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일차 깨달음
우리가 같이 산 지 17일, 결혼한 지 10일이 흘렀다.
우리는 서로의 공간에서 한 공간(신혼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티비로 유튜브 혹은 예능 프로그램을 독점할 때에 남편은 조용히 서재에 들어가 보지 못한 축구 하이라이트 또는 스카이캐슬을 본다.
이럴때면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드는 나는 내 옆에 앉으라고 보챘다. ‘왜 이러는 거지?’ 싶은 표정으로 방에서 나오는 남편은 내 옆에 앉았다. 내가 보는 뷰티 유튜브, 일상 브이로그가 재밌을 리가 없다. 그래도 나는 꾸역꾸역 ‘나도 오빠 축구볼 때 같이 본 적 있으니깐 오빠도 봐!’라며 강요했다.
신혼여행을 가던 비행기 안이었다. 좁디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바짝 붙어 앉아 오빠는 스카이캐슬(그 놈의 스카이캐슬) 나는 지난 결혼식의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결혼식 날 조금 울었던 나는 이상하게 그 비행기 안에서 기분이 묘했다. 결혼식 날 엉엉 울지 못한 것이 응어리가 된 것처럼. 그래서 또 오빠에게 강요했다. “이거 그만 보고 우리 얘기하고 놀자.”라는 말을 시작으로 오빠의 정신이 나에게 집중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내 스카이캐슬을 보려고하자 나는 “가지마.” (바로 옆자리) 라며 정신적 거리가 멀어지지 않게 붙잡았다.
그때 남편은 “xx이는 날 너무 가둬.”라는 말을 무심히 내뱉었다.
나를 달래며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나게 하는지 차근차근 얘기해보라고 했다. 겨우 진정하고 얘기했다. 결혼 사진 정독후 미묘한 감정과 그냥의 서러움 때문에 눈물이 흘렀다고. 남편은 미안하다고 얘기했지만 내가 좀 지나쳤을 수도 있다. 지나쳤다.
신혼여행은 무사히 다녀오고, 그날 발리행 비행기 안에서의 해프닝 후 나는 조금 바뀌었다. 크게 노력은 한 것도 아닌데 같은 집 안에서 다른 공간에 있는 게 조금 덜 서운하다 (하.. 뭐야 얘 ㅋㅋ 적으면서도 언제나 나는 투머치라고 느낀다)
그래, 그는 원래 혼자 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고 (지나치게 거부감 있는 나)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겠지. (근데 맨날 못 봐서 투덜거렸던 나는 이해가 가도 같은 집에 있는데 다른 공간에 있다고 투덜거리는 나를 이해 못 하겠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그대에게 서재라는 숨 쉴 공간에 대한 자유를 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