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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아무개 Jan 17. 2019

아빠는 울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결혼 당일 울지 않았다


결혼식이 끝난지 11일이 지났다. 


나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눈물이 많고, 표현도 많고, 눈치도 많이 살핀다.


결혼 전 나는 식당일 흘릴 눈물이 많이 걱정되었다.

아빠와 눈이 마주치면 어쩌나. (엄마보다 아빠가 걱정이 되었다)

아빠가 울면 어쩌나.

그럼 나도 울텐데.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아빠가 측은했다. (딸들의 특징인가)

고생은 아빠가 다 하는 것 같고, 희생도 아빠가 다 하는 것 같았다.


요즘은 주례사 없이 양가 아빠들이 나와서 한마디씩 하는 추세가 짙어졌다.

그래서 남편과 나도 제안을 해봤었다.

아버님은 고민하셨고, 아빠는 바로 거절했다.

많은 손님들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본인이 이렇게 울 것을 예측하는데 식당일 눈물은 백중의 백이었다.

나는 어떻게 참아야하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우리 네 가족(아빠, 엄마, 친오빠, 나)은 결혼식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우리끼리(남편 없이)의 여행을 다녀왔다.

그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야했고 아빠는 여행 후 서울행 기차 안까지 나를 배웅해줬다.


기차 안에서 아빠와 잠깐 정적이 흘렀을 때, 

나는 아빠에게 "아빠 결혼식날 울면 안돼."라는 말을 하고 포옹을 했다.

아빠는 애매한 고개짓으로 대신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리고 일주일 후 결혼식은 성공적으로 끝이났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도 울지 않았다.


식이 끝나고 카페에 앉아 얘기를 하는데 아빠는 그 때 나를 배웅해주고 돌아가는 길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다 헤아리지 못하지만, 

그 작은 게 언제 커서 시집을 다 가나... 

하는 감정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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