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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아무개 Apr 21. 2019

짧아도 여행은 여행이더라.

1박2일로 깨달은 여행의 의미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남편과는 신혼여행을 다녀왔지만 우리 집의 또 다른 식구 부장이(개)와 함께 한 여행은 없었다. 이번 주 나는 이직을 앞두고 며칠 쉬게 되었다. 그 틈에 남편은 하루 연차를 내어 1박 2일로 국내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예상은 2박 3일이었지만, 어디 여행이 예상대로 되던가. 


 첫날은 경남 남해로 갔다. 갑자기 흐린 날씨와 4월 중순 답지 않은 추위로 떨어야 했지만 셋이서 떠나는 여행에 꽤 설렜다. 강아지 펜션을 예약하고 그 전에 독일마을에 가서 밥을 먹었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여행은 날이 좋아야 한다. 식사나 행동반경이 주로 야외이기 때문이다. 차멀미하는 부장이(개)는 고생도 했지만 여느 때와 같지 않은 새로운 냄새들이 짜릿하기라도 했는지 연신 꼬리를 치켜세워 흔들며 신났다. 애견펜션에 도착하니 덩치가 큰 래브라도 리트리버 두 마리가 멍하니 반겨줬다. 어찌나 순한지 사회성이 한참 떨어지는 부장이가 짖어도 관심 없다. 그렇게 첫날이 지났다.


 둘째 날은 담양과 전주를 갔다. 전주 한옥마을 안에 있는 반려견 동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기 때문에 전주에 가기 전 담양에 들려서 메타세콰이아 길에서 푸릇함을 흠뻑 느끼고 떠났다. 한옥마을에서 내 생에 없을 줄 알았던 한복체험도 하고 부장이와 남편과 사진 찍고 놀았다. 다행히 전날과 다르게 날씨가 좋았다. 저녁이 되어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옆방 강아지가 어찌나 짖어대는지, 또 그걸 듣고 가만히 있는 부장이가 아니다. 서로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잠도 안 오고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짐을 챙기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누구보다 집이 간절한 상태로 미련없이 떠났다. 내일 하루 푹쉴수 있겠다는 생각과 오늘은 편하게 그리고 푹 잘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발때와 같은 설렘을 느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 3시가 되기 전 집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집이 어찌나 반가운지 부장이도 신난듯 멀미를 뒤로하고 발발거렸다. 삑삐빅--- 집에 들어왔다. 우리는 1박 2일동안 분주했지만, 집은 휴식이라도 취한듯 고요했고 우리는 마치 집에 푹 안기기라도 하는 듯이 포근한 마음으로 안도하며 들어왔다. 이번 여행이 예상보다 짧았지만, 스무살때 2주간  떠난 유럽여행 보다 일상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컸다. 낯선 것에 더 겁을 먹는 세월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일상이 편안한 것이었구나하고 느꼈다. 


 이번 여행은 새로운 것을 깨닫기 위한 여행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일이 손에 익어 딴생각이 들 때즈음 사람인도 들어가 보고 잡코리아도 들어가 보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딴생각이 들 때 즈음 취한 어떤 제스처였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우리 회사 만한 데는 없겠지? 하는 묘한 확신처럼 여기저기 다녀봐도 우리 집만 한 곳, 내가 반복하던 일상만 한 것이 없었다.  

편한 남편,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부장이 그리고 휴식처가 되어주는 집 이게 최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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