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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율립 Apr 08. 2021

2021년 3월의 일기

2021_30-3_diary

30살이 되고 다시 일상 블로그를 시작했다. 엄연히 따지자면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인데 3월에 1월과 2월의 일상을 블로그에 정리하면서 2021 일상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한국인은 3월을 새해로 체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3월엔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1월과 2월엔 자주 속상했고 마음이 지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가 블로그에 올려뒀던 작년과 재작년 나의 일상을 다시 꺼내봤다. 웃기지만 나의 일상 블로그는 세미 나르시스트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다.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촘촘히 기억되는 국어사전 정의로 살피자면 '향수'와 가까운 감정의 향기가 퍼지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금세 기억나지 않을까 봐 아쉽기까지 한 향기. 이러니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나중에 꺼내보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지만 게으름 앞에서는 늘 어림 없는 이야기다. 게으름과의 전쟁에서 항상 나는 패전병이니까. 


지금까지와의 일상 블로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매달 하나의 문장을 발견해 블로그에 함께 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책읽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20대 후반 내가 다독가가 아닌 북컬렉터라는 사실 깔끔하게 인정했다. 30대의 시작인 30살에는 나름대로 책 구입의 원칙도 정했다. '사고 싶은 책이 생겼어도 그 전의 책을 다 읽고 살 것'. 세일 기간에 싸다는 이유로, 언젠가는 입겠지 라며 샀던 기억이 흐릿한 옷들처럼. 내 책장에도 그렇게 책이 쌓이고 있었다. 하나하나 신중하게 옷을 사고 오래오래 옷을 아끼겠다는 마음처럼 이 규칙이 책도, 책의 한 문장도 다정히 아껴줄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러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겼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는 일뿐이다. 그럼 이제 내 자아가 또다른 내 자아에게 말을 건넨다. "빨리 그 책을 읽어. 오늘 당장 그 책을 다 읽어 내." 자아분열을 거듭하며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엔 조금씩 신간이라는 딱지를 떼고 있는 책이 많아졌다. 다행히 3월엔 좋아하는 인터뷰어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다 읽고 읽고싶던 책을 살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집을 좋아하게 됐다. 나는 종종 인터뷰어가 된다. 인터뷰집을 읽으면 현역에서 일하는 선배 인터뷰어들의 깊고 사려깊은 질문을 배울 수 있어 좋고, 그에 준하는 아름다운 답변들을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럽다. 나도 서른 중반에는 서른 초반보다 더 깊고 다정한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내린다.


3월에는 목숨을 건 다이어트도 시작했다. 항상 높은 자존감 탓(?)에 0.5g만 살이 빠져도 꽤 자신에게 흡족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얼마나 살이 쪘는지 빠졌는지도 모르는 둔한 삶을 20대 내리 살아온 것이다. 10년간 차곡차곡 9kg 정도를 찌웠다. 30대에 돌입한 서른 살의 나는 이제 9kg의 지방이에게 작별을 고하려 한다. 10잔을 마시면 아메리카노로 바꿔주는 카페의 적립 도장처럼 이제 적립해온 지방이들과 무언가를 바꿀 때가 됐다. 3월 2일부터 헬스장에 나가 일단 무식하게 유산소 운동을 하기로 했다. 체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한다는 30분. 첫주의 목표는 유산소 운동 30분이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신문물과는 거리가 먼 자칭 할매니얼이지만 운동할 때 스마트워치는 정말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 잘했다는 격려의 매달과 불꽃놀이는 역시 할매니얼도 춤추게 한다. 저녁 식단으로는 컨디션을 보면서 자주 우유와 바나나 +a(과일)을 갈아마셨다. 원래 과일 편식이 심한 데다 바나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또 나의 몸에게는 좋은 식단인 것 같았다. 처음으로 유튜브도 구독해봤다. 아직까지도 잘 보지는 못하지만 땅끄부부의 유튜브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땅끄부부는 운동유튜버인데 남편분의 인상이 참 맑고 좋아 그분과 함께라면 이 다이어트는 성공 가도를 달릴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믿습니다. 땅끄부부." 땅끄부부님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으나 살이 안 빠진다면 체중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오, 역시 믿습니다." 땅끄부부의 유튜브 한 편을 봤는데도 일희일비하는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든다. 오직 믿음만이 나를 구원하리니. 3월의 다이어트의 목표는 " NO 빵, NO 시럽".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 결심 전에 미리 잡은 약속에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는 케이크를 시키고 한 입만 먹었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헬스장에 가서 무식한 유산소 운동으로 구슬땀을 흘린다는 다이어트의 원칙도 세웠다. 그렇게 3월 31일 동안 18번의 헬스장 출석을 했다. 몸이 지치고 힘들 때도 헬스장에 가서 바퀴라도 굴렸다. 종종 드라마에 몰입해 바퀴를 굴리고, 고등래퍼의 열정을 동력 삼아 그들의 랩에 허벅지를 맡기고 바퀴를 굴리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18번의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이상하리만치 몸무게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3월 2일보다는 입던 바지가 넉넉해졌고 얼굴선이 조금은 더 갸름해진 것 같다. 눈바디의 중요성을 말했던 땅끄부부의 말이 역시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건강한 30대를 위한 프로젝트, '건강한 써티'는 이렇게 순항 중이다. 가계부에도 새로운 항목을 만들었다. '건강한 써티'. 3월의 항목엔 다리 부종을 풀어줄 폼롤러계의 에르메스와 중력을 이겨낼 안티에이징의 도구 얼굴 마사지 롤러가 포함됐다. 한 달 정도 후에 보니 페이스 롤러는 근근히 사용하고 있고, 폼롤러는 아직 배송 출발도 안했다. 4월 중순에 온다니 4월 일기엔 사용기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폼롤러계의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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