는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게 사실 무척 어렵지만, 그냥 내딛으면 뒷일은 어떻게든 되더라는 사실은 30대 초반인 내가 경험으로 얻어낸 교훈이다. 그 길이 맞는지 아닌지는 일단 경험해보면 알게 된다. 20대와 함께 축적된 것은 비단 체지방뿐만이 아니라 조금은 안도하는 밤. 프리지어를 하나하나 화병에 꽂으며 30대의 초심도 함께 다듬는다. 예은이의 말처럼 '프리지어 길만 걸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